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앙언론은 지방자치제를 싫어한다. 적어도 지방자치제 확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한 중앙언론의 보도를 지켜 보면서 드는 느낌은 지방자치를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혹시나 지방자치제를 거꾸로 되돌려 폐지하자는 의견을 내놓지는 않을지 그런 의견을 확대 재생산 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92년 국민의 열망으로 시작된 지방자치제. 95년부터는 단체장까지 지역 주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하게되면서 지방자치제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져갔다.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에 대해 가장 큰 관심을 가진 것은 누구일까. 지방 정치에 대해 기사와 논평을 할 꺼리가 많아진 지역 언론사 종사자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규모 영세 언론사 종사자들의 꿈은 지역 정치에 대해 지역민들의 관심이 조금이라도 더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희망을 찾기 힘든 중앙 정치 무대는 제껴두고 지역에서나마 희망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그것은 당장 자신들의 역할이 커지고 지역민들로부터 지역 언론이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향한 너무나도 분명한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지방자치제가 시행될 당시 전국의 언론이나 시민 사회단체는 모두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하지만 한번 두번 선거가 거듭되면서 지방자치제 시행에 대한 부작용도 부각됐다. 광역 단체장 열명 중 한명이 구속됐느니, 지방선거에 대한 주민들의 무관심이 극심하다는 둥.

물론 그러한 부작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지역은 실로 많은 것들에 변화가 생겼다. 동사무소나 시청의 분위기 부터 달라졌다. 행정의 서비스가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라도 친절해졌다. 무엇보다 군림하는 자리로 여겨졌던 자치단체장의 자리가 시민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게 됐다.

지방자치제의 한계는 여전히 중앙에 예속될 수 밖에 없는 재정 구조와 지방 결정권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중앙에 예속된 지방의 재정과 권한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할 언론이 그런 문제들은 제쳐두고 앞다투어 지방자치제의 문제점만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좀 더 가다가는 중앙언론이 지방자치제를 되돌려 폐지하자고나 하진 않을지, 혹은 어느 얼빠진 국회의원의 입을 빌어 그런 주장을 확대 재생산 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중앙 언론의 보도 처럼 지방이 그처럼 문제라면 중앙 정치는 어떤가. 과연 국회의원들이 지방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보다 더 깨끗하고 제역할 다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내 생각엔 지방정치에 비해 중앙의 정치가 훨씬 더 많은 문제와 비리와 더러운 행태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더러운 짓꺼리들은 지방정치가 아직 제대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자치제가 자리를 잡아 재정 자립과 자기 결정권을 제대로 갖는다면 중앙정치권의 문제는 그리 큰 일이 아닐 것이다. 지역의 일은 지역에서 스스로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지역의 문제를 좌지우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번 선거와 관련해 중앙언론의 지방선거 보도를 지켜 보면서 지역언론 종사자로서 중앙언론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방송 삼사가 연일 월드컵 보도로 국민의 관심을 축구 운동장으로 몰아가 놓고선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고 또 걱정까지 하고 있다. 자신들이 저지런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반성도 없이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 탓으로 지방 정치인 탓으로 월드컵 탓으로 돌리는 모습은 뻔뻔스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지방선거 결과를 보도하는 방식은 또 어떤가. 지방자치제 자체에 대한 회의를 불러 올 수 있는 말들을 스스럼 없이 쏟아내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에 나온 시민을 붙잡고 인터뷰를 해서 "쓰레기 분리수거 하고 싶은 마음 없어서 선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멘트를 여과 없이 내보낸다.

50%에도 못미치는 사상 최악의 투표율을 두고 그래도 부끄러웠던지, 앞다투어 지방선거 결과를 보도한다. 그 또한 과관이다. 서울 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 집중된 느낌이다. 중앙언론에게 있어 지방은 여전히 변방이고 남의 일인 것이다.

오로지 관심 있는 것은 중앙 정당의 지배 구역이 얼마인지, 또 대선과 이어지는 분위기는 어떤지이다. 전국의 지도를 놓고 색칠을 해대는 화면을 보면서 도대체 저사람들이 지방자치제를 눈꼽만큼 이라도 이해를 하고 있나'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지방선거는 여전히 중앙 정당들의 지배 영역을 과시할 대상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지역에서 정치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치단체장이나 광역의원들을 중앙에서 공천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리고 지금 나타나고 있는 지방자치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앙의 언론들은 그런 주장에 대해서는 왜 귀를 귀울이지 않는가.

중앙언론이 지방자치에 대해 이처럼 비관적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들은 권력의 집중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본사가 모두 서울에 몰려 있고, 중앙에 몰린 정치인들만 제대로 관리(?)하면 쉽게 전국의 여론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우스꽝스러운 행동거지나 말들이 최고의 취재대상이 되고, 정치와 국민 생활은 더욱 더 간극이 멀어지고, 그런 상황을 호통치는 역할을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이다.

나는 지금 중앙언론에 대한 비애감과 함께 지역 주민들에게 깊이 있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자신부터 반성해본다. 선거 이후 쏟아질 지방자치에 대한 비난을 경계하면서…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