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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부터는 행정청을 비롯한 공기업, 금융기관 등에 제출해왔던 각종 종이증명제도가 폐지될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우리는 전자정부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근 10년 동안 수십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어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전자정부의 가장 큰 목적인 예산의 절감과 정부의 효율성이 제고되기 보다는 오히려 관료기구의 확장과 공무원 수의 증가로 행정효율성은 떨어지고 국민적 부담이 가중되어 왔던 것이다.

각종 종이증명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뒤늦게나마 정부가 문제의 핵심을 바르게 진단한 것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자정부의 조속한 실현과 종이증명제 폐지는 많은 사람들이 수없이 지적해왔던 문제다.

나 또한 중앙일보 디지털국회를 통해 “국가경쟁력, 종이증명부터 당장 폐지해야”(2004.5.25), “이해찬 총리께 드리는 편지”(2004.7.6)를 비롯해서, 대통령께는 “노무현 대통령께 드리는 호소문”을 이메일로 발송하여 전자정부의 가동과 정부구조조정을 간곡히 호소한 바 있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 의하면 주민등록등초본, 인감증명, 호적등초본 등 간단한 종이증명제도 몇 가지만 폐지해도 연간 4조6000억원의 직간접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한다.(중앙일보, 2005.7.21.제2면)

4조 6000억원, 이 돈이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짐작컨대, 이자액까지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총인구의 10%에 해당하는 극빈하위계층 460만 명에게 매월 100만원씩의 생계보조비를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돈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종이증명폐지가 단순히 예산절감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대적인 정부구조혁신을 통해서 공룡조직화한 관료기구를 재정비하고, 공무원사회에 긴장과 경쟁의 분위기 유도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것이며, 정부경량화의 실현으로 국민들의 조세부담을 경감시켜줄 것이며, 경직성 인건비의 절감은 문화와 복지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나라의 살림 규모를 선진국 형으로 바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4조 6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지금까지 매년 4조6,000억원의 돈이 불필요하게 낭비되어왔다는 반증인 것이다. 건국이래. 최악의 불경기라고 하는 지금, 공무원 수는 날로 증가하고, 국민들은 “공무원 먹여 살리려다가 국민노릇 못해먹겠다”는 정부불신이 극도에 달해있다. 이러한 정부불신은 결국 정권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어떤 정권에 비하여 가장 선명한 정통성을 부여받은 정권이라고 평가 받으면서도 왜 가장 불안한 정권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비효율적인 정부기구를 조기에 정리하지 못하고, 공룡조직화한 공무원조직을 방치한 것이 국민적 불신을 자초한 것 그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통계에 의하면 2003년 말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 총수는 공기업, 정부투자기관, 정부예산이 지원되는 관변단체 등의 준공무원을 제외하고도 약 915,946 명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입법부 3086명, 사법부1만 4005명, 헌법재판소 200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73명, 행정부 89만 6576명(중앙57만9448명, 지방31만7131명)인 것을 보더라도 행정부의 비대화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은 3권 분립의 기본적 원리에도 크게 어긋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구조조정과 공무원조직의 해부에 관한 한 가장 훌륭한 집도의는 오직 대통령 한 사람 뿐이다. 대통령의 의지 여하에 따라서 지금 당장이라도 수술이 가능하다. 만약 이 수술만 성공적으로 마친다 해도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하늘을 찌를 것이고, 정국은 자연스럽게 안정될 것이며, 국가경쟁력과 대외신인도는 더 한층 높아질 것이다.

전자정부실현, 이제 이것은 국가존망의 절대적 과제다. 세계가 하나로 움직이고, 거리의 개념이 사라진 디지털 정보화시대에 불필요한 종이증명제가 존속하고 있다는 것은 천하의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바로 행정의 비대화와 관료기구의 용트림 속에서 기득권을 보장받고자하는 관료들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는 정자정부를 앞 당겨 실현할 수 있도록 더욱 강력히 노력해주길 바라며, 국민 또한 적극적인 성원과 지지를 보내주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중앙일보 디지털국회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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