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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춘천토론회 등지에서 "일정한 조건을 갖춘 지방언론에 대한 지원 육성책을 마련하려 한다"고 언급한 이후 지방언론육성법 제정 논의가 각계에서 활발하게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지역신문 정상화 및 진흥'을 올해 언론개혁 9대과제에 포함시킨데 이어 오는 3월 대구에서 지방언론육성법 제정을 위한 심포지엄을 가질 예정이다.

언론노조는 “중앙 일부 언론사의 독과점으로 지방신문이 설자리를 잃어 지역 여론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해 지방언론육성법 제정이 긴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이 심포지엄에서 언론노조는 △지역언론 발전기금 마련 △독과점 금지 △대기업 광고의 적정 배분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지방분권국민운동(상임대표 김형기)도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와 간담회를 갖고 '지방분권'의 한 방편으로 '지방언론육성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위 기사들은 지난 2월 8일(토) 매일신문 주요 뉴스에서 다룬 내용이다.

최근에 들어와서 '지방자치', '지방분권', '지역분권', '지역자치'하는 말이 난무한다. 그리고 한 단체에서 요구하는 주장에서도 지방과 지역을 혼동하여 사용하고 있다. 물론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면서 나타나는 시대적 현상은 아니지만 노무현 당선자의 출현으로 그 논의가 활발해 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만큼 개혁을 갈망하던 사회 각계층들이 억제되어 왔던 그들의 욕구를 한꺼번에 분출시키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한꺼번에 우후죽순(雨後竹筍) 격으로 각계 각층에서 평소 생각하고 있던 요구와 주장들이 분출되다 보니, 여러 요구되는 주장에서 사용되는 단어들이 같은 말인 듯 들리지만, 사실은 개념이나 본질이 전혀 다르거나 아니면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들이 있기도 하다. 여기서는 특히 지방과 지역의 개념에 대하여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지방(地方)’이라는 말을 사전적 개념을 빌려서 말하면 중앙 이하 각급 행정구역의 통칭을 말한다. 역사적 개념으로 보면 동양의 전통사회에서는 한 나라가 전국을 지배하기 위한 방편으로 인구와 토지에 따라 군현(郡縣)으로 나누었다.

이 군현제는 군주에 의한 독재적 중앙집권 통치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통치수단이었다. 다시 말하면 군현제(지금의 시군제)는 중앙에서 지방장관을 파견하여 지방을 통치·지배한다는 지방의 개념으로, 중앙에 대한 지방의 대칭으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지역(地域)’이란 말은 ‘지방’과 전혀 다른 개념이다.

먼저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살펴보면, 《주례》(周禮) 권10 ,〈지관〉(地官) 대사도(大司徒)조에 “무릇 도성과 농촌을 만들어 이것을 하나의 경계로 삼아 ‘지역’으로 하였다”(凡造都鄙,制其地域,而封溝之)라는 말이 있다. 이에 근거하여 보면 ‘지역’이란 개념은 땅의 크기나 통치범위를 말하는 것이지 중앙에 대한 상대적 대칭 개념이 아니다. 즉 독자적 통치영역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따라서 ‘지역’이란 말은 최고 통치자 군주(왕)가 있는 곳이다 라는 개념의 중앙과 피통치자 계급인 백성(人民)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라는 개념으로서 ‘지방’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요즈음 언론지상에서 각 사회개혁 세력들이 노 당선자에게 요구하는 '지방분권'이라는 말과 인수위에서 거론하는 '지방분권'은 아마도 '지방자치'를 염두했다기 보다는‘중앙권력의 지방으로의 대폭적 이양’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이것은 '지역분권'을 의미하는 것이지 '지방분권'이 아니다. 남한사회는 이미 '지방자치'가 실험 중에 있기 때문에 오늘날 이 시점에서 지방의 사회개혁세력들이 마땅히 주장해야 한다면 '지역분권'일 것이다. '지방분권'이 아니라고 본다.

남한(대한민국)은 헌법상 자유민주공화국(제1조)을 지향하고 있다. 즉 자유주의자가 주창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자가 주창하는 평등인민주권을 다같이 보장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좋은 체제를 지향하고 있으면서도 국민 모두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에 대한 미숙성과 군부독재의 권력 독점지향 때문에 개인의 존엄성과 가치가 미약해졌고, 집권자·인민 모두 개인권리에 무감각해져왔다. 이 때문에 중앙권력의 무제한적 남용이 있어왔다.

또 조중동 언론의 오만성과 비 정의성 등에 기인하여,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의 비경험적·비사실적 성격이 조장되어 왔다. 따라서 우리 헌법에 자유민주주의가 보장되어 있으면서도 이러한 개념이 내면화되지 못함으로써 정치권력에서는 부정부패가 만연되고, 경제실험에서는 빈부격차가 심화되고, 사회정의에서는 반공이념이 심화되고, 윤리생활에서는 인민주권의 침해로 나타나게 되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

즉 자유민주주의가 왜곡되어 민주화운동이 좌경시되고, 개인주의가 이기주의로 와전되어 왔다.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나 권리요구에서도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노 대통령 당선자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권리 요구에 적극성을 띄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보수반동 기득권층에 억눌려왔던 약자들의 기지개로 보인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에 더 가깝게 가는 말은 지방자치 개념의 '지방분권'이 아니고 '지역분권'이 되어야 맞는다. 즉 중앙의 기득권층이 가지고 있던 권력을 나누어 갖는다는 개념보다는 중앙의 권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지역' 개념이 맞는다고 본다. '지방'의 개념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중앙에 대한 대칭개념이다. 따라서 '지방분권'은 중앙의 통제와 간섭을 전제로 한 '지방자치'를 의미한다.

노 당선자가 탄생한 것을 계기로 그 동안 억눌려왔던 자유주의의 부정적 현상들- 빈부의 격차, 경제적 불평등, 인권의 침해, 총체적 부정부패 - 로부터 인간적 해방을 위해서는 권력의 중앙집중화는 막아야 한다. 즉 인간적 해방에 방해가 되는 사회의 부정적 요소를 척결하고 인간생활에 보다 적합한 사회경제적 여건을 조성하여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 첫 실험이 '지역분권'이다. '지역분권'은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지방자치'의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 '지방자치'는 다시 '지역분권'의 실험을 거쳐 '마을 단위의 작은 공동체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남한은 그 첫 실험으로 노태우 군부정권 때 강경대 학생치사사건과 관련하여 학생들의 분신자살을 통한 항의가 잇따르면서 통치권의 위기감을 느낀 노 정권이 군부통치의 절대권력의 일부를 떼어서 '지방자치'를 허용하였던 것이다.

이후 문민정부, 국민정부가 성립되었으나 이들 정권 담당자들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무감각, 반공이데올르기·친박정희정서 등 반통일적·보수반동적 기득권층의 집단적 반발에 부딪쳐 “지방자치”의 실험을 완성시키지 못한 채 노무현의 소위 국민대통령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노무현 당선자가 갈 미래 세계는 탈근대화사회다. 탈근대화시대는 권력의 균등, 경제적 평등, 사상적 자유, 인격적 평균을 지향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고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의 실험을 성공시키고 동시에 중앙의 권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보다 경제적 평등에 가깝고, 보다 사상적으로 자유롭고, 보다 동등한 인격의 소유자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그리고 사회전체가 중앙의 부정부패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보다는 '지역분권'의 사회가 더 바람직한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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