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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입시경쟁의 과열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개혁의 최대 과제가 입시경쟁 교육의 병폐를 해소하는 것에 있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합의된 문제의식으로 보여진다. 그중에서 학교 운동부 문제는 입시교육의 병폐와 함께 학교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심각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 교육이 대학진학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학교운동부 역시 특기자제도를 통하여 대학진학의 수단으로 전락해 있다.

학교운동부는 학교안의 '섬'

사실 그 동안 운동기능의 향상만을 추구해온 학교운동부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즉 수업 등의 학교활동 결손에 따른 학습권 박탈, 혹독한 훈련, 비인격적 지도방식과 안전사고의 문제들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학교운동부 문제의 근본 원인과 이를 치유하기 위한 해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다. 천안초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사건, 전북체고 레슬링 선수의 훈련 중 사망 사건, 최근 일련의 구타사건 등을 비롯한 수많은 사건들이 모두 학교운동부 문제에서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런데 요즘같이 개인의 인권이 강조되는 민주사회에서 어떻게 이러한 반인권적 현실이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어느 세대보다 자유분방하고 남에게 강요받기 싫어하는 요즘 학생들의 행동방식으로 볼 때, 다소의 강압과 통제를 수반하는 학교운동부 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리라고 판단된다. 사실 요즘 대부분의 일반 학생들은 운동부 활동에 거의 무감각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그들에게 운동부 활동은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학교의 '섬'이다.

반대로 운동부 학생에게 있어서도 다른 학교활동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넘어서 관심 밖의 일이다. 왜냐하면 상급학교에 진학해서 계속 운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교과 성적이나 학급활동 등의 학교활동이 아니라 높은 경기력을 입증하는 대회실적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운동부 활동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유로운 학창시절을 포기한 채 운동에만 전념해야 하는 제도적 조건이 있는 것이다.

구조적 원인으로서의 대입 특기자 전형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이 나라의 살인적 대입경쟁과 마찬가지로 학교운동부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진학을 위한 특기자 자격을 얻기 위해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한다. 일반학생들의 현실적 학교교육의 목표가 대학진학, 그것도 명문대 진학에 있듯이 대부분의 운동부 학생들에게 있어서도 대학진학은 현실적 목표이다.

문제는 일반학생들의 경우 비록 획일적․주입식이긴 하지만 학교의 교과과정 내지 학업과 관련된 지식습득의 경쟁인 반면, 운동부 학생들은 운동기능을 통한 경쟁이다. 즉 운동부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대학진학에 필요한 경기실적을 얻기 위한 운동기능의 향상이 최대과제인 것이다. 세부적으로 볼 때, 수시전형에서 체육계열 학과의 특기자 전형이 경기실적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학교운동부 학생들은 경기실적 위주의 대입 특기자 전형에 종속되어 학생으로서 가져야 할 학습기회와 다양한 학교활동을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운동만을 강요하는 체육특기자 전형의 경기실적 일변도 전형방식은 오늘날 학교운동부의 여러 문제들을 낳게 하는 근본적 원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운동부 학생들이 정규학교활동에 모두 참여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오전수업만 하거나, 심지어 수업을 전폐하고 하루 종일 운동만 하는 경우를 쉽지 않게 볼 수 있으며, 학급활동을 비롯한 여타의 학교활동 참여는 불필요한 것으로 취급되기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학교운동부 관계자들이 모든 학교활동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도록 하는 원인에는 운동만 잘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는 특기자 전형방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오직 운동만 잘하면 자동적으로 대학진학에 특혜를 주는 사례를 찾을 수 없다. 나아가 대학에 진학해서도 운동만 잘하면 자동적으로 졸업할 수 있는 느슨한 교육과정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 또한 없다. 그런데 이 나라의 대학은 운동만 잘하면, 아니 다른 학교활동은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운동만 해서 특기자 자격만 얻으면 대학진학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학업성적 반영하면 공부하며 운동하는 학교 운동부로 전환될 것

이제 대학에서 학교운동부의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이 나라의 체육인 양성에 진정성으로 함께 하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학교운동부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개별 대학은 물론 대학교육협의체 차원에서, 그리고 교육부 차원에서도 체육특기자 전형에서 학교활동 및 학업성적의 실질적 반영 기준을 최소 50% 정도만이라도 비중을 둘 수 있도록 한다든지, 또는 수능자격 기준을 5등급 이상으로 실질적으로 높이는 노력을 통해 운영한다면 이 나라의 운동부는 운동일변도의 현실에서 당장이라도 벗어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입시전형만이 아니라 대학교육의 과정에서도 운동부에 중심을 둔 생활이 아닌 정규 교육과정에 중점을 둘 수 있는 내실화가 이루어지도 해야 한다. 대학은 운동선수를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 이 사회의 지식과 양식을 가진 지성인을 길러내는 곳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대학입시의 특기자 전형 개선과 대학 교육과정의 내실화만이 운동기능에만 매몰된 학교운동부의 문제점들을 개선할 수 있으며, 운동부 학생들의 정상적 학교활동 및 학습기회를 부여하게 해주는 실질적 조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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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분야와 학교체육, 그리고 학교운동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현상과 그 배후의 구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언젠가는 변화해야 하고 또 변화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비판적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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