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는 동네(서울 마포구)에도 작은 시장들이 좁은 골목에 숨어 있다시피 존재하고 있습니다. 주로 자가용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아 같은 동네에서 살아도 그런 시장통이 있는지 모르기도 하지요. 저는 누가 이름 지었는지 몰라도 '재래시장'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재래'라는 말의 원뜻은 나쁘지 않겠지만 일상적으로 사용될 때는 '재래'라는 말이 시장통에서 느끼는 정겨움을 전해주기에 많이 부족해 보이는 명칭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래식 화장실'의 예를 봐서라도 뭔가 지저분하고 가까이하기엔 좀 불편한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사족이지만 향토시장, 토종시장 등이 어땠을까 하네요. 게다가 '시장'이란 정겨운 단어가 요즘엔 '시장자유주의'니 '시장경제'니 하는 소수 승자독식의 삭막한 말로 많이 쓰이니 또한 유감이네요.
TV나 신문에서 자주 나오는 '시장'이란 단어를 씁쓸하게 읽는 저 같은 사람들이 있다면 5일마다 커지는 시장인 '오일장'에 구경 가보길 권합니다. 관광지로 유명해진 정선역 오일장, 전철역 모란역에 내리면 보이는 성남의 모란시장(시장을 처음 만들어나간 분의 고향이 북한 모란봉 출신이라 모란시장이라고 이름 지었답니다) 등은 오래 되고 큰 오일장입니다.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의 시민시장에서 오일장이 열린다는 것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우연히 발견하였습니다(인터넷이 주는 장점이자 혜택이랄까요). 찾아가는 길도 편해서 안산 가는 4호선 전철을 타고 '공단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금방 닿을 수 있습니다. 도시 속의 시장통이 그렇듯이 대로변이나 찻길에서 보면 그런 오일장이 있다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시장통 주변으로 찻길과 아파트와 빌라들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것이 도심 속 시장의 특징이기도 하지요. 횡단보도를 건너 조금 걸어가니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고 길가에 노점들이 하나 둘 나타나더니 오일장의 북적거림이 곧 시야에 꽉 들어서네요. 안산시 시민시장의 오일장은 매 5일과 10일의 주기로 열린다고 합니다. 평소 큰 마트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다란 카트에 담는 장보기에 익숙해진 도시인들에게는 생경함과 함께 새로움으로 정겨움으로 다가오는 곳이지요. 어릴 적 시골생활을 경험했던 사람들 그래서 편하지만 삭막한 도시생활이 왠지 내 삶 같지 않은 도시의 이방인들이라면 오일장은 더더욱 고향 같은 편안함과 함께 회한을 느끼게 하기도 하고요.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오일장의 다른 특징이라면 외국인들이 많이 온다는 것입니다. 이웃 동네인 원곡동에 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지요. 저처럼 처음 온 사람은 장보러 오는 많은 그들이 신기해서(?) 무엇을 사나 쳐다보기도 했는데 시민시장에서는 이제 일상이 되었는지 자연스러운 풍경이더군요. 힘들게 번 돈으로 우리나라 상인들이 파는 생필품과 먹을거리를 소비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모습이 왠지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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