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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건축설계다. 이 건축설계를 기본바탕으로 전기, 기계 등 설비설계와 인테리어설계가 이루어진다. 실제 건물을 지을 때는 건축골조 자체가 인체의 뼈에 해당한다면 전기설비는 핏줄, 기계설비는 근육에 해당한다.

건물의 규모가 커질수록 건축골조를 기본으로 한 설비설계와의 조화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통상 아파트나 고층건물은 엘리베이터실 공간외벽으로 설비시설이 집중된다. 지하에는 전기실과 기계실이 있어 이 시설들을 통제하고 관리한다.

설비시설 가운데 특히 핏줄에 해당하는 전기시설은 상대적으로 더욱 중요하다. 피가 흐르지 않으면 생명을 잃듯 전기가 없는 건물, 더 나아가 우리의 일상은 생각할 수 없다. 반면 공기의 소중함을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듯 전기에 대한 우리의 인식 또한 다를 바가 없다.

건축과 함께 해온 120년 전기의 역사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시내 미나토구 토라노몬 거리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이곳은 130년 전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온 곳이라고 한다. 당시로선 신문물이나 마찬가지인 전기가 들어오면서 일본의 경제와 사회는 더욱 크게 발전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전기가 처음 들어온 것은 120년 전인 1887년이다. 경복궁에 처음 전기가 들어 온 이후 1898년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회사인 한성전기가 설립되었다. 이후 전기는 우리의 일상과 떨어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거대한 송전탑이나 변전소 등의 건물은 한때 전자파 등의 영향을 우려한 주민들의 집단민원과 터부시로 인해 도심지에서는 간혹 퇴출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수종말처리장 등 사회구성에 꼭 필요한 시설임에도 자기지역내 건설만은 반대하는 님비현상(NIMBY·not in my backyard·지역이기주의)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요즘엔 도심지를 중심으로 기존의 송전용 철탑을 없애고 송전선을 지하로 매설한 지중선을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민원제기 등 해당지역내 단독변전소 시설을 위한 부지확보가 어려운 경우, 주상복합건물 등 복합건물 내에 변전소를 설치하기도 한다.

변전소는 높은 전압으로 전기를 받아 이를 낮은 전압으로 낮추어 해당지역내 전기가 필요한 곳에 나누어 주는 설비다. 최근 서울도심지의 경우 증가하는 전력수요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몇 개의 동단위 규모로 주상복합건물 등에 154kV(15만4000볼트)급의 변전소를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전력공사에 의한 변전소공사는 국가기간시설로서 전력산업기본법에 의한 중장기계획에 의해 실행되고 있다. 서울시내 복합건물내 설치하는 복합변전소 건설은 서울전력관리처에서 주관한다. 변전소 전용부분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보통 복합건물의 지하 2개층에서 3개층에 걸쳐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 서울 한 자치구에 위치한 154kV급 변전소 규모
ⓒ 유태웅

▲ 지역적인 여건에 따라 이만한 규모의 변전소가 복합건물 지하에 설치된다.
ⓒ 유태웅

▲ 한국전력공사의 154kV 변전소
ⓒ 유태웅

강남의 유명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에도 지중 변전소 설치

서울 강남의 경우, 강남구 테헤란로 변에 있는 굴지의 기업 본사건물 지하에도 154kV급 변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또한 도곡동에 위치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고급주상복합아파트 지하에도 이러한 변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전소가 일반인들에겐 여전히 전자파와 관련해 일종의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5년 11월에 완공되어 입주한 성북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분양계약 당시 지하에 154kV급 변전소가 있다는 것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입주자들이 계약포기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분양계약서상에는 특기조항에 지하에 변전소가 있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분양계약자들은 당시 이를 눈여겨 보지 않았던 것.

이 주상복합아파트 건물은 지하5층 지상 15층 규모로 지하3층에서 지하5층까지 순수 전용면적만 4297㎡ 인 154kV급 변전소가 설치되어 있다. 전체건물에서 변전소가 차지하는 부분이 26.87%, 업무근린생활시설이 29.35%, 아파트가 43.78%를 차지하고 있다.

▲ 최근 154kV변전소가 설치된 서울시내 한 주상복합아파트건물
ⓒ 유태웅

도심 재개발 등에 따라 향후 전력수요 증가와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서울 도심지에 건설예정인 154kv급 변전소는 앞으로도 꾸준히 건설될 예정이다. 건축법상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주상복합아파트를 비롯한 일반복합건물내에도 건설이 가능한 이같은 사례는 시사해 주는 바가 많다.

일단, 일반건물내에 유치되는 이러한 변전소는 전자파 등의 영향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판결사례가 있다. 대다수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도 154kV변전소에서 측정될 수 있는 미세한 전자파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전제품에서 발생하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입주자나 건물입주자들은 사전에 자신의 건물지하에 무슨 설비가 있는지 사전에 점검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엔 분양계약서상의 특기조항 등을 자세하게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때론 건축허가를 얻은 해당 건축도면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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