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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이 복원될 것이라고 한다. 삭막한 서울 한 복판에 청계천의 옛 모습이 복원되면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물고기가 뛰놀고, 아이들은 멱을 감고, 아낙네는 빨래하고, 어른들은 낚시하고, 휘휘 늘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맑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라고 하니, 이 아니 기쁜 일인가?

그러나 과연 청계천을 복원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인 것인지, 아니면 서울의 고밀도 개발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면서 적정인구의 지방분산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 한 것인지 적극 검토해보아야 할 것 같다.

지금 서울인구가 1050만이라고 한다지만 경기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강원도와 충청도의 광역수도권의 유입이동인구까지 합한다면 1500만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생각된다. 서울의 거의 모든 도로가 이미 주차장으로 변해버린지 오래이며, 30분미만의 출·퇴근 거리가 1시간 2시간을 넘는 경우가 보통인 것은 이를 증명해주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계천이 지금까지 담당해온 교통량 분담능력을 축소 또는 폐지한다는 것은 서울도심의 교통혼잡을 더욱 심각하게 할 것이며, 이를 대체할 또 다른 교통망을 건설하자면 청계천을 복원하는 대신 한강을 복개해야한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한가지 사례로 여의도 광장을 공원으로 조성한다고 하면서 아스팔트를 걷어냈다. 그러나 한강둔치의 잔디광장이나 여유공간에는 또 다른 아스팔트를 뒤덮어 주차장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시민들은 더욱 좁아진 공간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었다. 걷기와 달리기, 자전거 타기와 롤러브레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한강의 자전거도로로 쏟아져 나와 뛰고 달리는 바람에 잦은 접촉사고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고밀도 개발을 자제하고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도록 건축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할 서울시는 건축법 위반의 시비를 감수하면서 불법성 건축허가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2003.3.24중앙일보) 도봉구 쌍문동 선덕중학교 교실 앞 10M 떨어진 곳에 짓고 있는 14층 아파트건축허가를 비롯하여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3가의 한양아파트 담벼락에서 10M 떨어진 곳에 23층의 고층아파트 건축을 허가하는 등 조금이라도 틈이 있는 곳이라면 온통 콘크리트 구조물이 들어서고 있다.

특히 당산동 3가에 건축하고 있는 서울시도시개발공사의 임대아파트의 경우 건축법 제8조 제1항에 의거 21층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서는 서울시장이 허가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은 적법한 건축허가인지 여부를 답변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마저 회피하고 전혀 책임자가 아닌 서울시도시개발공사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말할 것 없이 건축법 제53조 제1항에서 "전용주거지역 및 일반주거지역안에서 건축하는 건축물의 높이는 일조등의 확보를 위하여 정북방향의 인접대지경계선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대통령령이 정하는 높이 이하로 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전용주거지역과 일반주거지역 안에서는 모든 건축물이 정북방향 일조권의 제한을 받도록 되어있다.

다만 건축법 제53조 제2항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정북방향 일조권의 제한을 둠으로써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일반상업지역과 중심상업지역에 건축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지역에서 건축법 제54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기준에 적합하여야 하는 것 외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높이 이하로 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도시건물의 밀집화와 고층화에 따른 주변경관 보호와 도시공간 확보 및 사생활 보호를 위한 입법의 배려로서 공동주택의 경우는 전용주거지역 및 일반주거지역뿐만 아니라 일반상업지역과 중심상업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정북방향 일조권을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이 "전용주거지역과 일반주거지역 내에서만 정북방향 일조권이 해당되기 때문에 준공업지역에서는 대지경계선으로부터 거리제한을 받지 아니하고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는 것은 스스로 건축법을 위반하여 위법한 허가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생각컨데 서울의 옛 모습을 복원한다는 것은 인구 200만 또는 500만 미만인 경우에나 가능할지 모르겠으나 수도권 1,500만이 웅거하는 30층 60층 이상의 고층빌딩으로 둘러쳐 있는 서울에서 청계천을 복원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적정인구의 지방분산과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만이 가능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적정인구의 지방분산만 이루어진다면 북한산을 조각내고, 사패산을 구멍 낼 필요가 없으며, 7조원 10조원씩 들어가는 지하철을 건설할 이유가 없으며, 서울의 물과 공기는 더욱 맑아질 것이다. 살기 좋은 헐렁한 서울이 되고 텅빈 농촌은 사람사는 동내로 변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더 이상의 서울수도권개발을 억제하고 행정수도의 지방이전을 비롯한 정부투자 기관 정부출연기관 대학과 기업의 지방이전을 과감하고 강력하게 추진해주길 바란다. 오직 그 길만이 청계천이 복원된 뒤 한강이 복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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