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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전국시대 말기에 서쪽 변방에 위치한 진나라가 최강국으로 등장하며, 나머지 열국을 위협하는 형세가 되었다. 이에 동방에 있던 조(趙)·한(韓)·위(魏)·연(燕)·제(齊)·초(楚) 등 6국은 종적으로 연합하여 서방의 진에 대항하는 동맹을 맺었다. 이를 합종이라 하며, 합종책을 주도한 사람은 소진(蘇秦)이었다.

그 뒤 진은 6국의 대진동맹(對秦同盟)을 깨는 데 주력해 위나라 사람 장의(張儀)로 하여금 6국을 설득하여 진과 6국이 개별적으로 횡적인 평화조약을 맺도록 했다. 이것을 연횡이라고 한다. 이것으로 진은 6국 사이의 동맹을 와해시키는 데 성공하고 이들을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을 통일했다.

이러한 외교술은 오늘날 국제 외교 관계를 비롯해서 다양한 분야에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다. 한마디로 약한 자들이 힘을 합쳐 강한 자에게 대항하는 합종과, 약한 자들이 강한 자에게 붙어서 안전을 도모하는 연횡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선거 판세를 분석하는 와중에 가끔 사용되는 용어가 되었다. 후보들 간의 합종연횡…. 그런데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살펴보면 엄밀하게 합종의 가능성은 있지만, 연횡의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검찰이 이명박 후보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후에 각 후보들은 그야말로 반이명박 전선을 형성하였다. 이것이 바로 합종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연횡에 대한 움직임은 없다. 구태여 따진다면 정몽준 의원이 이명박 후보 진영으로 간 것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데, 그가 대통령 후보가 아니기에 진정한 연횡이라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과거 중국의 외교술을 오늘의 선거에 도입한다는 것이 약간 무리가 있겠지만, 가장 지지율이 높은 이명박 후보를 놓고 각 후보들이 합종을 시도하는 움직임은 ‘단일화’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연횡을 시도하는 움직임은 없다.

물론 선거 막바지에 들어서면 선거 이후를 생각해서 보다 강한 후보에게 빌붙는 연횡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이미 막강한 조직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과 연합한다고 해서 선거 이후에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명박 캠프로 옮길 의사가 있었다면 검찰의 발표 이전에 움직였어야 했다. 그래야 선거 이후에 지분을 조금이라도 할당받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합종에 대한 시도는 끊임없이 범여권 후보 단일화라는 명목으로 제기될 것이다. 후보 단일화는 어떤 점에 있어서 대선의 판세를 급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만약 정동영, 문국현, 그리고 때에 따라서 이인제가 단일화를 성사시키면 검찰의 발표로 형성된 반이명박 진영을 하나로 규합하는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U포터뉴스, 뉴스큐, 개인블로그(http://apache630.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합종연횡, #대통령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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