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야간 대학생인 이아무개(25)씨는 수업을 마친 오후 11시 부산 동래구에 위치한 오락실로 향했다. 대형스크린이 설치되고 개별 좌석이 늘어선 이곳. 얼핏 봐도 여느 오락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곳곳에선 탄식과 환호가 이어지고 분주한 손놀림들이 이어진다.

이씨는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오는 편이다. 시작한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재미도 있고 돈도 따고 만족한다"며 많게는 하루에 40만 원 정도를 딴 적도 있다고 한다.

최근 부산에 설립될 경마장의 붐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실내경마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실내 경마장의 룰은 실제 경마장과 똑같다. 연식, 복식, 단식이 있다. 500원짜리 동전을 기본으로 하는 경마 게임은 500원짜리 동전 하나에 10배팅이 주어진다. 최고로 50배팅까지 할 수 있고 최고 배당은 1000배이다.

점수 100점 당 5000원권 문화상품권이 주어지며 가까운 곳에 수수료를 받고 교환해주는 업소가 있기 때문에 실제 현금을 주고받는 도박장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

돈으로 환산할 경우, 최고 2500원 배팅에 최고 배당금액은 250만 원. 당첨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희박해 보이기는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건전한 실내 스포츠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 이날 목격한 사람들의 대부분이 1시간 이내에 5만 원~10만 원의 금액을 쏟아붙고 자리를 뜨는 경우가 허다했다. 실내 경마장에서 만난 중년의 자영업자 김아무개씨는 "보고 있으면 여기저기 다 배팅하고 싶어진다. 옆사람이 작은 배당에도 배팅을 많이해서 큰 돈을 따는 걸 보면 자연스레 배팅 액수도 높아진다. 하다보면 5만 원은 순식간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학생 박아무개(26)씨는 "남이야 어쨌든 그냥 조금씩 배팅하면서 즐긴다. 내가 고른 말이 잘 달릴 때는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재밌다. 잃는다 해도 5000원, 만 원이니 부담도 안 되고 가끔 딸 때도 있으니 하기 나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부산시 동래구에 위치한 'R' 실내 경마장의 한 관계자는 '컴퓨터가 집계를 해서 우승마를 내는 것이니 따는 사람도 있고 잃는 사람도 있다. 이것도 장사다 보니 컴퓨터가 돈을 잃는 경우는 드물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경마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건전한 실내 스포츠로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도박을 목적으로 돈을 따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과 돈을 다 잃고 처진 어깨로 뒤돌아서는 사람이 공존하는 실내경마장.

벤처와 로또로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의 대박풍조. 도박인지 건전한 실내 스포츠인지의 잣대를 가려내기 위한 당국의 규제와 시민 의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