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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적으로 각 나라의 도시계획에 '바람의 길 효과'를 반영하는 추세다. '바람의 길 효과'란 도시 대기 상에서 바람이 지나가는 길(흐름)을 추정하고서, 이 흐름에 맞게 건축과 토목계획을 고려(용적률, 건폐율 등의 제한)해 도심의 열섬현상과 대기오염 방지 그리고 시민들에게 쾌적한 바람 등을 제공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러한 '바람의 길 효과'를 가장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도시로는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들 수 있다. 슈투트가르트는 산업화가 한창이던 1960년대부터 대표적인 산업도시로 알려져 있었는데 도시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산업화는 결국 오염도시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에 시당국은 1970년대 후반부터 '바람계획'을 세우고 분지 한복판에 위치한 도시를 둘러싼 천연림인 흑림으로부터 도시로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하여 바람이 흐르는 길목을 파악하고, 바람의 흐름에 장애가 되는 도심개발을 억제하는 등의 노력의 결과, 환경도시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바람의 길 효과'의 성공사례를 본받아서 국내에서도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바람의 길 효과'에 동참하고, 행정복합도시의 설계에서도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한강 르네상스 플랜의 '바람의 길 효과'는?

이러한 '바람의 길 효과'에 대한 '인기(?)'는 오세훈 서울시정에서 추진 중인 한강 르네상스 플랜에서도 어김없이 선전되고 있다. 그러나 이 효과가 실제로 발생할 지에 대해서는 곰곰이 짚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주장하는 바람길 확보는 용적률의 문제와 한강을 벗어나 도심까지의 총체적인 계획의 결여라는 한계가 있다.
▲ 한강변 건물의 사선배치, 입면차폐를 고려한 바람길 확보계획 서울시가 주장하는 바람길 확보는 용적률의 문제와 한강을 벗어나 도심까지의 총체적인 계획의 결여라는 한계가 있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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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은 서울시가 지난 7월에 발표한 '한강 르네상스 플랜'의 프레젠테이션에 수록된 그림이다. 왼쪽 그림은 현재 한강 인근에 빽빽히 들어선 아파트 입지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입지 구성은 한강에서 불고 있는 바람을 막아서 바람의 길 효과를 낼 수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에 서울시는 르네상스 플랜 계획을 통해 오른쪽 그림과 같이 건물의 사선배치를 통해서 바람의 길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슈투트가르트 사례에서 보았던 바람의 길 효과의 성공은 시당국의 강력한 건축허용한도 규제와 마을 수준의 조례에서까지 강력한 법적조처로 가능했다. 이러한 법적조처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는 환경도시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시 당국도 “조례제정을 통해서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지만  30~40년을 내다보고 기획했다는 한강르네상스 플랜과는 대조되는 현재 한강 인근의 초고층 건축건설 열풍 등의 개발움직임은 한강 르네상스가 그저 백일몽으로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는 토목공학이라는 전문분야로 깊게 들어가지 않고, 상식적인 선상에서도 판단할 수 있다.

바람의 길 효과를 발생하는 데 있어서 초고층 건물은 사선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높이에 대한 제한도 필요하다. 이는 초고층 건물 자체가 바람의 길을 막는 거대한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람의 길을 도입하는 도시에서는 용적률에 대한 제한을 기본적인 전제로 삼고 있다.

초고층 건물은 속칭 ‘빌딩풍’이라고 불리는 돌풍을 빈번히 발생시킨다. 그런데 이러한 빌딩풍은 바람의 길 효과에서 지칭하는 바람이 아니다. 바람의 길 효과를 의도한 바람은 한강으로부터 불어오는 ‘지속적’인 바람으로서 도심까지 미치도록 하여 열섬효과와 대기오염을 낮추고, 시민들에게 상쾌한 바람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빌딩풍은 국지적인 장소에서 발생하고, 예측이 불가능하고, 바람의 세기에 있어서 돌풍의 속성 때문에 시민들에게 불쾌함마저 준다.

이러한 건축계획에서의 한계와 더불어 한강 르네상스 플랜에서 바람의 길 효과가 단순히 홍보성으로 포장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한강 인근뿐만 아니라 도심까지의 바람의 길을 확보할 수 있는 총체적인 도심계획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사업에서 정치적 홍보로 추락한 바람의 길 효과

사실 이러한 의구심이 강하게 든 연유는 지난 이명박 서울시정의 청계천 복원사업에서 바람의 길이 홍보효과로 그쳤던 선행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을 통해서 바람의 길을 통하여 열섬현상을 크게 낮출 것으로 홍보했다. 그런데 도시계획을 전공했던 학자에서 부시장으로 임명되어 청계천 복원을 총지휘했었던 고위관료는 청계천 인근 개발업자들에게 용적률을 높여주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아서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해서 바람의 길 효과와 전연 조화될 수 없는 용적률 상향 논리에 바람의 길 효과는 정치적 수사로 동원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일부 뇌물사건을 제쳐두더라도 현재 청계천 인근에서 건설 중인 초고층주상복합건물들을 본다면 수십 년 후에 청계천 인근 경관에 어떻게 될 지는 눈에 선하다. 바람의 길 효과는 홍보성이었음은 자명하다. 이러한 이명박 서울시정에서의 홍보성 발언으로 격하된 바람의 길 효과가 오세훈 서울시정에서도 반복되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서울시에서 내놓은 한강 르네상스 플랜의 일환으로 용산일대에 개발될 조감도다.
▲ 한강 르네상스 플랜 용산 일대 개발 조감도 서울시에서 내놓은 한강 르네상스 플랜의 일환으로 용산일대에 개발될 조감도다.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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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길 효과의 장애물, 초고층 건물건설 열풍

서울시는 한강 인근 잠실, 마포 상암 DMC, 성동 뚝섬, 용산 등지에 ‘랜드마크’의 역할을 도모한다는 취지하에 초고층 건물을 세우는 계획을 세웠다. 서울이라는 역사도시의 역사적 지층과는 어긋나는 하이테크 양식 위주의 초고층 건물을 여기저기에 세움으로써 장소마케팅에 성공한다는 논리자체가 촌스러운 사고(현재 이러한 초고층건설 담론은 불모지 사막에 초고층 건물을 세우는 두바이 사례가 학계, 건설광고를 통해서 장밋빛으로 유포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반면에 서울과 비슷한 역사도시인 프랑스 파리 등의 도시계획 사례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없다. 개발업자들의 입장에서 개발억제를 주창하는 파리를 과연 언급하겠는가)라는 점은 제외하더라도, 이들 건물들을 기점으로 현재의 재개발 대상이 될 한강변 아파트들이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등으로의 개발압력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예상이 단순히 근거없는 추측이 아닌 것은 현재 이촌에서 진행 중인 초고층 건물 건설 붐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머니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강 르네상스 플랜이 언론에 발표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한강 일대 신규 주상복합아파트에 1억부터 11억 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공사판에서 삽을 들기도 전에 개발열기가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뒷편에서부터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이들 초고층주상복합건물의 건설은 한강 인근의 노후된 아파트 단지에도 강력한 개발압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벽이 들어서서는 어떻게 바람의 길 효과가 가능할까?
▲ 한강 이남에서 바라본 이촌 일대 뒷편에서부터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이들 초고층주상복합건물의 건설은 한강 인근의 노후된 아파트 단지에도 강력한 개발압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거대한 벽이 들어서서는 어떻게 바람의 길 효과가 가능할까?
ⓒ 황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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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한강이남 동작동에서 이촌 부근을 촬영한 것이다. 뒤에서부터 초고층주상복합아파트들이 세워지면서 도미노처럼 개발의 블록화를 형성되고 있다. 얼마 못가서 한강에 접한 오래된 아파트들이 어떻게 재개발될 지는 독자들도 눈으로 쉽게 상상할 수 있다. 

현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과 더불어 영세주택들이 밀집되어 있다. 개발압력과 지가를 견디지 못한 주민들은 더욱 주변으로 쫓겨날 것은 자명하다.
▲ 이촌역 부근에서 바라본 초고층 주상복합건물 현재 초고층 주상복합건물과 더불어 영세주택들이 밀집되어 있다. 개발압력과 지가를 견디지 못한 주민들은 더욱 주변으로 쫓겨날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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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된 아파트뿐만 아니라 위 사진처럼 이촌 부근에는 영세주택들이 조밀하게 모여 있다. 앞으로의 개발은 이곳에 주거하는 지가를 감당하지 못할 서민들을 더욱 주변으로 내쫓게 될 것이다.

현재의 이촌에 우뚝선 용산파크타워는 삼성에서 건설한 것이다. 코레일과의 컨소시엄 체결을 통해서 삼성의 주상복합건물은 앞으로 더욱 빼곡히 들어설 것이다.
▲ 용산 파크 타워 현재의 이촌에 우뚝선 용산파크타워는 삼성에서 건설한 것이다. 코레일과의 컨소시엄 체결을 통해서 삼성의 주상복합건물은 앞으로 더욱 빼곡히 들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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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르네상스 플랜과는 별개지만 코레일이 용산역사를 중심으로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을 통한 개발공사를 할 예정이다. 이 계획은 자그마치 용적률이 900%를 넘어간다. 인근 용산미군기지의 생태공원과의 생태적 사고의 불일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정도 수준의 용적률에서 바람의 길 효과는 가능한가? 한강 르네상스 플랜과는 상극일 수밖에 없는 이러한 계획에 대해서 서울시는 정부에 반대는 커녕 함구하면서 실질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결국 서울시의 바람의 길 효과를 위한 조례제정 운운은 개발열기에 묻히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는 한강 이남의 동작구 흑석동 부근은 서울뉴타운 개발과 함께 한강 르네상스에서의 연계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길음뉴타운 사업의 경우에는 인근 산지가 아낌없이 깎여져 나가는 반환경적 몰지각함을 보여줬다. 한강 르네상스 플랜의 친환경적 구호가 흑석동 일대의 야산의 능선(스카이라인뿐만 아니라 mount line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도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 이촌에서 바라본 한강이남의 흑석동 일대 서울시는 한강 이남의 동작구 흑석동 부근은 서울뉴타운 개발과 함께 한강 르네상스에서의 연계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길음뉴타운 사업의 경우에는 인근 산지가 아낌없이 깎여져 나가는 반환경적 몰지각함을 보여줬다. 한강 르네상스 플랜의 친환경적 구호가 흑석동 일대의 야산의 능선(스카이라인뿐만 아니라 mount line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도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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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길 효과, 정치적 구호인가? 친환경적 복원 실마리인가?

서울시에서는 한강 르네상스 플랜을 최소한 30~4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소한 이명박 서울시정에서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무리하게 강행된 청계천 복원사업에 비해 보다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부분이다. 이는 시민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할 여지가 그만큼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신임 오세훈 서울시정에서도 벌써부터 협의과정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정에 대한 불만으로 세운상가 상인들은 유력한 대선후보인 이명박 후보에게 기대기에 이른다. 현재 서울시정의 협의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정에 대한 불만으로 세운상가 상인들은 유력한 대선후보인 이명박 후보에게 기대기에 이른다. 현재 서울시정의 협의의 부재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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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세운상가 답사를 갔다가 촬영한 것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약속대로 세운상가 상권을 되살려달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데 이는 현재 오세훈 서울시정에서 진행 중인 세운상가 재개발 계획에 대해서 세운상가에 입주한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현재 서울시가 자신들과의 대화보다는 재개발 계획만을 강행하는 밀어붙이기 전략에 대한 반감으로 유력한 대선후보인 이명박 후보의 힘을 빌려보려는 의도인 것이다.

그런데 묘한 역설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야 말로 청계천 복원사업에서 청계천 복원 시민위원회를 ‘시민단체들의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등의 협의와는 거리가 먼 시정을 펼쳤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할지조차 혼돈스러운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이 환경단체에서의 활동을 주요한 경력으로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바람의 길 효과가 얼마나 도시환경에서 주요한 기능을 하는 지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진정 서울이 친환경도시로 거듭나길 바란다면 현재 한강 인근의 개발열기를 잠재우는 강력한 제도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불과 수년 후, 초고층 건물로 둘러싸인 ‘부자들의 안마당’ 한강 혹은 계층과 상관없이 일반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한강이 되는가는 현재의 한강르네상스 플랜의 주춧돌을 어떻게 놓는 가부터가 관건이다. 


태그:#바람의 길 , #오세훈 서울시정 , #초고층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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