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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매출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싼 신화가 퍼져나가고 있다. 과연 인터넷 쇼핑몰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 인터넷 쇼핑몰 사장을 꿈꾸는 17세 소녀의 관점에서 인터넷 쇼핑몰 신화의 허와 실에 대해 알아 보았다... 기자주

▲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인터넷 쇼핑몰 창업에 관한 질문들.
ⓒ 네이버
2007년 1월 28일, 나의 꿈

나는야 꿈 많고 호기심 많은 17세 명랑소녀. 올해부턴 고등학생이구나. 아, 앞으로 난 뭘 하면 좋을까? 공부는 별로 재미없고 소질도 없는 것 같아. 그냥 빨리 돈을 많이 벌어서 우리 엄마 아빠 용돈도 드리고 내가 사고 싶은 것도 마음껏 사고 싶어.

아, 나도 인터넷 쇼핑몰이나 시작해 볼까? 지난번에 텔레비전 보니까 인터넷 쇼핑몰로 몇 억씩 벌었다는 사람도 나오던데... 내가 원래 옷이나 신발 같은 거에 관심 정말 많잖아. 내 친구들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 진짜 많이 사니까 정말 잘 되지 않을까? 그냥 홈페이지 만드는 법 좀 배우고 물건 사다가 조금 비싸게 팔면 되겠지. 자본금도 많이 필요 없을 거야. 내일부터는 다른 쇼핑몰 운영자 사업 선배님들 찾아다니며 여쭤 봐야겠다. 아, 왠지 마음이 홀가분한 걸.

2007년 1월 29일, 악! 충격

방학인데도 모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깨끗하게 단장하고 애용하는 '스윙걸즈(www.swing-girl.tv)' 쇼핑몰의 길경우 기획실장님을 만나러 갔어. 인터넷 쇼핑물 창업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여쭤 봤지. 그랬더니 실장님은 대뜸 왜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하고 싶으냐고 하는 거야. 그래서 솔직하게 성공하고 싶다고 했더니 실장님은 껄걸 웃으면서 이런 얘기를 해 주셨어.

'스윙걸즈' 같은 보세의류 쇼핑몰이 하루에도 50~60여 개 생기는데 대부분 6개월까지 가는 경우가 드물다는 거야. 그래, 성공하는 사람이 있으면 실패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지. 한 번 정도의 실패는 나도 감수하고 있었다고. 다 듣고 난 후에 얼른 질문했지. 그럼 텔레비전에 나오는 몇 억씩 돈 버는 사람들 얘기는 뭐냐고.

근데 실장님 얘기가, 대부분 몇 억이라고 하는 건 매출액이지 순이익은 아니라는 거야. 물론 매출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익이 높아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돌아오는 순이익까지 높아지는 건 아니라는 거야.

매출이 1억이라고 해도 마진율이 30%면 순이익은 3천만 원. 거기다 매출액의 10%인 부가세 내고, 직원들 인건비에다 사무실 관리비까지 내는 거지. 인터넷의 '오픈마켓'이라면 등록 수수료도 내야 하고 사람들한테 홍보도 하고, 매번 바뀌는 새로운 아이템 들여 오려면 또 돈이 필요하대. 더군다나 나처럼 인터넷 쇼핑몰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져서 가격 경쟁이 붙다 보니 결국에는 쇼핑몰 운영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거야. 내 얼굴에서 실망한 기색을 읽었는지 강한 기업이 되면 된다고 말해 주셨지. 자신만의 아이템이나 가격 경쟁력(구매력), 브랜딩 파워(충성회원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대.

펫사랑(www.petsarang.co.kr) 길민주 기획팀장님은 인터넷 쇼핑몰 운영도 오프라인 사업체와 똑같다고 하면서 몇 가지를 잘 알아둬야 한다고 했어. 어떤 아이템으로 승부를 볼 것인지, 어떻게 홍보해서 사람들을 오게 할 것인지 또 어떻게 해서 사람들을 재방문하게 할지 등등 말이야. 어휴, 인터넷 쇼핑몰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박 나는 건 아니구나. 내일은 또 다른 쇼핑몰 운영자님을 만나봐야지.

▲ 억대 매출 쇼핑몰 신화가 확산되면서 인터넷 쇼핑몰로 유입되는 인구는 점점 늘어가고 있다. 특히 예전처럼 홈페이지를 별도로 만들지 않아도 되는 오픈 마켓 방식이 도입되면서 그 문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사진은 오픈 마켓의 대표주자인 G마켓 홈페이지.
2007년 1월 30일, 쉽지 않은 사업

어제 들은 얘기에 많이 실망했지만 난 열심히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이번엔 신발마트(www.sinbalmart.com) 운영자인 안수민님에게 물어봤어. 같은 여자라 그런지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더라고.

그래서 얼른 어제 들은 얘기가 맞는 거냐고 물어봤어. 사실은 진짜라고 믿고 싶지 않았거든. 그런데 안수민님도 실제로 그렇다고 하는 거야. 매출은 많은데 순이익이 별로 없다는 거야. 사람들이 쇼핑몰 운영을 쉽게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방송에서 매출이 많다고만 해서 그렇다나. 또 보기에도 쉬워 보여 쇼핑몰을 시작할 수 있는 진입장벽도 낮다는 거야. 요새는 예전처럼 홈페이지도 만들지 않고 오픈마켓으로 하는 경우도 많잖아.

그래서 도대체 뭐가 그렇게 어렵냐고 물어봤지. 그랬더니 길경우 실장님과 똑같이 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져서 그렇다는군. 가격 경쟁은 심화되고 똑같은 광고비를 투자해도 옛날처럼 효과가 많이 안 난다는 거야. 나 같은 어린 학생마저도 시도하니까.

그런데 안수님민 말로는 나 같이 어린 학생들이 인터넷 쇼핑몰 업계를 더 힘들게 한다는 거야. 어린 학생들은 평생 직업으로 삼기보다는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고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나. 그래서 조금 하다가 잘 안 되면 금방 포기하고, 그래도 이익은 내야 하니까 다른 쇼핑몰보다 가격을 더 내리는 거지. 마진은 조금 줄어도 이익이 나게끔 말이야. 그러면 소비자들은 낮아진 가격을 보고 사게 되고 결국 같은 물품을 파는 다른 쇼핑몰들은 손해를 본다는 거야.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거지. 정말 깜짝 놀랐어. 여태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거든.

특출한 아이템이 아닌 기존에 있는 것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시작한다면 차라리 안하는 것만 못하다고 하더라고. 이미 그런 시장은 포화상태라는 거지. 나처럼 하려는 사람도 많고 이미 들어와 있는 사람도 많대. 그래서 몇 억대 매출이라고 해도 속을 들여다보면 진짜 이익은 별로 많지가 않대.

아, 난 또 인터넷 쇼핑몰은 그나마 쉽게 돈 벌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 매일 인터넷에 떠도는 쇼핑몰 대박 신화, 정말 꼼꼼히 뜯어 봐야겠어.

쇼핑몰 폐업률 22.5%, 5인 이하 사업장이 91.4%
인터넷 쇼핑몰 시장은 지금

▲ 전문 쇼핑몰 업체는 늘어났지만 매출은 자금력을 앞세운 종합몰이 앞서고 있다. 사진은 인터넷 쇼핑몰 창업을 도와주는 한 업체의 홈페이지.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 사업체수는 2001년 1865개, 2003년 3242개, 2006년 11월 4524개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문몰 사업체 수는 2001년 1592개에서 2006년 4279개로 약 3배 가량 증가했다. 반면 종합몰은 2001년 273개에서 2003년 416개를 기점으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2006년 11월 현재는 245개가 있다.

통계청의 전자상거래통계조사보고서(2005)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소자본, 저비용만으로도 시장 진입이 가능한 전문몰의 구축이 활성화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업체 수와 매출 규모는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종합·전문별 거래액을 보면 전문몰이 3조 2606억원, 종합몰은 7조 4150억원으로 종합몰이 전체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대형 종합쇼핑몰이 인지도와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이버 고객 확보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종사자규모별 사업체 수는 5인 이하 사업체가 3981개로 91.4%를 차지한다. 종사자가 1명에 불과한 사업체도 전체의 절반이 넘는 2144개로 나타나(2005) 진입·퇴출이 빈번한 사이버쇼핑몰의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전자결제전문기업 이지스효성이 자사의 온라인 지불대행서비스 올더게이트 고객 및 자체 시장조사 및 분석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발표한 2006년 온라인 쇼핑몰 폐업률 및 창업비용 관련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6년도 쇼핑몰 폐업률은 22.5%. 이는 전년도 하반기 폐업률 19.0%에 비해 3.5%포인트 증가해 5개 중 1개꼴로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통계청의 전자상거래 규모 첫 100조원 돌파 발표에도 실질 소비심리의 영향을 받는 기업-소비자간(B2C) 전자상거래 분야의 생존 환경이 더 악화됐음을 나타내는 수치라고 회사 측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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