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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관련 부동산정책이 대단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그 문제의 핵심에 대한 올바른 진단과 처방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가 잘못 내린 부동산정책 네 가지

첫째, 무주택 세대주의 진정성에 관한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보통사람들은 '집 없는 서민'이 무주택세대주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정부도 주택정책의 우선 순위를 무주택세대주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옳을까? 대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 주택 관련 부동산정책의 허점은 바로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8억 짜리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는 무주택세대주와 8천만원짜리 연립주택에서 사는 유주택세대주를 비교해 볼 때 누가 더 서민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대답은 들어보나마나 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무주택세대주인 전자는 아파트 청약의 우선 순위를 갖지만 후자는 집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청약순위에서 밀리게 된다. 또한 같은 무주택세대주라도 전자는 충분한 전세자금의 확보로 판교와 같은 '로또아파트'를 소유할 수 있지만 몇 천만원 전세에 사는 무주택세대주는 아애 꿈도 꾸지 못한다.

따라서 무주택세대주를 위한 신도시건설, 아파트공급이라는 것은 '집 없는 서민들의 내집마련을 지원한다'는 정책목표를 완전히 벗어나 버리고 마는 것이다. 세금 부담에 있어서도 전자의 무주택세대주는 주택과 관련한 어떠한 세금도 부담하지 않지만, 후자의 유주택세대주는 주택의 취득과 관련한 등록세, 취득세 등을 부담하고, 주택의 보유와 관련한 재산세 등의 세금을 부담하고 있으니 대단히 불공평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이러한 불공평을 시정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주택의 소유 유무만을 판단하기 보다는 재산의 총액과 소득의 정도를 비교하여 일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세대주를 아파트 청약 우선순위에 배정하고, 조세의 부담 또한 경감하거나 면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생계형 다주택 소유자를 부동산 투기꾼으로 간주하여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금중과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공간인 주택을 대상으로 투기를 일삼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데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다주택 소유자 모두가 부도덕한 투기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예를 들어 소형주택에 사는 자가 좀 더 넓은 평수로 옮기기 위해 10여 평 정도의 아파트 두 채를 더 사서 이를 임대하고 있는 경우, 그리고 이들 주택을 모두 합한다고 해봐야 실거래가 3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 이를 부동산 투기꾼으로 내몰 수 있겠는가?

투자는 자기 능력과 자기 판단에 의해 이루어지며 그 결과는 모두 자기에게 귀속 되는 것이다. 투자의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 되지만 투자의 손실에 대해서는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현실에서 다주택 소유만을 이유로 징벌적인 세금을 중과한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더욱 IMF경제위기 당시 미분양아파트 해소를 위해 2주택 이상을 취득하여 임대사업을 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각종의 세제 해택을 제시했던 정부가 이들마저 투기꾼의 반열에 올리는 것은 잘못된 부동산정책의 대표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6억 미만의 주택소유자에 대한 적정과세의 취지에 맞게 다주택 소유자라도 소유주택의 총액합산제를 도입하여 거래와 보유에 관한 세금을 차등 부과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주택을 취득하여 임대사업을 하는 자가 해당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적정 과세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부동산경제도 나라경제의 중요한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이 사람의 기초생활에 필요한 특수한 상품이기는 하지만 생산과 유통의 과정을 거쳐 수요와 공급을 충족시키고 이윤을 발생하게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반상품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지금의 부동산정책은 부동산의 생산과 유통을 아애 차단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산과 유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보니 부동산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계가 막막하고, 나라 경제가 일대 혼란에 빠지고,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수밖에 없다. 즉,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으로 시장기능이 상실되고 그 결과 정부와 국민 모두가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주택 관련 부동산조세에 원본불가침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원본불가침의 원칙이란 생활의 기초가 되는 원본, 즉 생산의 기본이 되는 자본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지 말라는 원칙이다.

근대경제학의 세원에 관한 논의 중에는 소득과 재산 중 어느 것을 세원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점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원본불가침의 원칙은 자본 또는 재산을 침식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세원의 발굴은 소득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재산 자체를 세원으로 하는 재산세는 실질적 재산세 또는 자본과징에 해당되어 세원 자체를 고갈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임시적으로만 부과해야 한다는 자본주의의 고전적 원칙인 것이다. 그런데 주택 관련 부동산 조세 중 보유와 관련된 부동산종합세 등은 단지 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고액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 자체만으로도 자본의 동원능력과 자본의 유동성에 따른 이윤을 취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한다 해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거주하는 주택은 그 가격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주택 그 자체만으로 소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며, 이에 대해서도 신중한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부동산정책은 서민생계와 직결

결론적으로, 주택 관련 부동산정책은 서민생계와 직결된다는 점을 절대 유의하여야 한다. 전체 노동자 중 건설산업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자는 1천만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자의 대부분은 주택건설과 관련한 일당노동자 이거나 영세한 하도급업자라는 점에서 주택 관련 부동산정책은 서민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주택 관련 부동산정책은 일관성을 상실하고 중심 없이 표류해 오면서 서민들의 고통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IMF경제위기 당시 미분양아파트의 취득을 적극 권장했던 정부가 이제는 무거운 세금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나, 주택의 가격이나 평수, 당첨 횟수나 주택의 거래 횟수, 주택의 용도 등을 따지지 않고 주택의 보유 사실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부불신의 대표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각종 세금을 가중 적용하겠다고 하니 선뜻 주택을 취득하려고 하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고, 주택을 취득하려는 사람이 줄어들게 되니 건설업자는 주택을 지으려 하지 않고, 주택을 지으려하지 않으니 일할 사람이 필요 없게 되고, 일할 사람이 필요 없게 되니 건설일용노동자들의 생계가 막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주택의 생산과 공급이 위축되다보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수입이 줄어들어 살림의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고, 살림의 규모를 줄이게 되다보니 도시기반시설 확충이나 주민복리사업 지원에 많은 차질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주택 관련 부동산정책은 그 적정성 여하에 따라서 파생적 효과가 엄청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고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우선적으로 무주택 세대주의 진정성에 관한 문제를 명확히 정리해야 할 것이며, 주택의 취득과 관련한 조세감면체계를 단순화해야 할 것이며, 국민주택규모 이하의 주택을 생애 최초로 취득하는 경우에는 취득관련 조세를 완전 면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이의 보유와 양도 시에도 그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민심이 호응하고 서민경제가 안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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