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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칠일(三七日)을 보내며….

아기가 태어난 지 세이레가 되는 21일까지의 기간은 외부인의 출입을 자제하고 바깥출입도 자제한다고 합니다.

'삼칠일'이라고 하는 기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삼국유사의 단군신화에서 "웅녀가 마늘과 쑥을 먹고 삼칠일만에 사람으로 환생, 환웅과 혼인하여 국조(國組) 단군을 낳았다"라는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여기저기 주워들은 지식으로는, 삼일일이란 신생아의 입장에서 아기가 어느 정도의 면역력을 가지기까지의 기간으로 이 기간 동안에는 외부 사람의 접근이나 바깥출입을 삼간다고 합니다. 산모 역시 출산하기 삼칠일(약 21일)전부터 몸의 기능이 출산에 대비해 변화가 시작되고, 출산 후 21일 동안 몸의 기능이 대부분 되돌아오는 기간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삼칠일' 기간에는 산모나 아기에게는 절대 안정과 휴식이 필요한 것입니다. 아내가 아기를 낳은 지 오늘이 꼭 '삼칠일'이 되는 날입니다. 그동안 병원과 조리원에서 힘들게 산후조리를 하면서 찾아오는 손님들도 참 많았습니다. 손님들의 입장에서는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쁜 발걸음이었지만, 산모와 아기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힘든 기간이 되었을 것입니다.

특별히 이 기간 동안 아기와 산모를 보고 싶어도 행여 힘들어 할까봐 찾아오지 못하는 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 초보 아빠로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데, 회사일 덕분에 아기를 볼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아빠로서 아기의 자는 얼굴만 구경한 적이 너무 많습니다. 아내에게 '노력안하는 초보 아빠'라고 매일 구박을 받지만 나름대로 터득하고 배운 것이 조금 있습니다.

그래도 초보 아빠로서 아기의 입 주변을 손가락을 건드렸을 때 무엇인가 먹으려고 입을 움직인다면 배고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모유나 분유를 먹은 후에는 반드시 트림을 해야 토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찬 공기에 노출되어 딸꾹질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울리거나 물을 마시게 하는 것이 한 방법이라는 것도 배웠습니다.

물론 다른 아빠들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실력이지만, 앞으로 점점 아기에게 점수를 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어느 누구보다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기가 먹는 것과 자는 것은 그나마 봐줄만 하지만, 우는 것은 아내의 말로는 '끔찍하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기의 의사 표현이 우는 것 하나이기 때문에 무엇 때문에 아기가 우는지를 짐작해야 하는데, 초보 엄마와 아빠로서는 아무런 이유 없이 떼를 쓰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 행복이의 식사시간... 행복이에게도 행복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행복한 시간...
ⓒ 이인배

▲ 식사시간이 끝나고 배불러서 자는 시간...
ⓒ 이인배

▲ 행복이의 우는 시간... 장난 아닙니다...
ⓒ 이인배
매일같이 아기와 전쟁을 치르는 아내가 행복이에게 새롭게 지어준 별명은 '보라돌이'라고 합니다. 배가 고파서 울다 보면 얼굴이 보라색으로 변할 정도로 운다고 합니다. 그런데 모유와 분유를 먹고서 배가 부르고 잠이 든 모습은 너무나도 평온한 얼굴입니다.

▲ 행복이랑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있는 처제들... 이날 밤에 행복이가 밤새 울어서 한숨도 못잤다고 합니다...
ⓒ 이인배
아내는 나에게 아기랑 한번 같이 자봐야 아기보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를 합니다. 그런데 나로서는 유리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일단 나는 잠이 들면 옆에서 아무리 시끄럽게 해도 쉽게 일어나지 않는 독특한 잠버릇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나에게 앞으로 밤에 편하게 잘 수는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 아기가 낮에 자고 밤에 깨는 것이 너무도 야속할 때가 금방 오게 될 것이라고….

▲ 자는 모습은 천사같죠...
ⓒ 이인배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 한겨레, 미디어다음, 시골아이고향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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