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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내는 세금의 일부가 정당의 국고보조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더더욱 자신이 싫어하는 정당에 세금의 일부가 보조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현대정치가 정당정치이며,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게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납세자 자신인 국민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일괄배분 방식을 취하고 있는 현재의 정당국고보조금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정당국고보조금제도의 도입 배경을 살펴보면 1981년 정당의 공적인 활동을 지원하고 음성적인 정치자금 수수를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도입되었던 이 제도는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가 야당의 저항을 달래기 위한 적당한 흥정의 산물이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수수를 방지한다고 했지만 이 제도가 도입된 이래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수수가 줄어들었다는 확증이 없는 상태이고 보니, 제도의 효용성에 강력한 의문이 제기 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정당국고보조금의 증가추이를 살펴보면 이 제도가 시행된 1981년 이후 2000년까지 20년간에 걸친 정당국고보조금액은 약 4450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 20년 동안의 물가지수가 3배상승한 것에 비해 정당국고보조금은 8억원에서 1132억원으로 142배나 증가하였다는 사실이다.

전체 예산 중 국민기초생활지원 등 사회보장관련 예산이 형편없이 낮을 뿐만 아니라 그 증가 추이가 지극히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정당국고보조금이 이토록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국민이라면 쉽게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2002년 12월 1일 현재, 2002년 한 해 동안 각 정당에 지급된 선거 및 경상보조금 지급총액은 한나라당 501억7400여만원(46.8%), 민주당 468억6천만원(43.7%), 자민련 68억5천만원(6,4%), 민주국민당 23억9천만원(2.2%), 민주노동당 8억400만원(0.8%), 한국미래연합 4천300만원, 하나로 국민연합 2천500만원으로, 여기에 4.4분기 경상보조금 67억원까지 포함한다면 가히 천문학적인 증가가 아닐 수 없다.

셋째, 정당국고보조금 배분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보면 정치자금에관한법률 제17조에 의하면 최근 실시한 국회의원총선거의 선거권자 총수에 800원을 곱한 금액을 매년 예산에 계상하도록하고 있으며,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총선거 또는 정당의 후보추천이 허용되는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임기만료로 인한 선거가 있는 연도에는 각 선거마다 800원씩을, 정당의 후보추천이 허용되는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임기만료로 인한 동시선거의 경우에는 각 선거마다 600원씩을 추가하여 계상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18조는 동일정당의 소속의원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대하여는 그 100분의 50을 정당별로 균등하게 분할하여 지급하고, 여기서 제외된 5석이상의 의석을 가진 정당에 대하여는 100분의 5씩을, 의석을 얻지 못하였거나 5석 미만의 의석을 얻은 정당 중 최근 실시된 국회의원총선거에서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2이상을 득표한 정당이나 최근 실시된 국회의원총선거에 참여하지 아니한 정당의 경우는 최근 전국적으로 실시된 정당의 후보추천이 허용되는 지방의회의원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서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2이상 득표한 정당에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배분 방식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에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반면 원내의석이 없는 신생정당이나 군소정당은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배분방식은 정당의 독과점을 조장함으로써 정당간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더구나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정당을 위해 세금을 납부한다는 것은 조세정의는 물론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2002년 6.13지방선거의 결과 민주노동당에도 1억3천여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함으로서 정당사상 최초로 원내의석이 없는 정당에 정당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는 했으나, 이것은 거대정당이 지급 받는 것의 500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또한 제16대 총선에서 전국 1.2%를 득표한 민주노동당이 단 한 푼의 국고보조금도 받지 못한 반면, 0.4%를 득표하는데 그친 신한국당이 1억 4천 만원을 지급 받았다는 것은 정당국고보조금제도의 맹점이 아닐 수 없다.

넷째, 국고보조금 사용실태를 살펴보면 감사원이 2001년 사상 최초로 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정당국고보조금운영실태를 감사해본 결과, 거의 모든 정당이 2000년도 국고보조금 지출증빙서류에서 지급날짜가 99년도인 명세서가 제출됐거나, 국고보조금의 수입·지출명세서와 지출증빙서류 사본의 합계금액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또 일선 선관위는 각 당의 시·도지부와 지구당으로부터 제출 받은 회계보고서의 합계금액이 서로 맞지 않는 등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회계조작 및 허위보고 가능성 등을 따지지 않은 채 "오기" 또는 "용도 외 지출" 등으로 간주하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각급 선관위가 정당국고보조금의 집행내역에 대한 여야 정당들의 불성실신고내용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음으로서 국민세금이 함부로 낭비되는 것을 묵인 또는 방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 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러한 문제점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가 2002년 전반기 경상보조금과 6.13 지방선거 보조금을 실사한 결과 주요 3당이 정당유급사무원수 제한규정(정당법 30조 2항)을 위반하는 등 정당의 국고보조금 운영실태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2년에 이어 2003년 3월 각 당에 지급하는 1.4분기 정당국고보조금 (한나라당 30억493만원, 민주당 27억2862만원, 자민련 5억3700만원) 또한 당초 예정보다 각각 920만원, 2340만원, 1189만원씩을 삭감 지급한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정당국고보조금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정당국고보조금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한마디로 폐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제도의 개선이나 운영의 묘를 살리자는 주장이 있을 수 있으나 앞서 지적한바와 같이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유무를 불문하고 일괄배분 방식을 취하고 있는 정당국고보조금제는 위헌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정당 또는 개별 국회의원에 대한 후원회 제도가 엄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자금을 분배해준다는 것은 정당이 없는 무소속후보자와의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당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여야하고 그러한 지지를 통해서 성장하도록 해야한다. 모든 국민은 정당의 정책이나 이념, 민주적인 운영정도에 따라서 정당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당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구시대적인 낡은 이념이나 지역주의에 안주하여 건전한 정치발전을 저해하고 정당개혁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정당에까지 국민의 세금을 분배해준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정당국고보조금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모든 사람 모든 정당은 차별 없이 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하고, 그 횟수와 모금 한도액에 제한을 두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엄격한 회계감사를 받도록 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는 정치인과 정당은 더욱더 성장할 것이나 이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치인과 나 정당은 자연도태 될 것이어서 국가적 부담 또한 감소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서한옥 기자는 시민자치연구실 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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