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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전통 아귀찜
ⓒ 이종찬
경남 마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낱말은 4ㆍ19의 불씨가 되었던 3ㆍ15의거다.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귀찜이다. 그만큼 마산의 아귀찜은 매콤하면서도 잘 말린 아귀의 쫄깃쫄깃한 맛이 기가 막히기 때문이다.

물론 요즈음에는 마산이 아닌 곳에서도 '마산 아구찜' 혹은 '초가집'이란 간판을 걸어놓고 아귀찜을 파는 곳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마산의 전통 아귀찜과는 그 맛이 너무나 다르다.

그곳에서 내놓는 아귀찜들은 대부분 고춧가루를 잔뜩 뿌려 겉만 붉으죽죽할 뿐 마산 전통 아귀찜처럼 톡 쏘는 독특한 매운 맛이 없고 달착지근하다. 콩나물에 섞여 나오는 아귀 또한 아귀덕장에서 잘 말린 아귀를 쓰는 것이 아니라 살이 물컹물컹한 생아귀를 그대로 쓴다.

간혹 마산 전통 아귀찜처럼 잘 말린 아귀를 쓰는 집들도 있다. 근데, 아귀가 칡뿌리를 씹는 것처럼 너무 딱딱하다. 아귀찜에 섞여 나오는 콩나물도 마찬가지다. 아귀찜에 쓰는 콩나물은 굵기가 적당한 것을 써야 하는데 콩나물이 너무 얇거나 너무 굵다. 다시 말하자면 마산 전통 아귀찜의 그 독특한 맛이 배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 지키미처럼 걸려 있는 마른 아구 두 마리
ⓒ 이종찬

▲ 아귀 덕장 들머리에 쌓여있는 아귀
ⓒ 이종찬
아귀찜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아귀덕장에서 한겨울 찬바람 속에 20∼30일 정도 말린 아귀를 쓰는 마산의 전통 아귀찜과 생아귀를 그대로 쓰는 부산의 아귀찜이다. 둘 다 맛은 비슷하다. 하지만 마산 사람들은 부산의 아귀찜이 아귀가 푸석푸석한 게 마산 아귀찜처럼 쫄깃쫄깃 씹히는 독특한 맛이 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손맛이 들어가야 제맛이 나지예. 이곳 저곳에서 아구찜을 많이 먹어본 사람들도 우리집에 한번 다녀가면 그때부터 자주 찾곤 하지예."
"어떤 사람들은 마산 아귀찜보다 생아귀를 쓰는 부산 아귀찜이 먹기는 더 편하다고 하던데?"
"이가 안 좋은 사람들이나 그러것지예. 하긴 생아구를 쓰모 돈도 적게 들고 편하기는 억수로 편하것지예. 덕장에서 한 달 동안 말릴 필요도 없고 그냥 갖다 쓰모 된께네. 하지만 아구찜에 국물도 많이 나고 고기가 퍼석퍼석해서 파이라예(나쁩니다)."


마산에서 가장 오래되었다고 입소문이 난 '오동동 진짜 초가집'. 초라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매콤하면서도 구수한 아귀찜 냄새가 금세 입안에 침을 고이게 만든다. 식당 들머리 벽에는 마른 아귀 두 마리가 지킴이처럼 떡 붙어 있다. 마치 이곳이야말로 진짜 마산 전통 아귀찜의 본가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듯하다.

난로가에 자리를 잡고 앉자 방 안에서 머리에 서리가 하얗게 내린 할머니 한 분이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식당 벽에는 아귀에 대한 설명과 전국 매스컴 ‘맛자랑 멋자랑’에 오르내린 기사와 사진, 이 집의 역사를 말해주는 글씨가 빼곡히 붙어 있다.

▲ 마산 전통 아귀찜을 만드는 부엌을 흘깃 훔쳐보다.
ⓒ 이종찬

▲ 아귀찜을 시키면 밥 한 공기와 아귀찜, 동치미 국물이 나온다
ⓒ 이종찬
그 글씨에 따르면 1965년에 이 집에서 초가집이란 간판을 내걸고 아귀찜을 처음 팔기 시작했는데, 아귀찜이 유명해지자 너도 나도 '초가집'이란 간판을 내걸고 아귀찜을 팔았다는 것이다. '진짜', '진짜진짜', '원조', '본가' 란 말들도 다 그 때문에 나왔다는 것이다.

이 집 며느리 박영자씨는 시어머니인 안차수(90) 할머니에게서 아귀찜 만드는 법을 처음 배웠다고 말한다. 그이는 "예전에는 아구가 입모양도 험상궂고 쓸모없는 물고기라 여겨 마산 부둣가에 그대로 버렸다"고 한다. 근데,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어부들이 아귀를 들고 와 술안주로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 오늘의 마산 아귀찜으로 탈바꿈한 것이란다.

"사실 그때 시어머니께서 만든 것은 지금 먹는 아구찜과는 쪼매 달랐지예. 그때 제가 시어머니께서 만드시는 아구찜을 더 맛있게 만들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아구찜에 찹쌀가루 등을 넣고 만들어 보았지예. 그랬더니 글쎄, 그 맛이 정말 좋았어예. 그때부터 제가 만든 아구찜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지예."
"아귀찜을 만들 때 주의할 점은요?"
"아구의 입과 잇빨에 독이 있어예. 아구찜을 만들 때 아구의 날카로운 잇빨에 찔리지 않게 조심해야지예."


마산시 오동동 아귀 골목. 이 골목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게 모두 아귀찜 간판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구찜이라고 씌여져 있는 간판에는 '진짜' '진짜진짜' '본가' '명소'란 낱말이 줄줄이 붙어있다. 모두들 자기 집이 아귀찜의 원조라는 투다. 처음 오는 손님은 정말 어느 집이 마산에서 가장 오래된 진짜(?) 아귀찜 집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 마산 오동동 아귀찜 골목
ⓒ 이종찬

▲ 마산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전통 아귀찜 전문점 '진짜 초가집'
ⓒ 이종찬
이곳 사람들은 '아귀'를 '아구'로 부르고 있다. 간판 또한 모두 '아구찜'이라고 써 있다. 표준말인 '아귀찜'이라고 되어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산MBC 라디오 방송에서도 '아구 할매'란 프로그램이 있다. '아귀'란 표준말을 쓰지 않고 '아구'란 경상도 표준말을 그대로 쓰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 고장 사람들의 자존심을 엿볼 수 있다.

'오동동 진짜 초가집'은 내가 고교를 갓 졸업했을 때부터 마산 아귀찜의 원조라고 여기며 자주 들렀던 곳이기도 하다. 특히 이 집의 아귀찜은 매콤하면서도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양념이 잘 밴 아구맛이 정말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을 느끼게 해준다. 아구살과 콩나물을 젓가락에 한 점 집는 순간 금세 속까지 화끈거릴 정도다.

아무리 추운 한겨울이라도 이 집 아구찜을 몇 젓갈 찍어먹고 나면 그 매콤한 맛 때문에 이마와 목덜미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한다. 하지만 콩나물을 씹을 때마다 나오는 액즙이 매운 맛을 덜어준다. 게다가 밥에 따라 나오는 얼음이 동동 떠있는 동치미 국물도 얼얼한 입속을 시원하게 쓰다듬는다.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그 맛이라고나 할까.

자리를 함께 한 이선관 시인(63)은 미더덕찜과 복어국도 마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깔스러운 음식이라고도 추천한다. 하지만 마산에서는 아무래도 아구찜이 한 수 더 앞선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숙취에 심하게 시달릴 때 매콤한 아귀찜을 먹으며 땀방울을 쏟고 나면 속이 확 풀리는 게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다.

▲ 1965년 이곳에서 '초가집'이란 간판을 내걸고 처음 아귀찜을 팔기 시작했다는 안내문
ⓒ 이종찬

▲ 아귀찜의 매콤한 국물에 밥을 비벼 콩나물, 아귀 살점과 함께 먹으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
ⓒ 이종찬
"마산 아귀찜은 매콤하고도 쫄깃쫄깃한 이 아구맛 때문에 사람들 혼을 빼지."
"히야~ 벌써부터 흐르는 이 땀 좀 보세요. 정말 어제 먹은 술이 한꺼번에 확 깨는 것만 같네요."
"막걸리 한 잔 해야지. 원래 아구찜은 막걸리하고 같이 먹어야 제 맛이 나는 거야. 동치미 국물도 좋지만 얼얼한 입속에 촤악 감기는 이 막걸리 맛은 잊을 수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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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아귀찜의 포인트는 덕장에서 잘 말린 아귀 쓰는 것


재료/ 마른 아귀, 멸치다싯물, 콩나물, 찹쌀가루, 미나리, 매운 고추, 붉은 고추, 고추가루, 마늘, 대파, 소금

1.잘 마른 아귀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이 때 마른 아귀를 잘 골라야 살이 쫄깃쫄깃하고 아귀 특유의 고소한 맛을 낼 수 있다.

2.줄기가 적당히 굵은 콩나물을 물에 잘 씻고, 미나리는 잎사귀를 손질하여 5cm 길이로 자른다.

3.매운 고추와 붉은 고추는 어슷하게 썰고 마늘과 파를 곱게 다진다.

4.냄비 위에 무를 깔고, 그 위에 토막 낸 아귀를 올린 다음 물을 적당하게 붓고 푹 찐다.

5.콩나물은 따로 삶는다.

6.냄비에 푹 찐 아귀를 넣고 고춧가루를 얹은 뒤 멸치 다신물을 적당하게 붓는다. 이때 다싯물을 너무 많이 부으면 찜이 질퍽해지므로 조심한다.

7.센 불에서 끓이다가 김이 나면 불을 낮추어 다싯물이 약간 자작하게 남을 때까지 계속 끓인다.

8.잘 쪄진 아귀에 미나리와 매운 고추를 넣고 약간 데치듯이 찐 뒤 찹쌀가루와 양념, 삶은 콩나물을 넣어 골고루 잘 버무려 낸다. /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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