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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감천에서 만난 가을풍경 광명시 목감천 주변에서 만난 가을풍경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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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 뭘그렇게 따세요?"

"쪽 나무에요."

"쪽나무요. 그건 무엇에 쓰시게요?"

"하얀바지가 있는데 거기에 쪽빛물감을 들이려고 그래요."

 "이게, 그 쪽빛물감이에요? 그런거 보면 못쓸 풀은 하나도 없네요."

 

참 신기했다. 이름 있는 꽃나무가 아니면 모두 쓸모없는 잡초인 줄만 알았는데 이름 모를 풀속에 있는 쪽빛나무가 바로 그 쪽빛물감을 들인다는 것을 난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그는 TV에서 물감 들이는 것을 방영해 한번 해봤더니 잘 되기에 또 하려고 쪽빛나무를 따러 나왔다고 한다.

 

지난 17일 주말에 내리던 비가 그치고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었다. 가을볕이라 그런지 한낮에 햇살은 무척 따가웠다. 내가 광명시로 이사온 지도 50일이 되었지만 아직 내가 사는 동네가 어떤지 잘 알지 못한다. 하여 동네를 알고 싶어 집을 나섰다.

 

제일 처음 집 앞에 있는 목감천을 따라갔다. 목감천은 아주 평화롭게 흐르고 있었다. 광명시 앞을 흐르는 목감천을 따라 개봉동 목감천까지 산책하였다. 그 목감천은 천호동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따가운 햇살과 바람이 부는 상쾌한 날에 짝짓는 나비, 억새풀, 나팔꽃, 유홍초, 능소화 등을 만났다. 컨테이너 박스에 하얀박꽃과 주렁주렁 열리기 시작하는 예쁜조롱박도 만났다. 산책길 옆에 코스모스도 하늘하늘 거린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도 만났다. 유쾌하게  하이킹을 하는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사진기를 꺼내자 손을 흔들며 바람처럼 내앞을 지나간다. 길가에는 비둘기들도 가을마중을 나온 듯했다.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새 서울 개봉동까지 왔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흐르는 물이 깨끗해보였다. 그 개울물에는 돌로 만든 징검다리가 보였다. 그곳을 건너려고 가까이 갔다. 건너기 전에 그곳 풍경을 찍었다. 그런데 갑자기 저 건너편에 있던 사람이 소리소리 지른다. "뭘 찍은 거예요?" 그 말을 듣자 난 갑자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그곳을 건널 수가 없었다.

 

금세라도 그가 나있는 쪽으로 건너 올 것만 같았다. 난 그사람을 찍은 것이 아닌데 사진을 확인해보니 그 사람이 찍혔다. 그 장면을 지우고 싶었지만 당황한 나머지 지우는 기능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징검다리만 다시 찍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그 상황을 면하고 싶어 옆에 있던  코스모스를 찍기 시작했다. 앞뒤등 돌아가면서 몇방을 찍었다. 그도 나의 마음을 알았을까? 그대로 가버리고 말았다. 내심 안심이 되었지만 좀처럼 발걸음이 떼지지 않았다. 그는 이미 가고 없었지만  그 징검다리를  건너 갈 수가 없어 오던 길을 다시 가고 말았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황당한 일이었다. 인물사진을 찍을 때면 언제나 사전양해를 구하고 찍어 그런 일이 없었는데…. 다시 한 번 경각심을 갖게 된 사건이었다. 잠시 숨을 몰아 안도의 숨을 쉬고 다시 걸어 집으로 향했다. 오던 길을 다시 가게 된 것이다.  올 때는 보이지 않던 가을풍경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손질 해놓은 작은 텃밭, 호박으로 뒤덮인 뚝방길. 이름모를 가을꽃들이 손짓을 하고 있다. 가을 풍경을 보니 좀전에 있었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어느새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해서 사진을 확인해 보니 그 일이 다시 생각났다. '앞으로 인물 사진 찍을 때는 더 조심해야지' 다짐해 본다.


태그:#목감천에서 만난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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