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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1시 제주교대에서 마지막 졸업식이 진행된 가운데 학사모를 던지며 해방감을 느끼고 있는 졸업생들.
 22일 오전 11시 제주교대에서 마지막 졸업식이 진행된 가운데 학사모를 던지며 해방감을 느끼고 있는 졸업생들.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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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11시 제주교대에서는 마지막 졸업식이 거행됐다.

다소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된 이번 2007학년도 학위수여식에는 학생들과 동문, 학부모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모교가 사라진다는 아쉬움을 함께했다.

제주교대는 제주대와 통폐합이 되면서 이번 학위수여식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석사 9명, 학사 225명을 배출하면서 제주교대는 1회부터 46회까지 총 석사 213명, 학사 5883명을 배출해 총 6096명의 학위수여자를 배출하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졸업생들은 헤어질 친구들과 마지막 사진촬영을 하며 추억을 남기고, 학사모를 던지며 대학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만끽했다.

졸업식장 밖에서는 헹가래를 하는 등 서로 부둥켜안고 졸업을 축하했다. 이제 교사로서 사회인으로서 만나게 될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22일 오전 11시 제주교대에서 마지막 졸업식이 진행된 가운데 헹가래를 하며 졸업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
 22일 오전 11시 제주교대에서 마지막 졸업식이 진행된 가운데 헹가래를 하며 졸업의 기쁨을 느끼고 있다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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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제주대와 통폐합되면서 마지막 졸업식이라서 그런지 졸업생들에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번에 졸업한 양치훈(컴퓨터교육과)씨는 "이번이 마지막 졸업식이라는데 졸업하니까 시원섭섭하다"며 "졸업해서 남은 후배들이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통폐합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 그 이후 학교가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며 "그래도 제주교대의 특수성은 유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11시 제주교대에서 마지막 졸업식이 열려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가운데 방송국에서도 카메라로 이를 촬영하고 있다.
 22일 오전 11시 제주교대에서 마지막 졸업식이 열려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가운데 방송국에서도 카메라로 이를 촬영하고 있다.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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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대 마지막 졸업식, 김정기 총장 '불참'


마지막 졸업식을 진행했지만 제주교대 김정기 총장이 불참해 김은석 교무처장이 대행했다.

그러나 이번 김 총장의 졸업식 불참은 예견된 것이었다. 제주교대가 제주대와 통폐합을 진행하면서 김 총장과 제주교대 학생들 간에 마찰이 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김 총장은 총장으로서의 업무는 보고 있었지만 학교로 오는 것은 힘들었다. 아마 이번 학위수여식에서도 김 총장이 참석을 꺼린 것이 이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은 며칠 전 인터뷰에서도 "내가 졸업식 참석하면 학생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면서 "졸업식인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주교대가 창피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싫다"고 불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22일 오전 11시 제주교대에서 마지막 졸업식이 진행된 가운데 김정기 총장을 대신해 김은석 교무처장이 학위를 전달하고 있다.
 22일 오전 11시 제주교대에서 마지막 졸업식이 진행된 가운데 김정기 총장을 대신해 김은석 교무처장이 학위를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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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 측에서도 "김 총장이 졸업식에 참석한다면 학생 전원이 퇴거하거나 김 총장이 식장에 들어서는 것을 막겠다"고 엄포를 내린 바 있다.

그만큼 아직도 제주교대 통폐합 과정에서 생긴 학생들과 총장, 그리고 교수 간에는 갈등의 골이 깊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그런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한 번 더 후폭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총장이 제주대 부총장으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대와 제주교대가 통폐합하면서 이행각서에는 제주교대 총장이 제주대 부총장으로 자동승계한다는 원칙을 포함시켰다.

그렇기 때문이 제주교대 총학생회에서는 만약 김 총장이 복귀한다면 또다시 유급을 불사하고 투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또다시 파장이 일지 주목해 볼 일이다.

제주교대 62년, 역사 속으로

제주교대의 연혁에 따르면 1946년 7월 20일 제주도 임시초등교원강습소 개설을 시초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3개월 과정의 강습소로 학교의 형태는 아니었다.

그 이후 1946년 1년 과정의 제주도 초등교원양성소를 설치하고, 1951년 초등교원양성소는 3년 과정으로 승격된다. 그리고 1962년 제주대학 병설교육과로 발족돼 대학의 일개 학과로 시작됐다.

그러다 1968년 10월 26일 제주대학에서 분리되면서 제주교육대학을 개교하고 이날을 개교기념일로 하고 있다. 그 후 1993년 3월 1일 국립대학교설치령중개정령에 의거해서 제주교육대학교로 승격, 교명이 변경됐다.

제주교대는 제주교육대학교로 승격된 이후 15년 만인 2008년 3월 1일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으로 현판을 바꿔달면서 제주교대는 1962년 제주대학에 소속됐던 것처럼 통합되게 됐다.

지난해 11월 제주교대 학생들이 제주시내 곳곳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가운데 한 초등학생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주교대 학생들이 제주시내 곳곳에서 1인 시위를 벌인 가운데 한 초등학생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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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탄치 않았던 통합과정


제주교대가 제주대학교에 통폐합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특히 김정기 총장이 지난해 말 강력하게 통합을 추진하면서 제주교대학생들이 학사일정을 거부해 집단 유급 직전까지가는 등 제주 사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바 있다.

제주교대와 제주대 간의 통폐합 문제는 제주교대 학생들이 지난해 11월 제주시내 곳곳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학사 거부에 돌입하면서 크게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때는 이미 제주교대 내에서 구성원 간의 통폐합 투표로 홍역을 앓은 후였다. 제주교대 학생들은 11월 10일 제주교대 통폐합 신청서가 교육부에 제출되자, 통폐합 원천 무효 및 투표 시 학생 배당 비율 등을 문제 삼으며 반대했다.

제주교대 사태가 제주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것은 지난해 12월 3일 밤 김정기 총장이 학생을 폭행했다고 논란이 일면서부터다. 이날 밤 학교를 점거하고 있던 학생들은 통폐합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 교수사회에 불만을 품고, 교수연구실에 못질을 감행해 교수들이 이에 놀라 김 총장을 학교에 부른 것이다.

제주교대에서 김정기 총장 폭행사태가 있었던 12월 4일 학생들과 김 총장이 대치하고 있다.
 제주교대에서 김정기 총장 폭행사태가 있었던 12월 4일 학생들과 김 총장이 대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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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김 총장과 학생들과의 충돌이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학생이 나오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진실 공방이 일어났다. 다음날일 4일 교수회의가 진행되고 김 총장은 폭행사실을 부인했지만 폭행을 당한 학생이 진단서를 갖고 오면서 결국 김 총장은 사퇴서를 썼다.

그렇게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교육부에서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고, 김 총장도 폭행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부인했다. 고충석 제주대 총장도 "통합은 거스를 수 없다"고 못박았고, 정부도 지난 5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제주교대 통폐합을 담은 '국립대학교 설치령'을 개정, 확정 발표했다.

그래서 결국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주대와 제주교대 간의 통폐합 문제는 내달 1일 출범이 확정되면서 일단락됐다.

제주교대 → 제주대 교육대학

제주교대는 제주대와 통폐합이 되면서 제주교대가 아닌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으로 단과대학 운영 방식으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서 제주교대 총장은 통폐합 이행각서에 명기된 자동승계 원칙에 따라 부총장 자리에 앉을 기회를 갖게 된다. 앞으로 일정을 살펴보면 우선 3월 1일 제주대 교육대학으로 이름을 바꾸는 현판식을 진행할 예정이고, 3월 3일 월요일에는 통폐합 후 교육대학 첫 신입생들이 입학하게 된다.

앞으로 교육대학에 들어오고 싶은 고등학생들은 제주대 사범대학에 지원하듯이 지원하면 되기 때문에 입학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제주대 교육대학은 현재 제주교대가 있는 제주시 화북동에 그대로 있을 예정이다. 수업도 현재 제주교대에서 받게 된다.

캠퍼스 명칭은 현재 제주대가 제주시 아라동에 위치해 있어서 아라캠퍼스라고 불리는 것처럼 캠퍼스가 사라봉 자락에 위치한 교육대학은 사라캠퍼스라고 불리게 된다. 또 제주교대 부설초등학교도 제주대 교육대학 부설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22일 오전 11시 제주교대에서 마지막 졸업식이 진행된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22일 오전 11시 제주교대에서 마지막 졸업식이 진행된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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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교육만의 특성 갖춰야"

우선 제주대와 제주교대가 통폐합됨으로써 전국 국립대학에서 최초로 한 대학 내에 초등과 중등교육이 공존하는 모델을 만들게 됐다.

제주대는 "이런 첫 시도로 인해 로스쿨을 따오는 데도 영향을 주는 등 제주지역사회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제주도교육청과 연계해서 이전보다 향상된 교육 체계를 완성해 제주교육발전에 기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에 제주대 사범대학과 교육대학이 한 지붕 아래 있기 때문에 초중등 교사 양성 체계가 단일화되면서 교사양성의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동시에 대학의 몸집을 불렸기 때문에 앞으로 닥쳐올 수 있는 국립대학 법인화 문제에도 대응할 힘을 갖출 수 있다.

제주대는 "이번 제주교대와의 통합을 통해 로스쿨 유치, 의학전문대학원과 수의과대학 개설로 제3창학을 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제주교대와 제주대와의 통합을 통해 국제자유도시 제주특별자치도의 명분에 어울리는 제주도만의 고등교육의 체제를 갖춰나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직접취재



태그:#제주교대, #마지막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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