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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수요일 저녁,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성당에서는 아주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공연에 참가한 밴드멤버들은 모두 신부님들이다.

6명의 신부님들이 '우니따스 94'라는 이름으로 신학대학시절부터 매 해마다 정기 공연을 해왔다. 공연을 하면서 여러 단체에 기부했지만 이번 밴드공연의 수익금은 모두 요셉의원에 후원한다고 한다.

요셉의원은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있는 무료진료의원이다. 1987년 8월29일 신림동에서 첫 개원하여 지금까지 노숙자, 알코올중독 환자, 건강보험증이 없는 가난한 환자, 그리고 이 사회에서 소외받고 있는 환자를 무료로 돌보고 있는 의원이다.

요셉의원의 선우경식 원장은 가난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람들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어 얼떨결에 무료사업을 시작하여 20년이 지났다.

또 요셉의원 원무과에서 근무하는 윤은숙님은 "우리 병원은 단순히 몸이 아픈 사람에게 약을 주는 병원이 아니며 알코올 중독환자들이 자활할 수 있도록 돕는 병원입니다. 이 사회가 좀 더 따뜻한 눈길과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였다.

이날 공연은 저녁 7시 30분 제1부를 시작으로 한 번의 휴식시간을 지나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마무리 지어졌다. 신부님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화려한 가창력과 연주 실력이었다.

밴드의 이름 '우니따스'는 라틴어로 '일치'라고 한다. 밴드는 단 한 명이라도 연주에 빠질 경우 그날의 연습이나 공연을 진행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날 기타를 연주한 송재영 신부님은 "그래서 부모님의 초상이 아니라면 연습에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며 웃었다.

일치는 사전적 의미로 '서로 어긋나지 않고 꼭 맞음'이다. 과연 이름대로 그들의 연주는 아름답고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공연의 내용도 좋지만 사회와 화합하고 어려운 이웃과 일치해나가고자 하는 신부님들의 의지가 음악 속에 배어 나오는 공연이었다. 비틀즈의 'Let it be'가 연주될 때는 중년의 부모님들도 함께 따라 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Smoke on the water'도 들렸고 'Wonderful tonight'도 들렸다. "추억만을 간직한 채 떠나기는 너무 아쉬워∼" 조용필의 모나리자가 연주되자 함께 손뼉을 치며 열광하는 관객도 많았다.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많은 아쉬움 속에 공연은 막을 내렸다.

 신부님의 머리위로 십자가가 보이는 무대에서 열렬히 연주하시는 모습 
  성당의 제대에서 미사집전이 아니라 연주를 하시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 기타를 연주하시는 송재영신부님 신부님의 머리위로 십자가가 보이는 무대에서 열렬히 연주하시는 모습 성당의 제대에서 미사집전이 아니라 연주를 하시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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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티셔츠를 입고 연주하시는 신부님  평범한 청년의 모습이다.
▲ 타 남영우 신부님 검은 티셔츠를 입고 연주하시는 신부님 평범한 청년의 모습이다.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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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창하는 오혁신부님의 모습 .
▲ 보컬 오혁신부님 열창하는 오혁신부님의 모습 .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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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의 음악에 맞춰 함께 박수치고 노래하며 즐거워하는 관중들
▲ 함께 즐거워하는 관중들 밴드의 음악에 맞춰 함께 박수치고 노래하며 즐거워하는 관중들
ⓒ 송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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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거리는 가을의 쓸쓸함 속에 무르익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미사가 아닌 공연을 감상하고 성당을 나오는 관객들의 마음 속에는 추억만을 간직한 게 아니라 힘들고 소외된 이웃을 한 번 더 생각하고 일치의 의미를 가슴에 간직하였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SBS 유포터 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송춘희, #압구정성당,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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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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