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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7일) 오랜만에 점심을 먹었다.  


저녁 7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인드라망 교육센터에서 화, 금요일 마다 있는 제21기 불교귀농학교에 가야했기에, 하루 한 끼 식사를 미리 해둬야했다. 가을부터 비쩍 말라가는 몸을 생각해서, 하루 두 끼의 식사를 할 생각인데 어제는 미쳐 도시락을 준비해오지 못했다.

 

아무튼 학생들이 모두 점심식사를 끝마친 오후 2시께 학생식당을 찾아갔다. 늦은 점심을 먹고 나와서는 가을을 맞이하는 비가 내린 뒤, 여름이 가는 파란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 벤치에 앉았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지내는 터라, 잠시 이런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늘 자신에게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하기 쉽지가 않다. 아직 한 낮은 태양은 따가웠다.

 

아카시아 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인 혈기왕성한 학생들의 재잘거림과 힘내어 짝을 찾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어울려 들려왔다. 잔디에 들어가지 못하게 쳐 놓은 줄 울타리를 따라 놓인 벤치 위에는 '의자는 잘못 없다'라는 표식들도 붙어있었다.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티저 포스터처럼 보였다.

 

▲ 의자는 잘못없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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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줄 울타리 위에 날개를 축 늘어뜨리고 소리 없이 앉아있는 잠자리와 조우했다. 뜨거운 여름날 하늘을 힘차게 비행하던 잠자리의 날개는 많이 지쳐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도 날아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좌우로 돌리기를 반복할 뿐이었다. 오랜 비행의 고단함 때문인 건지, 이제 생을 마감할 때가 찾아와서 그런 건지 잠자리의 생기를 느낄 수 없었다. 생명의 순환계에서 제 몫을 다하고 이제 땅으로 돌아갈 날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은 오늘(8일) 일터에 나와 영상 편집하면서, 어제 불교귀농학교에서 연구공간 수유_너머의 이진경님이 말한, 자연과 지구의 순환계, 생태계를 모조리 파괴, 착취하는 휴머니즘에 도취된 인간과 잉여가치에 대한 무차별적인 증식을 감행하는 '암세포' 같은 자본의 권력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모든 생명체 안에서 발생하는 생명능력, 순환의 이득을 화폐로 변환시켜 이를 가공, 착취하는 자본에 저항하는 힘찬 날갯짓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함께. 힘차게 하늘을 날아오르는 잠자리처럼. 자유롭게...

 

▲ 여름날 멋진 비행하던 잠자리여! 안녕!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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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거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잠자리, #비행, #여름, #가을,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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