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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드라마들이 본래 기획의도를 정석대로 밟아가는 드라마가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본인들 입으로 밝힌 기획의도를 아예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어서 제작진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청률도 의식해야 하고, 기획의도도 따라가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어떤 드라마는 기획의도를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 채 굳건히 마이웨이 하는 드라마도 있다. 바로 오현경 컴백작품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눈도장을 찍은 <조강지처클럽>이다.

 

<조강지처클럽>은 오현경 출연과 문영남 작가 작품으로 방영 초기부터 시청률에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방영이 되자 시청자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물론 오현경 개인으로써는 무사히 안방극장에 입성한 듯 보이기는 하지만 시청률은 10% 중반에 머물러 있는 상황.

 

매회 문영남 작가의 특유의 기질이 듬뿍 담겨 있어 매회 내용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전작에서처럼 ‘욕 하면서도 보는 드라마’의 타이틀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 왜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어떠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자.

 

소문난 칠공주 후속작품, 조강지처클럽


문영남 작가는 본인 스스로 전작인 <소문난 칠공주>의 인기에 아직도 취해 있는 듯하다. 출연진만 볼 때는 거의 <소문난 칠공주> 후속 작품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해숙, 박인환, 김혜선, 안내상, 김정진. 이미영까지.

 

전작에 출연했던 문영남 사단이 총출동했다. 여기에 역시 <애정의 조건>, <장미빛 인생>, <소문난 칠공주>에서 줄곧 드라마의 주요 소재로 다루어진 불륜의 이야기가 이번 <조강지처클럽>에서는 극대화되었다.

 

장인 한심한(한진희)과 그의 아들 한원수(안내상), 사위 이기적(오대규)가 모두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한 가족이 모두 바람을 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조강지처클럽>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으며, 매회 다루어지는 내용과 출연진들의 대사는 <소문난 칠공주>를 생각날 만큼 비슷하다.

 

시어머니 안양순(김해숙)아들의 외도에 며느리 화신(오현경) 편을 들어주는 듯하지만 실상 며느리가 이혼을 요구하고 재산분할청구와 양육권을 주장하자 아들 편으로 돌아선다. 그 전에도 이미 아들의 외도를 시댁식구가 모른 척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리고는 며느리에게 “남자가 바람피는 일이 뭐 그리 대수냐? 조금만 참고 넘겨라!”라고 말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이 구시대적인 사고방식 전형을 보여주고, 무조건 참으며 눈물바람을 흘리는 화신의 모습도 시청자들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이 부분은 <소문난 칠공주>에서 남편의 잦은 외도로 맞바람을 피게 된 덕칠(김혜선)의 모습과 흡사하다. 덕칠은 외도로 인해 남편에게 이혼을 당하고, 아버지 나양팔(박인환)의 분노로 친정에 오지 못한 채 방황하는 모습 등이 나와 구시대적인 발상과 불륜 코드가 겹쳐 시청자들의 분노를 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조강지처클럽>에서도 그러한 구시대적인 발상이 줄기차게 등장하고 남편은 외도에 떳떳하고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등 이전의 작품을 그대로 답습하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획 의도는 모르쇠, 내 길을 가련다!


더욱이 <조강지처클럽>은 ‘가족의 진정한 행복과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가 되겠다는 결심을 밝혔지만 전혀 그러한 의도는 찾아 볼 수 없고 선정적이며, 극단적인 장면에 연달아 방영되고 있어 시청자들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조강지처클럽>은 기획 의도를 무시한 채 자신만의 길을 가는 굳건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물론 화신과 복수(김혜선)이 남편의 외도로 복수클럽을 결성해 통쾌한 복수극을 표방하기 때문에 그들의 분노 지수를 높이고자 남편들의 뻔뻔스러움이 부각되고 있는 부분도 십분 이해하지만 ‘정도’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은 기러기 아빠 길억(손주현)을 제외하고는 뻔뻔하고, 이기적이며, 나쁜 남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한심한은 젊은 여자와 재혼에 부부로 살고 있으며, 조강지처 안양순은 여전히 무시하고, 드센 여편네로 치부해 버린다.

 

그의 아들인 한원수는 최고봉이다. 모지란(김정진)이 외도를 하면서 닭살스러운 불륜행각은 차치하더라도 아내 화신에게 자신의 불륜을 사랑을 둔갑해 당당하게 이혼을 요구한다. 아내 화신은 원통한 마음이 들지만 이혼을 거절하고, 이에 “넌 여자도 아니야!”라는 치욕스러운 폭언을 서슴치 않은 인물.

 

그리고는 모지란의 이별 통보를 받자 양복을 입은 채 자신에게 물을 뿌리고 울고 불며 갖은 꼴사나운 행동을 보이며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눈물겨운 로맨티스트가 되어 모지란을 밤새 기다리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아내의 얼굴에 상처를 내며 폭력을 행사하고, 이혼을 요구하는 화신에게 이혼은 하되, 재산을 요구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야비한 모습까지 보여주는 한원수이다. 여기에 사위인 이기적은 어떠한가. 저 잘난 맛에 살아서 아내 복수를 부던히 무시하고, 허리 아픈 아내에게 “운동을 좀 해라!”라고 이야기하는 남편이다.

 

첫 사랑 정나미(변정민)과 불륜을 저지르면서도 줄곧 아내에 대한 죄책감은 없으며, 줄곧 아내를 무시하는 행동과 말은 여전한 그이다. 이처럼 극중 출연진 남자 대부분이 나쁜 남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제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과도한 선정적인 장면(원수와 모지란의 불륜행각), 폭력, 폭언 등이 매회 등장하는 것은 얄팍한 상술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오늘 방송에서 화신의 복수가 서서히 시작되면서 당당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모습이 가시화되고, 이기적의 불륜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예정이지만 당초 기획 의도는 몰라라하고 지속적으로 논란거리를 만들어 이슈화하는 내용은 문영남 작가 자신의 캐리어에 심각한 문제점으로 작용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방송 자체가 15세 이상 관람가를 허용하고 있기에 방송의 내용이 아무리 불륜이라고 해도 선정적인 장면 혹은 폭력적인 장면을 삼가야 하는 의무가 있음에도 그 부분에 대해서 더욱더 친밀하게 그려냄으로써 <조강지처클럽>은 이미 도를 넘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우습게 봤군요!


그런데 논란의 대상도 문제이지만 제작진에게는 논란과 비난의 여론을 애써 무시하고 시청률지상주의를 부르짖고 있는데 그만큼의 시청률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진퇴양난에 빠진 제작진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들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는데도 시청률은 요지부동이다. 10%대 초중반을 오락가락하고 있으니 제작진의 속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사실상 이제껏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의 공식이 실패한 적이 없었다.

 

특히 그 분야에서 도가 튼 문영남 작가 작품이기에 제작진은 방송 초기에 의기양양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논란의 대상으로 갖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시청률은 예전만 못하다. 그 이유는 바로 시청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우습게 봤다는 점이다.

 

사실상 불륜드라마는 식상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여러 드라마에서 많이 다루어졌기 때문인데, <내 남자의 여자>가 불륜드라마를 표방하면서도 인간의 본능과 심리를 탁월하게 그려내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구분이 모호해졌다.

 

불륜드라마에서 외도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을 선악으로 구분해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었는데, <내 남자의 여자>에서 준표(김상중)와 화영(김희애)가 분란을 일으킨 당사자임에도 그들은 악행을 저지르기 보다는 본인들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파국을 맞았다.

 

즉 이러한 드라마를 접한 시청자들에게는 더는 이분법적인 불륜코드가 식상할 뿐이다. 단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자 자극적이면 자극적일수록 시청자들의 비난의 강도만 세질 뿐 시청률을 올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그러한 부분을 파악하지 못한 작가와 제작진은 안일한 태도로써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결국 이러한 태도가 지속된다면 분명 <조강지처클럽>은 논란의 대상만 될 뿐 인기드라마에 반열에 올라설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본인들 스스로 밝힌 기획의도를 한참 벗어난 드라마를 만들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기획의도에 따른 훈훈한 드라마를 만든다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도 모르겠다.


태그:#조강지처클럽, #드라마, #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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