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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茶 한 잔에 담은 산야초 이야기> 겉그림
ⓒ 웅진윙스
한갓진 곳보다 사람이나 가축이 다니는 길에 잘 자라는 질경이는 밟히고 찢기면서 쓸모없어 보이지만 약초 전문가들은 이 풀을 극찬한다. 인삼이나 녹용 못지않은 훌륭한 약초라 우리 조상들은 민간요법, 구황식물, 밥반찬으로 아주 유용하게 써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몸에 좋기로 이만한 풀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쓰임새가 다양하다.

질경이는 다양한 효능만큼이나 이름도 다양하다. 마차가 다니는 길가나 바퀴자국이 난 곳에 잘 자란다고 하여 차전초, 차과로초, 차전채라고 불린다. 길옆에 잘 자란다고 하여 길짱구, 길장귀라는 이름도 있다. 잎 모양이 개구리의 배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배부장이, 배짜개, 빼뿌장이로도 불린다.

이 밖에도 부이, 질경이, 대차전, 차피초, 야지채, 차화, 뱀조개씨, 마제초라는 이름이 있는데, 한 식물에 붙여진 이 많은 이름은 그만큼 질경이가 사랑받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야 잡풀로 외면하고 마는 질경이라지만 옛사람들은 사랑하고 아끼던 약초이다. 오죽하면 '죽은 사람을 보게 해주는 풀'이란 전설까지 생겼으랴.

어떤 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자 꿈속에 나타나 한번만이라도 보게 해달라고 백일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그랬더니 기도 마지막 날에 머리칼이 하얀 노인이 나타나 "인간세계와 영계의 법도가 엄연하거늘 어찌 보고 싶어하는가?"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꼭 한 번만 보고 싶다고 애원하자, 제삿날에 질경이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불을 밝히면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노인이 하라는 대로 하자 과연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났는데, 퉁퉁 불고 썩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나 아무 말 없이 원망스럽게 쳐다보더니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죽은 사람에 대한 마음을 끊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그 사람은 이렇게 해서 비로소 정을 끊을 수 있었다나! 이때부터 이미 죽은 사람을 보고 싶어 오매불망하는 사람에게 '질경이씨 기름으로 불을 켜라'고 말해주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이는 질경이씨 기름이 저승에 있는 사자도 불러 올만큼 영혼을 맑게 한다는 뜻에서 나온 전설일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산에서 정신 수련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마음을 맑게 하기 위해 질경이 씨앗 기름을 쓰는 사람들도 있다. 조상들은 질경이를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언덕을 쉽게 뛰어넘을 만큼 무병장수한다고 믿었다. 또 간 기능을 활발하게 하고 황달에 효과가 있는 등 여러 가지 병에 만병통치약으로 쓰일 만큼 활용범위가 높다.

"질경이는 훌륭한 약초일 뿐만 아니라 무기질, 단백질, 비타민, 당분 등이 많이 들어 있는 영양가 높은 산나물이기도 하다. 옛날부터 봄철에 나물로 즐겨 먹었고, 삶아서 말려두었다가 묵나물로도 먹었다. 소금물에 살짝 데쳐 무치기도 하고, 기름에 볶기도 하며, 국거리로도 일품이다. 질경이 잎은 쌈을 싸먹어도 맛있다. 흉년에는 질경이 죽을 쒀 구황식품 역할을 했다. 질경이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메밀국수를 반죽할 때 함께 넣으면 국수가 잘 끊어지지 않는다." - 책속에서

우리 땅, 우리 조상들이 약차로 음용하던 우리의 전통 차 재현

몇 년 전 저자 전문희의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이야기>가 세간의 시선을 끈 적이 있다. <야생초 편지>(황대권)가 우리에게 흔히 잡풀로만 알고 있는 야생초들도 어엿한 식물이요, 몸에 좋은 먹을거리임을 알게 했다면, 저자(전문희)의 산야초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풀들이 우리 몸을 살리는 약초임을 알게 한 것이다.

저자는 어머니 간병을 위해 10여 년 전 지리산으로 들어가 야생초들을 차로 만나면서 몸으로 직접 느끼고 터득하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이야기>에 우리 몸을 살리는 산야초를 계절별로 분류, 채취하고 만드는 방법을 조목조목 설명하여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덕분에 건강을 찾은 이들이 어디 한둘이랴.

저자는 지금은 자신의 경험을 함께하는 '건강을 위한 산야초차 모임'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리산에서 직접 채취한 산야초로 백초차, 칡꽃차, 쑥차, 감잎차, 으름차, 연잎차, 인동초차, 뽕잎차 등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이런 녹록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온 책이다.

질경이차는...

[차 만들기]
①봄부터 여름까지 뿌리째 채취해 흐르는 물에 잘 씻어준다.
②물기를 뺀 후 적당한 크기로 썰어 가마솥에 덖어내거나 물을 끓여 증기에 1분 정도 쪄낸다.
③김을 식히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둔다.

[차 마시기]
건조된 재료 2그램을 다관에 넣고 끓는 물을 여러 차례 부어 우려내 마신다.

[차전차 만들기와 마시기]
질경이 씨(차전차)를 차로 마들 경우에는 여름에서 초가을에 채취해 약한 불에 서서히 볶아 놓았다가 질경이씨 5그램에 물 2리터를 붓고 물이 반으로 졸 때까지 달여 하루 세 차례 마신다.

[효과]
①기침, 안질, 임질, 심장병, 난산, 출혈, 종독 증상에 두루 써옴
②이뇨와 진해, 해독 작용, 변비, 천식, 백일해에는 특효
③질경이를 달여 매일 차로 마시면 천식, 관절통, 위장병, 부인병, 신경쇠약, 축농증에 효과가 있다.
④생잎을 불에 쬐어 부드럽게 해서 종기에 붙이면 좋고 소금에 비벼 아픈 이에 물고 있으면 치통이 멎기도 한다. / 책속에서 정리
책속에는 주변에서 흔히 보는 식물들을 차로 만드는 방법이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아울러, 산야초를 차로 마실 때 알고 있어야 하는 것들과 주의할 점, 식물 이야기를 넉넉하게 실었다. 이런이런 식물들이 몸에 좋다는 것은 들었지만, 어떤 부분을 어떻게 먹어야 좋을지 망설이고 고민해 본 사람에게는 썩 유용한 산야초 지침서가 될 듯하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50여 종의 차는 댓잎차(대나무), 감잎차, 싸리나무잎차, 쑥차, 냉이차, 진달래차, 산수유차, 벚꽃차, 난꽃차, 백목련차, 개나리꽃차, 해당화차, 꽃다지차, 동백꽃차, 제비꽃차, 찔레꽃차, 아까시꽃차, 탱자차, 구기자차, 돌배차, 도토리차 등 대부분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식물로 만드는 것들이다.

대나무 잎이나 싸리나무 잎과 꽃, 닭의장풀은 차로 마실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터라 의외였다. 대나무 잎으로 만든 댓잎차는 정신을 맑게 하고, 닭의장풀차는 비만과 당뇨에 좋으며, 싸리나무잎차는 혈압을 내리게 한다. 이들뿐이랴. 전혀 먹을 수 없을 것으로만 알고 있던 식물들의 뛰어난 약효들은 화학 배열의 생산물인 인공적인 약들을 무색하게 한다.

민들레 역시 차로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민들레차는 커피처럼 맛이 쓰고 색깔도 비슷하여 '민들레 커피'로도 불린다고 한다.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얻어 차로 만들어 마셔볼까? 민들레 커피는 어떤 맛일까? 민들레 노란 향이 날까?

"이번에는 차의 재료를 잎, 전초, 꽃, 뿌리, 열매로 각각 분류해 나름대로 일관성을 갖고자 했다. 이번 책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차의 종류와 제다법을 좀 더 다양하게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그래야 주변의 산야초로도 차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산과 들에서 채취하는 산야초로 만든 차를 소개하다 보니 자연과 생명과 환경에 대한 내 감회와 소견도 함께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비중을 두고 고민한 것은 건강에 대한, 아니 건강을 잃어가는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건강'이라는 단어 하나에 담긴 다양한 의미와 삶의 내용을 진실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 책을 내면서

덧붙이는 글 | <차 한 잔에 담은 산야초 이야기>(전문희 글/김선규 사진/2007년 5월 웅진윙스/1만2천원)


茶 한잔에 담은 산야초 이야기

전문희 지음, 김선규 사진, 웅진윙스(2007)


태그:#차, #전문희, #산야초, #민들레 커피, #질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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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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