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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비밀리에 추진 중인 예체능 내신 제외 정책이 수면 떠올라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교육부는 올 초 예체능 교과의 평가방식 전환을 통한 내신 제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 정책이 지난 2월 말 새 교육과정 고시 후에는 전면에서 사라져 버렸다.

비밀리 추진 중인 예체능 내신 제외 정책

'체육·음악·미술 교육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교육부에서 예체능 교과 내신제외 연구용역을 교육과정평가원에 맡기려 했다. 그러나 연구담당자가 결과를 미리 정해놓은 연구를 할 수 없다며 거부하자, 할 수 없이 한국교육개발원(이하 개발원)에 비밀리에 용역을 주었다는 것.

특히 연구담당자 선정 등을 완전히 비공개리에 추진했을 뿐 아니라 얼마 전 중간 연구결과가 나온 후 정책화를 위한 협의 또한 철저히 비공개로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더구나 예체능 내신 제외 논의가 공론화되는 것을 최대한 줄이고 신속히 정책을 추진하려는 교육부의 비합리적·비민주적 태도다.

공대위 관계자는 "공론화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체능 내신 제외 논의를 진행하고자 5월 31일 EBS '토론카페' 프로그램에서 다루고자 했다"면서 "반대 기류가 형성되자 교육부가 EBS 토론카페를 취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예체능 내신 제외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공개토론회를 제의한 상태다. 토론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심층적인 분석과 대안이 도출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워낙 비밀리에 추진되어 온 정책인 만큼 교육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 과정이 개선되어야만 정상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입시교육의 원인이 예체능 교육?

▲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받고 있는 중학교 학생들(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사실 교육 정책 당국에서 진정으로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자 한다면 학습 부담의 본질인 국·영·수 등의 주지 교과에 대한 부담과 이들 교과의 성적을 높이고자 들어가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예체능 교과의 평가방식을 전환하는 것이 본래 교과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논리 역시 비교육적인 의도라고 밖에 볼 수없다. 주지 교과는 물론 모든 교과는 개인간의 상대 평가와 동시에 개인의 성취 수준에 따른 절대평가를 병행할 수 있다.

상대적인 우열을 가르는 국·영·수 교과와 관련된 경시대회가 있는 것처럼 예술·체육에 관련된 대회가 있으며, 교과 교양의 수준을 판단하기 위한 평가 또한 모든 교과에서 적용될 수 있다. 따라서 특정교과만의 평가방식을 달리한다는 것은 전혀 교육적 논리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예체능 교과의 평가방식만을 달리한다는 것은 입시경쟁 교육의 과열 상황이 빚어낸 대단히 현실적인 아이디어일 뿐이다. 그것도 입시경쟁 교육의 과열을 빚고 있는 본질적 요소인 주지 교과의 과열 경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입시경쟁 교육을 더욱 과열 상황으로 몰아갈 위험천만한 정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예체능 교과는 입시경쟁 교육의 과열 속에서 오히려 주변교과로 취급되어 왔다. 아직도 입시를 준비한다는 미명 아래 예체능 수업을 수능 준비나 주지 교과 등 자율학습으로 대치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생들의 주지 교과에 대한 부담은 더더욱 가중되고 있다.

예체능 내신 제외는 입시교육 과열로 이어져

또한 대학입시에서 예체능 교과의 내신반영 비율은 예술계열이나 체육계열 학과에서조차 반영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실정이다. 여기에 올해부터 외고에 내신 반영률이 높아진다고 하여도 주지 교과의 경우에는 대부분 가중치를 주기 때문에 예체능 교과의 반영률은 사실상 미미하다. 그리하여 문제의 본질은 극히 미미하게 반영되는 교과조차도 과외를 시킬 정도로 치열해진 입시경쟁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예체능 교과조차 과외 시킬 정도의 계층 수준은 어쩌면 우리나라의 망국적 입시경쟁을 부추기는 계층이다. 그 정도면 주지 교과는 이미 어느 정도로 해왔을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내신 반영을 하는 이유는 과외를 통해서 습득된 학습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학교교육의 교과활동과 다양한 비교과활동 등을 충분히 학습한 결과를 보기 위함인 것이다.

이제 교육 당국은 학생들의 학습부담과 사교육비 문제의 본질을 예체능 내신전환이라는 아이디어로 호도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교과 본래의 평가방식이라고 할 때, 예체능 교과와 주지 교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전인교육을 추구하는 학교교육의 교과교육이라는 동일한 측면에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입시경쟁 교육의 문제는 졸속적인 아이디어 수준의 정책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다. 우리 교육의 본질적 문제가 입시교육에 있는 만큼 현실 문제의 본질과 정직하게 대면하는 교육 정책에 대하여 고민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병호 기자는 전국체육교사모임 소속 교사입니다.


태그:#예체능, #내신제외, #교육부, #예술, #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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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분야와 학교체육, 그리고 학교운동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현상과 그 배후의 구조에 깊은 관심을 갖고, 언젠가는 변화해야 하고 또 변화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비판적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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