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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를 지향하는 노무현 대통령 정부의 조각에서 난산 끝에 태어난 분이 윤덕홍 교육 부총리였다. 윤덕홍 부총리는 취임식도 하기 전에 NEIS를 중단하고 학제를 개편하겠다고 하여 기대했던 대로 개혁성향을 한껏 보였지만 곧바로 보수세력의 반대에 부딪쳐 이를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주요한 교육현안에 대해서 준비도 없이 불쑥 말을 내뱉었다는 비난을 받은 탓인지 요즘은 말을 아끼고 있어 그의 속내를 알기가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 교실에서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2학년 아이들
ⓒ 정근영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모으며 등장한 윤 부총리는 개혁에 대한 말만 무성했지 무엇을 어떻게 개혁하겠다는 것인지 그체적인 대안이 없어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한다. 산적한 그 많은 교육현안들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걱정스럽다.

이 자리에서 학제개편에 대한 논의를 제의한다. 우리나라의 학제는 기본적으로 6-3-3-4학제로 단선형이다. 이 학제가 만들어진 것은 해방이 되고난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학제의 골격은, 그것도 초등학교가 6년으로 된 것은 일제때의 일이다. 초등학교 이름이었던 국민학교가 황국신민을 줄인 것으로 일제의 잔재라 해서 이제 그 이름을 초등학교라고 바꾼지도 오래되었다. 그러나 이름못지 않게 초등학교의 연한을 바꾸어야 한다.

학제를 6-3-3-4로 나눈 것은 아무런 과학의 근거가 없는 것이요, 국가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도 아니다. 이치에도 맞지 않는 학제가 이토록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것이 이상할 정도다.

돌이켜보면 학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인 것은 한 집에서 형제끼리 상급학교 진학이 겹쳐져 가계비 부담이 많다고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사는 형편이 나아지면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지금까지 이 학제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학제 개편에 대한 논의도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정도다.

초등학교가 6년으로 된 것은 초등교육을 의무교육 연한에 맞게 한 것으로 보이지만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되어 있는 지금에 와서는 의미가 없다. 우리에게 이 학제를 물려준 일제는 이제 이 학제를 개편할 것이라 한다. 도쿄 시나가와구 교육위원회는 초등학교 6년을 4년으로 바꾸어 6-3 학제 대신 4-3-2 학제로 바꾸도록 결정했다고 한다.

일본이 학제를 개편한다고 해서 우리가 덩달아 학제를 개편할 필요는 없지만 이치에도 맞지 않고 과학의 근거도 없는 초등학교 6년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이제 초등학교의 연한을 4년으로 줄이는 것을 근간으로 하는 학제개편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 G초등학교에서 키가 가장 작은 1학년어린이와 키가 가장 큰 6학년어린이.초등학교 6학년에서 키가 큰 아이들은 거의 성인에 가깝다. 남학생의 키는 169cm이다.
ⓒ 정근영
학제를 두는 것은 아동 학생의 신체발달과 지적 발달을 고려한 것이다. 일본에서 학제를 바꾸게 된 것도 최근의 학생들의 신체와 정신 성숙도가 과거에 비해 빨라진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해 초·중등학생 신체검사결과를 보면 이러한 주장에 근거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2002년 초중등학생 신체 검사 결과에서 키만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은 120.33cm, 여학생은 119.05cm이다. 한 해에 대략 6cm가 더 커서 6학년이 되면 남학생은 148.62cm이고 여학생은 148.63cm가된다.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은 159.49cm이던 것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173.33cm가 된다. 여학생도 중학교 1학년때 154.31cm이던 것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160.88cm가 된다. 초등학생에서 중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는 한해에 거의 6∼7cm씩 규칙적으로 늘어나다가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까지는 5, 4, 3, 2, 1cm로 신체발달의 곡선이 아주 완만해 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과 1학년의 키 차이는 무려 28cm나 된다. 반면에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키 차이는 18cm밖에 되지 않는다. 이 결과만으로 따져보면 초등학교를 6년으로 할 것이 아니라 중고등학교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초등학교 1학년과 6학년 사이에 이렇게 체격의 차이가 심하면 학교 현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우선 힘이 센 고학년 때문에 저학년의 활동이 크게 위축된다. 실제로 일과중 운동장은 고학년이 다 차지하고 저학년은 운동장 구석이나 교실, 복도에서 노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학교 시설도 다양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시설비도 많이 들게 된다.

따라서 학교를 4년씩 일정한 간격으로 나누는 것이 가장 합리라 생각한다. 곧 초중고대의 학제 4-4-4-4로 바꾸어야 한다.

학교를 교육목적에 따라서 나누면 보통교육과 고등교육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보통학교는 글자 그대로 이 나라에서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곳이고, 고등학교는(고등교육기관 지금의 대학) 다시 초등, 중등, 고등보통학교로 나누게 된다. 고등교육기관은 대학으로 전문 지식인,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으로 전문성의 정도에 맞는 대학원 과정을 두어야 한다.

학교 이름도 교육목적에 걸맞게 초등보통학교, 중등보통학교, 고등보통학교로 붙여야 한다. 유치원도 보육기관에서 벗어나 정식 교육기관으로 만들어서 2년제의 아기학교로 한다. 지금의 초등학교 1학년은 아기학교과정으로 내려보내고 초등보통학교는 지금의 2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을 교육대상으로 한다.

중등보통학교는 지금의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을 교육대상으로 하고 고등보통학교는 지금의 고등학교 전학년과 대학 1학년까지를 교육대상으로 한다. 지금의 대학 2학년은 교양과목을 공부하는데 그 과정을 고등보통학교에서 모두 이수하도록 하고 대학에서는 그야말로 깊은 학문의 이론과 전문기술, 전문지식을 연구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2-4-4-4-4제의 새로운 학제가 이루어진다. 이 학제는 과학의 이론에 딱 들어맞는 것이다.

교수조직도 아기학교는 한 사람의 담임교사가 책임교수를 해야 하겠지만 보통학교부터는 전공교과 담당교수제로 해서 교육의 질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교육개혁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는 윤덕홍 부총리는 이 제언을 받아들여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여 국민을 설득한 뒤 학제개편으로 엇길로 가고 있는 이 나라의 교육을 근본부터 바꾸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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