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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숭덩숭덩 큼지막하게 썰어 접시에 한가득 내온다.
▲ 촌스런 횟집의 회 회를 숭덩숭덩 큼지막하게 썰어 접시에 한가득 내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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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화양면의 이름 없는 바닷가 고즈넉한 시골길을 한참을 달렸다. 좁다란 길이다. 차라도 한 대 달려 나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가는 내내 조바심이다. 가막만 바닷가에 자리한 횟집은 가막만 횟집이다.

여수 화양고 교장선생님이 추천한 맛 집, 자연산 횟집이다. 허나 횟감은 바다에서 그날 잡아온 대로 준다. 딱히 정해진 횟감이 없다. 손님은 주인이 내오는 대로 먹어야 한다. 곁들이 음식도 철따라 물때 따라 다르다.

“문어가 나오기도 하고 그라드라고…. 요집 연포탕이 조금 매코롬합니다.”

"요집 연포탕이 조금 매코롬합니다.”
▲ 연포탕 "요집 연포탕이 조금 매코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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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하고 아삭하게 구운 농어
▲ 농어구이 바삭하고 아삭하게 구운 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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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우(48) 선생은 매운맛을 매코롬하다고 표현한다. 그 때문이었을까. 연포탕 국물 맛이 알싸하고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진다. 먼저 선보인 구운 농어는 바삭하고 아삭하다. 참맛이 서려있다. 호박죽의 노란 빛깔은 유난히 선명하고 곱다. 죽이 맑아서 호박즙을 마신듯 싱그럽다. 이따금씩 새알 알맹이가 씹힌다. 

이집은 시골스러운 분위기에 음식마다 깊은 맛이 담겨있다. 어릴 적 고향집의 향수랄까, 뭐 그런 느낌이다. 어머니와 딸, 사위 등의 가족이 함께 운영한다. 대도시에 비해 손님에 대한 친절함은 덜하지만 수더분하고 격이 없어서 편안하다.

밑반찬으로 나온 큼지막한 무김치
▲ 무김치 밑반찬으로 나온 큼지막한 무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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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접 가득한 시원한 바지락국과 상추에 버무려 초무침한 잡어 회무침도 상큼하다. 텃밭에서 따온 푸성귀도 싱싱하다. 배춧잎, 청경채, 쑥갓, 토종 갓이다. 이곳 특산물인 고구마도 도톰하게 썰어 튀겨내 먹음직스럽다. 밑반찬으로 나온 큼지막한 무김치와 통째로 내온 간장게장의 게도 제법 맛있다.

회는 숭덩숭덩 큼지막하게 썰어 접시에 한가득 내온다. 붉은빛이 돌고 밤색무늬가 있는 농어회, 회색빛의 우럭, 흰색의 숭어 뱃살, 흰색에 옅은 노란빛이 도는 놀래미 등 다양한 횟감이 선보인다. 회 접시는 노란 국화꽃으로 장식을 해 국화향기가 가득하다.

큼지막하게 떠 놓은 회는 한 점만 먹어도 입안 가득한 느낌이다. 입에 넣자마자 부드럽게 녹아든다. 그러고 보니 지금이 생선회 철이 아닌가. 역시 회는 산지 바닷가에서 제철에 먹어야 제 맛이다.

이곳 특산물인 고구마도 도톰하게 썰어 튀겨내 먹음직스럽다.
▲ 고구마튀김 이곳 특산물인 고구마도 도톰하게 썰어 튀겨내 먹음직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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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접시에 깐 무우가 이색적이다. 역시 회는 산지 바닷가에서 제철에 먹어야 제 맛이다.
▲ 빈 접시 회접시에 깐 무우가 이색적이다. 역시 회는 산지 바닷가에서 제철에 먹어야 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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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탕의 시원함에 속이 확 풀린다.
▲ 매운탕 매운탕의 시원함에 속이 확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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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의 신선도는 깜짝 놀랄 정도,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은 아마 이럴 때 사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거 장난 아니다. 횟감에는 바다의 신선함이 오롯이 담겨 나온다. 

어종은 매번 달라진다. 가막만에서 잡히는 어종은 다 있다. 복 있어야 좋은 것을 먹는다. 팁 하나. “물칸에 뭐 들었어요?” 하고 사전에 전화 확인을 하고 오면 원하는 생선회 맛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얼큰하게 끓여낸 매운탕은 혀가 아리다. 매운탕의 시원함에 속이 확 풀린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숭덩숭덩, #매코롬, #자연산회, #매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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