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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운 직업' 중에 하나는 도서관 사서다. 물론 상상하는 것과 실제 종사자들의 직업환경이나 처우는 다를 수가 있다. 그러나 평소 책을 좋아하고 도서관이라는 특유의 공간감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을 볼 때,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이 어떤 직업보다 끌리는 것은 사실이다.

문자향(文字香) 서권기(書卷氣)라는 말도 있지만, 이러한 문자의 향기와 서책의 기운을 맡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좋은 책을 읽으면 기운이 솟는다'는 말이 있듯, 동서고금을 막론한 주옥같은 책들이 보관되어 있는 도서관엔 예나 지금이나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이 도서관이 오는 4월 12일부터 18일까지 제43회 도서관주간을 맞는다.

도서관 주간을 맞이해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공공도서관은 현재 전국적으로 500여 개가 있다. 공공도서관(Public library)이란, '공중의 정보이용, 문화활동 및 평생교육을 증진하기 위하여 설치한 도서관'을 말한다. 올해도 각 공공도서관 마다 모범이용자 선정, 독서왕 선발, 인형극 공연 등 다양한 공연과 전시회가 열릴 예정이다.

서울시내 10개 구립도서관은 지난 3월 15일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던 열람실을 오후 11시까지 연장하고, 자료실 이용시간도 기존 8시에서 10시까지 개방시간을 확대하기로 했다. 낮 시간에 도서관 이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직장인 등이 퇴근 후에 도서관 자료실 등을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 미디어자료실은 수 십여 종의 잡지 간행물들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 유태웅

▲ 주말오후,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다감하다.
ⓒ 유태웅

▲ 영상시대를 맞이해 다양한 분야의 DVD들을 무료로 대출받을 수도 있다.
ⓒ 유태웅

▲ 공연장은 지역단체 문화행사에 임대해 주거나, 매주 공개 영화상영 등이 마련된다.
ⓒ 유태웅
요즘엔 도서관 기능이 다양하게 변하면서 단순히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문화공간으로서의 구심점 역할을 감당하기도 한다. 전통적인 문화교실은 물론, 문화적인 이슈에 적절히 대응하는 기획행사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도서관을 친숙한 공간으로 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들이다. 지역단위로 '숨은 듯 알게 모르게' 자리한 구립도서관이나 기타 공공도서관을 찾아보면 의외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도서관도 지역적으로 인접해 있는 지역주민에게는 좋은 문화공간으로 활용되지만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있는 지역주민들에게는 단지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004년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는 인구 10만 명 당 1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는 통계가 공개된 적이 있다. 이는 미국(인구 3만 명 당 1개), 일본(5만 명 당 1개)의 경우에 비교해 볼 때 크게 뒤떨어지는 수치다.

▲ 서울시내 한 아파드단지내에 있는 관리사무소 건물
ⓒ 유태웅

▲ 관리사무소 2층에 부녀회가 운영하는 단지내 도서관과 독서실이 운영되고 있다.
ⓒ 유태웅

▲ 작은 미니도서관이지만, 꾸준한 운영으로 지자체에서 우수도서관으로 선정했다.
ⓒ 유태웅
최근 지자체로부터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된 한 아파트단지내 도서관은 부녀회가 운영하는 것으로 단지내 관리사무소 건물 2층에 자리하고 있다. 부녀회 사무실에 책장을 설치해 분야별 책들을 보관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수요일마다 해당 단지내 주민들에게 책을 대출해 주고 있다. 사무실 한쪽엔 아담한 독서실을 꾸며 놓아 자녀들이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도록 시설을 마련했다.

이같은 사례는 공공도서관의 계속적인 확충도 중요하지만 이와 연계해 지역주민들 삶의 현장과 밀접한 이러한 작은 규모의 도서관 기능을 보완하고 확충해 나가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개인적으로 드는 '낭만적인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아파트 단지를 건설할 때 아예 아파트 단지 내에 작은 규모의 도서관을 계획하는 것은 어떨까.

▲ 1999년에 신축된 서울시내 한 구립도서관
ⓒ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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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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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관리사무소 건물을 확충해 이곳에 처음부터 제대로 된 열람실이나 자료실 공간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운영은 입주민들이 자발적인 주최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 지역주민에 밀착한 이러한 작은 규모의 도서관들을 지자체 단위의 공공도서관과 시설운영이나 프로그램, 문화행사 등에 있어 긴밀하게 연계하는 방안이다.

또한, 건설업자들은 건설업자들대로 대단위 아파트단지를 분양해 그저 이윤만 챙길 생각을 버리고 그 이윤 가운데 일부를 이러한 시설 건립에 기여하는, 기업 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가치를 처음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요즘엔 동사무소마다 작은 독서공간을 마련한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아파트 단지뿐만 아니라 일반주택단지에도 이러한 공공시설을 리모델링해 미니도서관으로서의 그 기능을 확대할 수 있는 건축적인 아이디어와 운영시스템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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