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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짜증이 난 사연은 이렇다. 직장 동료가 매주 하는 축구연습을 하기 위해 사무실 계단을 급히 뛰어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발목을 다쳤다. 걷기가 불편해 내 차로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깁스를 하랜다.

30여 분 걸려서 발목에 깁스를 했다. 그런데 그 분은 차에 타자마자 "깁스를 이상하게 했다"면서 "아픈 부위와는 별 상관없는 깁스를 한 거 같다"고 나에게 불평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억울한(?) 사연 듣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내 차는 주차장을 나와 사무실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차! 의사 선생님께서 빨리 나으라고 적어주신 처방전이 내 손에 그대로 쥐어져 있는 게 아닌가. 병원 바로 옆에 약국이 있었는데... 할 수 없이 지나가다 약국이 보이면 그곳에서 처방을 받기로 하고 가던 길을 계속해 갔다. 첫 번째 약국에 들릴 때까지만 해도 난 4가지 약이 적혀 있는 이 처방전이 내 감정을 극도로 짜증나게 할 줄은 몰랐다.

첫 번째 약국. 처방전을 내밀자 약사 왈 "이 근방 약국에는 정형외과 쪽 약은 없는데요". 이게 뭔 소리여. 물었다. "왜요? 아니 약국에 왜 약이 없어요?" 약사 왈, "보세요. 이 근방에는 정형외과 병원이 없잖아요". 그게 끝이었다. 바쁜지 홱하니 돌아서더니 조제실에서 나오질 않았다. "아니 근처에 정형외과가 없다고 약이 없다. 뭐 이래" 투덜거리면서 다른 곳에는 있겠지 생각하고 약국을 나왔다.

하지만 그건 세상물정 모르는 나의 착각이었다(그 시간 이후로 난 3시간을 약 찾아 약국을 헤맸고 결국은 지쳐서 그 병원 근처에 있는 약국에 가서 처방을 받았다. 짜증!).

근처 약국을 다 돌아다녔지만 짜고치는 고스톱처럼 한결같이 대답이 똑같았다. 약이 없단다. 할 수 없이 근처에 정형외과 병원이 있는 약국으로 갔다. 이번에는 자기네 약국 앞에 있는 00병원에서는 이 약을 쓰지 않고 딴 약을 처방한다나. 그래서 약이 없단다.

이쯤 되니 내 순수한 이성은 사라졌다. 진료받은 병원에 전화해서 따졌다. 무슨 약인데 이렇게 구하기 힘드냐고. 의사인지 간호사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 병원 근처에 약국이 있는데 왜 딴 데 가서 고생하세요. 병원 근처 00약국 있잖아요." 거참! 기가 막힐 노릇일세. 지금 누가 누구한테 뭐라고 하는 거야. 가만히 있을 수 있나.

"당신네 병원하고 약국하고 짰습니까? 아니 그 병원 처방전은 왜 00약국에서만 조제가 가능합니까?" 그랬더니 왜 그 걸 자기한테 따지냐고, 약국에 약이 없는 게 자기 잘못이냐며 오히려 나한테 신경질을 냈다. 전화로 오래 통화할 수 없어서 내일 병원에 가서 따지겠다고 하고선 일단 전화를 끊었다.

결국 난 고생만 죽어라 하고 다시 그 병원 근처 00약국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00약국에 들러 약사분에게 조용히,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넌지시 물었다. 왜 딴 약국에는 이 약이 없냐고. 그랬더니 나이 지긋하신 그 약사분이 말하기를 "영세한 약국에서 모든 약을 구비할 수는 없어요. 그랬다가 그 약 안나가면 손해가 엄청난데..." 그래서 근처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만 구비할 수밖에 없단다.

약국에서 약봉지를 들고 나오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제약회사와 병원과 약국은 다 같은 한 식구라고. 그래서 한 식구끼리 짜고치는 고스톱판에서 환자들만 엄한 고생한다고.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환자는 모른다. 의사가 환자 치료에 가장 이상적인 약을 처방하는지, 아니면 환자 우선이 아니라 한 식구인 특정제약회사와 특정 약국 먹여 살릴려고 약을 처방하는지(물론 약의 성분은 비슷하겠지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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