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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의 뒤통수에 대해 고민했던 것은, 모두 뭉크 때문이었다. 도쿄를 소개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곳 중에 하나인 곳이 우에노이다. 요즘처럼 한국에서 언제나 가볍게 도쿄 나들이를 할 수 있는 상황에 너무나 많이 알려진 우에노를 새삼스럽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뭉크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우에노 국립서양미술관
 우에노 국립서양미술관
ⓒ 양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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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공원의 피에로
 우에노 공원의 피에로
ⓒ 양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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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틈틈이 이곳에 있는 국립박물관과 국립서양미술관에 나들이를 하곤 하지만, 한동안 사는 것에 바빠서인지 근래에 와선 우에노공원으로 나들이를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 돼 버렸다.

왠지 이 대목에 들어 조금은 우울해지거나 슬퍼해야 하는데, 이젠 그런 감정의 기복도 무뎌졌는지,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며칠 전 불현듯 뭉크전이 열리기 전에 미리 예매해둔 티켓이 생각났다. 왜 이제야 생각이 났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벽에다 핀으로 눌러서 붙여놓아 언제나 잘 볼 수 있게 해놓았는데 말이다.

우에노 아메요코 재래시장
 우에노 아메요코 재래시장
ⓒ 양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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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평일, 한가한 시간에 가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그런 것은 윤택한 부르주아나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사치라고 말한다면, 필자로선 당연히 할 말이 없다.

아메요코 시장 사람들
 아메요코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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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요코 시장 사람들
 아메요코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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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를 본 감상? 한 마디로 눈으로 봤는지 코로 봤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림 구경, 그거 아니다. 사람 머리통 구경? 맞다. 그렇다. 기자는 그곳에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뒤통수만 열심히 구경하고 왔다.

질서 잘 지키는 일본 사람들이 입구에서부터 죽 늘어서서 감상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사람들이 작품에서 20~30㎝ 떨어진 곳에서 그림들을 보고 있으니, 조금 멀리 떨어져서 그림 전체를 보려는 기자에게 당연히 그림이 보일 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존재하는 모든 뒤통수에 대해 심각한 고뇌를 할 수밖에.

그 북새통에 그래도 ‘마돈나’는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열심히 보았다. 나는 아무래도 뭉크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는 사실을 확인을 하는 순간이었다. 다시 한 번 보러 가고 싶은데, 6일로 뭉크전은 끝이 난다.

지난 몇 달 동안 뭐 했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다지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단지 사는 게 그다지 녹녹치 않은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을 뿐이었다.

아메요코 시장 사람들
 아메요코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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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요코 시장 사람들
 아메요코 시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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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나와 들른 재래시장 아메요코에서는, 변함없이 정직하게 몸을 놀려서 먹고 사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었다. 서울의 길음 시장과 삼양 시장 근처에서 곤궁하게 살았던 추억이 남아서인지, 어딜 가나 재래시장을 먼저 찾게 되는 것은 내가 살아왔던 어느 한 시절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재미없는 일상이 지겨울 때, 뭉크의 ‘눈 속의 노동자들’과 같은 사람들이 그리워진다면, 멀리도 아닌 동네 주변에 있는 재래시장 나들이를 해보는 것도 좋은 신명일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가 사는 곳에 아직도 재래시장이 남아 있다면 말이다. 요즘 같이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 따지는 세상이라면, 우리는 언젠가 재래시장을 보러 박물관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도쿄에서는 2007년 10월 6일부터 2008년 1월 6일까지, 도쿄국립서양미술관에서 뭉크전이 열렸습니다.

이기사는 제 한겨레블러그http://blog.hani.co.kr/sakebi/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 도쿄, #우에노, #아메요코, #뭉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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