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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아이건강국민연대와 함께 '한국의 아이들이 위험하다' 기획기사를 내보냅니다. 영양불균형, 가공식품 섭취, 체력 약화, 실내 위주 생활 등으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습니다. 아이들 건강 문제는 이제 손 잘 씻고 이 잘 닦는 옛날식 사고방식으로는 해결할 수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오마이뉴스>와 아이건강국민연대는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들 건강 문제가 폭넓게 논의돼 국정지표로 선정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이번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말]
지금은 과거 어느 시기보다 먹을 것이 풍부하다. 또 위생 상태가 좋아졌고 의료과학이 첨단을 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이들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랜 인류 역사에서 아이들 건강의 핵심은 영양공급과 전염병 예방 그리고 좋은 위생상태였다. 그러나 정보화 사회가 진척되는 21세기 아이들의 건강 문제는 인류가 살아온 지난 시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영양 불균형, 부족한 운동량, 가상 공간 위주의 생활, 환경호르몬을 위시한 유해화학물질의 범람, 과도한 경쟁의식…. 이제 이처럼 새로운 문제가 중심에 놓여있다.

어느 시기보다 풍요한 먹을거리, 그러나...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정보화 사회로 이행하고 있으며 가공식품과 단맛에 길들여져 자연 질서에서 벗어난 먹을거리 문화가 판을 치고 있다. 또 환경도 나날이 오염해 가고 있다.

이러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의 특징 중 하나인 척추에 균형이 안 맞아 척추측만증과 디스크로 고생을 하고 있다. 또 단맛과 가공식품에 길들여져 있어 골밀도가 떨어지면서 골다공증을 예약한 채 자라고 있다. 피는 탁해지고, 근육은 절대적으로 모자라며, 지방의 양이 많아지면서 고혈압·당뇨·암 등 생활습관병을 일찍부터 앓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환경호르몬과 유해화학물질의 범람은 양수를 오염시키고 이것이 탯줄을 통해 태아에게 전이되면서 정신지체아와 기형아를 증가시키고 있다. 유해화학물질은 또 아토피를 비롯해 천식·비염·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등을 일으키며, 소아암과 소아 난치병이 늘어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정자 수 감소와 조기생리가 위 문제들과 결합하면서 아이들은 다음 세대를 잉태하기조차 어려운 신체로 자라고 있다.

덧붙여 정보화 사회의 병리현상인 인터넷 게임중독과 과도한 인터넷을 사용하는 생활습관이 다른 문제들과 어우러지면서 우울증·반사회적인격장애· 은둔형 외토리 등 정신질환을 앓는 아이들도 대거 늘어나고 있다.

밤늦도록 학원을 전전하느라 또래와 충분히 어울려 놀아보지도 못하고, 짬이 있으면 컴퓨터와 TV 등으로 혼자 놀고 온라인게임이 주요 소통 방법인 우리 아이들이 만드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진은 글 내용과 무관합니다)
 밤늦도록 학원을 전전하느라 또래와 충분히 어울려 놀아보지도 못하고, 짬이 있으면 컴퓨터와 TV 등으로 혼자 놀고 온라인게임이 주요 소통 방법인 우리 아이들이 만드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사진은 글 내용과 무관합니다)
ⓒ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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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 년 간 우리나라 아이들이 기근과 전쟁이 일어난 특수한 곳을 제외하고 아이들 건강이 가장 악화된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당장 아이들이 고통을 호소하지 않기에 어른들은 이 문제를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건강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 사회는 재앙을 맞을지도 모른다. 끝모를 의료비 상승, 복지비 과다지출, 노동력 상실과 노동생산성저하, 충동성범죄의 증가 등은 지난 20세기에 있었던 국권침탈, 분단과 전쟁, 오랜 독재 체제만큼이나 우리 사회를 고통으로 몰아갈 사안들이다.

아이들 건강 문제, 국가가 나서야 할 때


문명의 변화 속에서 나타나는 아이들의 건강 악화 문제는 손 잘 씻고, 이 잘 닦고, 영양을 충분히 공급하는 20세기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다. '생명'과 '생태'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 기본구조를 갖춰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를 위해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

'아이들 건강문제를 국정지표로 설정하자'고 하면 국가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것까지 국정지표로 설정하나 하고 반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국가공동체에 대한 이해부족과 아이들 건강이 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건강은 모든 공동체의 당연한 기본과제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공동체는 이미 중병에 걸려있는 위기의 사회라 할 수 있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는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 생명 존엄성 문제 ▲ 한 아이를 건강하게 기르려면 전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동체 연대의식의 문제 ▲ 25%에 불과한 식량자급도 문제 ▲ 화학농업을 생태농업으로 전환하는 문제 ▲ 자연 질서에 어긋난 하이테크 농업에 대한 반성문제 ▲ 식품산업의 질적 제고 문제 ▲ 정보화 사회에서 촉진되고 있는 인간의 식물화와 인간소외 문제 ▲ 학교교육의 근본적 성찰과 혁신의 문제 ▲ 건강 증진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문제 ▲ 환경호르몬과 유해화학물질의 적절한 통제 문제 ▲ 살균 중심의 천박한 과학이 야기하고 있는 변종 미생물 문제 ▲ 물과 공기를 비롯한 환경일반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이 해맑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사회를 물려줘야 하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다.
▲ 들길에서 만난 아이들 이 해맑은 아이들에게 건강한 사회를 물려줘야 하는 것은 어른들의 의무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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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세기인 21세기에는 '아이들이 얼마나 건강하게 자라는 사회'인지가 선진국을 규정짓는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매우 훌륭한 식생활문화와 태교·출산·양육문화 그리고 자연치유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서구를 모방하는 경제개발 지상주의가 우리의 의식구조를 장악하면서 우리 문화의 장점을 살려내지 못해 왔다.

생명의 세기인 21세기에 조상의 지혜와 자연의 질서 그리고 과학문명의 올바른 결합으로 아이들을 건강하게 자라나는 사회를 만들어 낸다면 우리 사회는 지속할 뿐 아니라  인류 문명에 이바지 하는 생명문화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용중 기자는 초등학교 교사로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총장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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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건강과 관련한 기사를 쓸려고 합니다. 정보화 사회로 진척되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병리현상이 자라나는 세대의 건강 문제이고 이 중심에 아이들 비만이 있습니다. 급증하는 아이들의 비만에 대해 심층있는 기사를 써서 널리 알리고 성장기 비만 방어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조력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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