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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파스 블로그에서 진행한 연극 <난 땅에서 난다> 이벤트에 당첨되어, 5일 대학 때부터 지금까지 10년을 알고 지낸 선배와 함께 연극을 보러갔습니다. 저녁 8시 공연이라 일터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하루 한 끼 식사를 해결하고 대학로로 향했습니다. 아참, 연극 <난 땅에서 난다>는 '스릴러하드코어계몽극'이라는 낯선 장르라고 하더군요.

파랑새극장 앞에서 선배를 만나 티켓을 받아서는 공연장에 들어갔습니다. 어두컴컴한 실내에는 하늘에서 한줄기 빛이 쏟아지듯이 눈부신 조명이 내리쬐고 있었고, 관객들도 많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연극 시작을 알리는 퀴즈를 관객들이 풀고 난 뒤, 조명이 꺼지고 보기에도 어수선하고 지저분해 보이는 무대 위에 불이 다시 켜졌습니다. 무대 위에는 꼬질꼬질한 추리닝 차림으로 타자기 앞에 걸터앉은 한 남자와 다리를 꼬고 요염한 자태를 풍기는 여자가 잔뜩 폼 잡고 있더군요. 그렇게 '의외성 No.1' 연극의 스토리는 전개되었습니다.

연극 <난 땅에서 난다>는 밑바닥까지 떨어졌지만 인기 작가를 꿈꾸며 허름한 지하방에서 기거하는, 유통기한이 지난 빵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작가'와 그의 머릿속 작품 속에서 만들어낸 가공의 등장인물 '몬로'와 '자니박', 그리고 작가의 삶과 정신을 옥죄는 건물주인 '대령'이 우리 사회의 무겁고 불편한 주제들을 경쾌하고 유쾌하게 풀어준다는 내용입니다. 


사회적 약자에게 기초생활과 복지를 보장하지 않는, 군사정권의 부산물과 살인자들이 아직도 기득권을 손에 쥐고 떵떵거리고 살고 있는, 감시와 검열, 통제, 강요된 의식화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먹고 살기 위해서라며 양심과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과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보여줍니다.

 

특히 퇴역했지만 군복을 입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뉴타운과 재개발을 외치는 국회의원·기업가·유명 문학인사 등을 친구로 둔 기득권의 대변자 역할을 하는 대령에 힘없이 저항하려 발버둥치는 작가의 모습에서는 왜 이 연극을 '계몽극'이라 했는지 알게 됩니다. 작·연출가의 말처럼 '가벼우면서 즐겁고, 진지하면서도 무겁고, 실험적이면서 파격적인 연극의 색깔을 규정할 수 없는 모습'들을 관객들에게 전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부조리나 문제들에 대한 인식이 없는 관객들에게는, 이 연극이 단순히 '혁명'을 외치는 낯선 '이상주의자들의 이야기'로만 들릴지 모릅니다. 노골적인 성적 표현과 욕설이 난무하는 단순한 오락물로만 비춰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연극이 끝나고 사회에 무관심하다는 젊은 관객들도 하나같이 박수치며 환호했습니다. 마치 지하실에서 숨어 살아온 한 작가가 멋지게 각성하고, 이젠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멸종위기의 '작가정신'을 지닌 진정한 작가로 변한 모습처럼. 하여간 연극의 소재나 내용이 너무나 의외였기에, 그 의외성이 또 다른 재미를 주었습니다. 연극에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해주었고요. 배우들의 연기도 정말 훌륭했습니다. 짝짝짝!

 

▲ 의외성 No.1, 연극 <난 땅에서 난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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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정아씨 사건으로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던(?)' 기득권이라 불리는 각계각층이 가진 추한 모순과 부조리, 비리들이 드러났는데...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하고 있는 이들은 이 연극을 보셨으면 하네요. 


태그:#난땅에서난다, #공연, #연극, #기득권, #사회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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