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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13일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스페인어과 학생들의 졸업시험 결과 공지 화면. 스페인어과의 해당 교수는 일각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응시생을 모두 탈락시켰다.
ⓒ 외대 스페인어과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난 11월 13일 치러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 스페인어과 졸업시험에서 응시생 52명이 모두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탈락한 응시생 모두 합격 기준에서 단 1점이 모자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객관식도 아닌 서술형 시험에서 학생 전원이 39점이라는 같은 점수를 받고 시험에 탈락하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한 것.

이처럼 모든 응시생이 같은 점수로 탈락해 재시험 판정을 받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자 해당 학과장실에 항의가 빗발쳤다. 그러나 담당 조교 역시 당황스럽다는 반응만 보일 뿐이었다. 더욱이 학과장실에서는 어떤 해명도 하지 않았다.

학과에서는 재시험 일정(11월 23일)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재시험을 준비하라는 공지만 했을 뿐이었다. 학생들은 시험 답안과 채점관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지만, 학과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BRI@이에 분노한 학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학과장실에서는 채점을 담당한 교수가 누구인지만 알려줬다. 이후 스페인어과 학생들은 해당 시험을 감독한 교수를 직접 찾아갔다.

학생들은 담당 교수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응시생 전원이 탈락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채점 과정에서 부정답안지를 발견한 담당 교수가 이를 문제 삼아 응시생 전원을 탈락시킨 것.

물론 부정행위자를 어떻게 제재할지에 대한 재량권은 교수에게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한 학생의 부정행위 때문에 응시생 전원을 탈락시킨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취업과 진학을 준비하며 시험에 성실하게 임한 다른 학생들이 한 학생의 부정행위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학생들 "왜 성실하게 시험 본 사람까지 탈락해야 하나"... 침묵하는 교수들

▲ 2006년 12월 11일, 스페인어과 졸업 시험 사태와 관련해 사실 규명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한국외국어대학교 캠퍼스 곳곳에 부착됐다.
ⓒ 권봉관
학생들은 시험 담당 교수와 면담하는 과정에서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서울캠퍼스뿐 아니라, 한국외대 용인캠퍼스 스페인어과 학생들도 같은 시험에서 응시생 전원이 탈락했다는 것. 또한 그 해당 교수는 서울캠퍼스에서 응시생을 모두 떨어뜨린 바로 그 교수였다.

왜 한국외대 서울과 용인 캠퍼스 스페인어과 졸업시험 응시행 전체를 탈락시켰는지 학생들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졸업시험에서 두 캠퍼스의 응시생 전원이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해당 학생들은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졸업시험에 실패하면 취업이 취소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재시험을 통한 졸업 구제의 길이 열리기는 했지만, 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높을 수밖에 없다.

취업을 앞둔 긴장된 상태에서, 어이없는 이유로 졸업시험까지 탈락해 얻은 정신적 고통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어과 학생회는 12월 11일, 믿을 수 없는 이 사태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사과를 요구하는 대자보를 학내 곳곳에 부착했다.

이번 사태를 그냥 스쳐 지나가는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게 학생들 분위기다. 교수의 시험 재량권을 존중하지만, 그 재량권이 그렇다고 해서 이번처럼 성실하게 임한 학생들까지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해 해당 교수나 학과장실에서는 어떤 공식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학교 당국자들은 지금이라도 진상을 조사해, 이번 졸업시험을 담당한 교수에게 실수가 있다면 그 책임을 철저히 묻고 이번 사태에 대해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 당사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스페인어과의 해당 교수의 이야기를 듣고자 15일부터 여러 차례 연구실로 전화 연결을 시도하고 19일 오전 해당 교수에게 이메일도 보냈으나, 20일 오후까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교수들,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인터뷰] 스페인어과 4학년 조수진씨

이번 사태와 관련, 스페인어과 학생회에서 문제제기를 한 조수진(스페인어과 4학년)씨를 13일 만났다.

- 대자보 내용이 모두 사실인가.
"사실이다. 전원탈락이라는 시험결과 공지에 수긍하지 못한 학우들이 학생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확인 결과 모두 사실이었다."

- 서울캠퍼스뿐 아니라 용인캠퍼스에서도 전원 탈락했는데 용인캠퍼스 학생들의 탈락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캠퍼스의 경우 부정행위 때문이라고 담당 교수에게서 직접 들었는데, 현재 용인캠퍼스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담당교수는 교수재량에 관한 문제이기에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또한 학과장은 현재까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

- 용인캠퍼스와 서울캠퍼스의 이번 시험 담당교수가 같은가. 또한 용인캠퍼스 학생회에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나.
"두 캠퍼스의 이번 시험 담당교수는 같은 사람이다. 용인캠퍼스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문제제기하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

- 졸업시험에서 탈락한 학생 중 취업 등과 관련해 실제로 피해를 본 학생이 있는가.
"아직 취업에 불이익을 받은 사례는 없다. 그러나 한 학생은 재시험 다음날 대학원 시험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대학원 시험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학생은 그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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