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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운동부 정상화를 위한 교육인적자원부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2일 학교운동부 관련 '폭력 행위 근절을 포함한 학교 운동부 운영 정상화' 대책 마련에 대한 기본방향으로 '학교운동부 정상화 대책'(이하 대책)이 발표되었다. 5월 27일 발표한 바 있는 '학교체육 혁신방안'에 이은 것으로 학교운동부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대책의 중간 내용으로 보인다.

학교운동부 폭력은 구조적 문제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학생선수 폭력 예방 및 근절 대책'으로서 가칭 '학생선수보호위원회'의 설치, 폭력행위 가해자에 대한 ▲삼진 아웃제의 도입 ▲선수보호 모니터링 프로그램 ▲학생선수 상담 및 신체검사 의무화 등의 방안이 제시되어 있다. 또 다른 한 축인 '학교운동부 운영의 정상화 대책'으로서 ▲운동부 지원 학부모회의 투명성 제고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을 위한 풍토 조성 ▲학기 중 상시합숙 금지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사실 운동부 내의 폭력 행위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선후배 간의 관계는 물론 지도자와의 관계에서도 폭력적 체벌은 일상화 되다시피 하고 있다. 이는 피해학생에게 심각한 인격적 침해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운동부를 포함한 학교체육 전반에 대한 교육적 인식을 심각하게 추락시키고 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운동부에서 이루어지는 기합이나 체벌이 일상적인 것으로 여겨질 정도이며, 특히 학부모는 물론 학생 당사자에게서도 특별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게끔 구조화된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교육부의 이번 대책은 그 자체로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학교운동부 문제의 한 현상으로 드러난 폭력 문제를 가해자에 대한 제재방식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학교폭력 일반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학교운동부에서의 폭력 행위들은 비교육적인 행위들로서 학교폭력의 외연에 속하는 사례들이다. 학교운동부에 폭력 행위들이 일상화되어 있다면, 그러한 폭력 행위를 낳게 하는 근본적 원인에 대한 진단과 치유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학교운동부의 '체육동아리'로의 전환

다행스럽게도 이번 대책에는 근본적 치유방안에 대한 단초들이 들어있다. 그 중 '체육동아리 교류 대회 활성화를 통해 학교운동부 중심 체계를 탈피'하는 것에 대한 내용은 주목할 만 하다. 현재 운동부의 폭력 행위를 포함한 복잡한 문제들은 사실상 대다수의 일반학생들을 소외시킨 채 소수의 운동부 학생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온 엘리트체육 체제로부터 파생되고 있다. 현재 소수 정예화 된 운동부 육성 방식으로는 운동 적성과 재능이 고려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일반학생들의 운동 욕구를 소외시키고 그들의 숨은 재능과 특기를 사장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의 의도대로 '체육동아리 교류 대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먼저 단위학교의 체육동아리 활성화를 위한 여건이 선재되어야 한다. 매년 시도교육청이나 단위교육청에서 시달되는 '권장'정도의 수준으로는 단위학교에서 관심을 갖기 어렵다. 활성화 단계에 진입을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정책적․인위적인 유인책이 지속되어야 한다.

예컨대 교육부 수준에서 체육동아리 시범학교 사업 확대 전개, 체육동아리 활성화 운동의 전개, 체육동아리 우수학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체육동아리 담당 우수교사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의 방안이 일선 학교의 체육동아리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체육동아리가 학교마다 만들어지고 이어서 학교 간 대회 등을 통해 붐이 조성될 경우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는 봇물 터지듯이 전개될 것이다. 이제껏 입시교육에 치어 마음껏 활동할 수 없었던 대다수의 학생들, 그리고 학교운동부의 훈련에 치어 마음 놓고 공 한번 제대로 찰 수 없었던 많은 학생들에게 체육동아리는 학교생활의 신선한 활력소가 될 것이다.

체육동아리 활성화를 통한 엘리트체육의 전환 모색

그러나 체육동아리를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는 단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학교운동부 중심 체계를 탈피'한다는 이번 대책의 문구와 같이 이 나라의 엘리트체육의 전환기는 체육동아리 활동을 통하여 많은 학생들을 스포츠활동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시작될 수 있다. 그 동안 학교운동부를 통한 소수의 인재양성 체계에 의존했던 엘리트체육 양성시스템은 체육동아리에 참여하는 모든 학생들 가운데 적성과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발굴하게 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엘리트체육 양성 체계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체육동아리는 참여와 탈퇴의 자율성을 기본으로 하는 만큼 기존의 운동부와 같은 인위적·강압적 훈련방식을 상상할 수 없다. 모든 활동은 정규 학교활동 이후에 이루어지며, 흥미와 관심이 참여의 기본 전제가 되고 참여자의 열정과 능력, 그리고 참여도가 운영의 기본이다. 이런 점에서 선후배간의 폭력 행위, 지도자의 폭력적 체벌 등 기존 운동부의 폐쇄적 운영에서 기인한 문제들은 원천적으로 가능할 수 없다.

개혁주체의 주도면밀한 추진 필요

사실 이런 점에서 체육동아리는 기존의 학교운동부 운영에서 나타난 수많은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적 모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가령 그 동안 학교운동부 운영에 쏟아부었던 막대한 학교예산과 학부모들의 발전기금 등 예산 문제와 운동에만 전념하도록 하고 있는 특기자제도와 그로 인한 학습권 침해, 합숙 훈련의 문제 등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운동부 체제가 수 십 년간 지속되어 온 현실을 개선하기란 그리 만만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교육부를 비롯한 학교체육 개혁 당사자의 주도면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교육부의 이번 대책은 학교운동부 체제의 개선을 지속시키는 가운데 점차적으로 체육동아리의 활성화를 통한 학교체육 체제의 전환을 통해서 보다 근본적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그리하여 그 동안 마치 '운동기계'와 같이 운동에만 매몰되어 온 운동부 학생들에게 학교활동 및 교과활동의 기회를 갖도록 해주고, 입시교육에만 매몰되어 온 대다수의 일반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체육활동의 기회를 열어주는 학교체육의 새로운 전환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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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분야와 학교체육, 그리고 학교운동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현상과 그 배후의 구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언젠가는 변화해야 하고 또 변화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비판적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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