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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한편이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광주 5.18에 대한 진실를 알리고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 '화려한 휴가'가 지난 주말 300만 관객을 넘어섰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가 지난 7월 25일 전국 개봉 이후 지난 주말까지 293만여명(영화진흥위원회 통계)의 관객을 모았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가입한 스크린 수는 94%에 이른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에서는 개봉 11일째인 지난 4일에 이미 관객이 300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주말은 여름휴가의 절정기에 이른 시기면서도 그 전주 132만명을 넘어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휴가철, 그래도 <화려한 휴가>는 승승장구

<화려한 휴가>의 관객 동원은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의 구전 홍보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실제 영화관에 들러 취재해 본 결과, 단체로 온 중장년층, 친구들과 함께 온 학생들, 자녀와 함께 관람하는 가족들까지 보였다. '5·18'에 대한 잔인한(?) 영상자료나, 딱딱한 강연보다 이 영화 한 편이 주는 감동과 교육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이 영화 홈페이지에는 주로 10대에서 30대까지 당시 상황을 경험하지 못했던 젊은 층들과 그동안 무관심했던 중장년층은 물론 많은 네티즌들이 감상 글을 남기고 있다. 지난 5일 어느 네티즌 남긴 내용이다.

몰랐습니다.
억울한 역사의 그 날을, 그 분들을, 그 사건을 잊지 않겠습니다.
한 많은 곳.
그곳을 두고두고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가슴 한 켠에 고이 담아두겠습니다


그동안 5·18을 소재한 한 영화 <꽃잎> 등이 있었지만, 이번 <화려한 휴가>를 통해 시대를 넘어 '1980년 5월의 광주'에 대한 의미가 다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이 영화 세트장을 찾는 관객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

광주 첨단지구 광주과학기술원 뒤편 토지공사 부지에 들어선 세트장에는 지난 5월 5·18 관련 행사 때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민군 체험' 행사를 벌였고 영화개봉 이후 평일 500여명, 주말·휴일에는 2000여명이 꾸준히 찾고 있다. 이 세트장이 들어선 이후 이미 5만여명이 이 곳을 다녀갔다.

5만여명 영화세트장 찾아 '5·18 간접체험'

▲ 광주과학기술원 뒷편 부지에 들어선 영화세트장에는 최근 관람객들이 늘고 있다.
ⓒ 최경필
▲ 세트장 상무관 앞에 놓인 택시. 주인공 민우가 몰던 택시일까?
ⓒ 최경필
이 영화세트장은 당시 사료와 사진 등 고증을 거쳐 실측의 80%에 가깝게 제작했다. 23만1000㎡의 부지에 메인건물 25개 동과 부속건물 7개 동이 들어서 있다.

전남도청 앞 광장과 금남로 거리도 그대로 재현해놓았다. 전남도청·상무관·전일빌딩·수협건물·YMCA·광주관광호텔 등 당시 건물과 점포 상호까지 그대로 옮겨놓은 것. 당시 시내버스와 택시·진압부대 및 시민군 장갑차 등 군용차량까지 영화촬영 당시 사용했던 그대로 세트장 도로에 비치해놓고 있다.

영화 장면 중에 주인공 민우(김상경 분)가 몰던 포니 택시도 있고 간호사 신애(이요원 분)가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금남로 거리로 달려나갈 때 탔던 응급차도 있다. 민우가 진압군인과 총격전을 벌일 때 택시회사 사장 박흥수(안성기 분)가 몰고 나와 민우를 구해주던 청소차도 총탄자국과 함께 '금남로' 도로 한편에 세워져 있다.

영화를 보고 이 곳을 찾는다면 영화 속 장면들을 다시 되살리면서 생사를 넘나들던 27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간접체험을 할 수 있다.

도청 앞 광장에서 진압군과 시민들이 대치하며 "전두환은 물러가라"고 외치던 그 함성과 어둠이 깔린 새벽 신애가 "우리들을 잊지 말아달라"던 애타는 목소리도 들리는 듯 하다. 그 날의 아픔과 80년대 금남로의 추억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화려한 휴가>의 순제작비가 100억원이었는데, 이 세트장 제작에만 30억원이 소요되었다. 영화제작기간에도 제작비가 부족해 스태프진들이 단역으로 출연할 정도였다고.

세트장 부지의 임대기간은 내년 3월 15일까지이고 현재는 토지공사 소유부지이지만, 광주과학기술원의 학부과정 부지로 사용할 계획이다.

안내표지판도 없어 관광객 불만

▲ 어린 자녀들과 함께 찾아온 가족이 진압군의 짚차에 올라보고 있다.
ⓒ 최경필
▲ 고증을 거쳐 점포 상호까지 1980년 5월을 재현해 놓았다.
ⓒ 최경필
이 세트장에서는 그동안 <화려한 휴가> 외에도 이미 2편의 영화가 촬영되었고 앞으로도 영화촬영뿐만 아니라, 역사관광테마 학습장으로도 계속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광주 진압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의 고뇌를 다룰 영화 등 5·18을 소재로 한 영화만 5편이나 기획되고 있어 임시로 설치한 영화세트장의 보존에 대한 광주시 등 지자체의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내가 세트장을 둘러본 지난 주말에도 세트장에는 가족·친구들과 함께 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하지만 세트장을 찾는 안내표지판이 없어 찾는 이들의 불편과 불만이 높다.

현재 이 세트장은 광주광역시 북구 오룡동 1-2번지로 광주 북구청 관할 구역이지만,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지자체에서는 일반직원 1명이 둘러보고 갔을 뿐 아무런 조치나 지원이 없는 상태.

전국 각지에서 드라마나 영화세트장 유치에 앞장서고 있는 실정을 볼 때,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는 광주광역시나 북구청의 무관심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날 세트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이다. 영화사에서 설치한 안내 펼침막마저 불법광고물이라는 이유로 철거했을 정도.

영화세트장에서 만난 L(56·광주시 비아동)씨는 당시 26세로 시민군으로 참여했다면서 예전 그대로 잘 만들어 놓은 것 같아 감회가 새로웠다고 회상했다. 영화감상 소감에 대해서는 "영화가 주로 시내중심가에서 벌어진 사건들만 그려놓은 것이 아쉽다. 당시 시내보다 외곽에서 더 많이 죽었고 시민군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주던 모습 등 많은 부분들이 표현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L씨는 정부에서 공식발표한 사망자수도 믿을 수 없다며 당시 양동다리 밑에 50여명의 이른바 '양아치'들이 있었는데, 진압된 이후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은 사실은 무엇으로 설명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지자체 무관심...역사교육장으로 활용해야

▲ 당시 도청 앞 상무관 전경(왼쪽)과 금남로 YMCA건물 전경.
ⓒ 최경필
현재 영화세트장은 제대로 된 출입구는 물론이고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이 세트장을 관리하고 있는 영화사 관계자는 "아직 임대기간이 남아 있어 세트장을 관리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 활용방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며 "당시 금남로 거리를 그대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5·18정신을 살리는 공동체정신 교육장과 각종 문화행사 등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광주광역시 관련 부서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고, 광주과기원의 사용계획이 잡혀 있어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영화의 흥행을 떠나 우리 현대사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고 그날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되살릴 수 있는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도청 앞 광장과 금남로 거리는 당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변모해버렸다.

그동안 각종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이 고구려부터 일제강점기 시대까지 재현해놓은 곳은 많지만, 70·80년대의 현대사를 소재로 재현한 곳은 드물다.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할 '광주 5·18정신'의 온전한 계승과 효과적인 교육효과를 위해서라도 이만한 세트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 한 편이 주는 감동을 넘어 그 시대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1980년 5월의 광주를 올바르게 알리고 간접적으로 체험하며 공감할 수 있는 장치를 되살리는 것이 5·18국립묘지에 안장된 희생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 될 것이다.

▲ 전일빌딩 전경(왼쪽)과 영화에서 신애가 의사와 타고 나왔던 응급차.
ⓒ 최경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월간 <뉴스라이프>에도 송고했습니다.

영화세트장 가는 길은 광주 비아인터체인지에서 첨단지구로 진입→광주과기원 정문을 지나 좌회전→다시 좌회전 하면 좌측에 있습니다. 광주과기원 뒷편 부지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태그:#화려한 휴가, #5.18, #영화세트장, #광주, #첨단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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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어용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세월호사건 후 큰 충격을 받아 사표를 내고 향토사 발굴 및 책쓰기를 하고 있으며,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인생을 정리하는 자서전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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