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새학기가 시작한지도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간다. 학생들의 집결이 어려운 방학 동안 뜸하던

등록금 투쟁이, 개강과 함께 한층 더 격양된 모습을 띤다. 특성상 공학에 비해 결집력이나 투쟁강도가 약한 여대에서도 등록금 투쟁의 열기는 뜨겁다. 뭔가 일이 벌어지고야 말 것 같은데. 그만큼 등록금으로 인한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질대로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Would you please 동결해줄래?"

 

지난 방학, 서울여대 홈페이지 게시판은 학생들의 릴레이 편지로 거의 도배가 되다 시피

했다. 방학임에도 학생들의 등록금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고, 그만큼 등록금 인상이 저지되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했다. 그러나 새학기는 시작되었고 우리는 또다시 울며 겨자먹기로 인상된 등록금을 고스란히 학교에 '바쳤다'.

 

특히나 새내기들의 등록금 부담은 재학생에 비해 훨씬 컸다. 입학금이 포함된 등록금은 500여 만원이나 되었고, 대학생이 된 것에 대해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서울여대 1학년 이 아무개씨는 "합격통지서를 받아들고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어요. 집이 지방이라 서울에 올라와서 사는데 드는 생활비에, 500여 만원이나 되는 등록금에. 사실 집안 형편이 넉넉치 못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할까도 했지만, 부모님은 어떻게 해서든지 공부 시켜주시겠다고…" 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매년 오르는 등록금에 학생들은 삭발 시위, 단식 투쟁 등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마치 노사 분규를 보는 듯 하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이 기업화하는 듯한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여러분들도 우리의 고객인데..." "제공되는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느새 교수들 또한 대학을 학교가 아닌 '회사'로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요즘 들어 많은 교수들이 학생들을 '고객'이라 표현한다. 제자가 고객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교수는 등록금이 워낙 높다보니 이건 학교가 아니라 마치 고액 학원가 같은 기분이 들어 비꼬아 표현하는 것이라 말한다.

 

'제자=고객', '강의=서비스'로 정의하는데 높은 등록금이 한 몫을 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등록금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학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도 함께 높아져야 하는데 그게 또 그렇지 않다.

 

서울의 모 대학은 이번에 학생복지관을 신축하면서, 학생들의 자치공간을 늘리겠다고 총학생회와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허겁지겁 개관한 신축 건물에는 과방이나 동아리방이 마련되지 않아 학교측과 학생회간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또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록금은 오르는데, 학교가 바뀌는 것을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다양한 강의 및 편의시설 확충, 스쿨버스 무상화 등 그동안 학생들이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것들은 지켜지는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등록금만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것이다.

 

기업도 아니면서 재단 배불리기에 급급한 대학이 고객인 학생들에게 질 낮은 서비스를 비싼 값에 팔고 있다. 장사치도 이런 장사치가 없고,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다.

 

이미 새학기는 시작되었다. 즉, 이미 학생들은 등록금을 납부하였다. 가뜩이나 정부보증학자금대출 이율도 올라, 이자에 허덕이는 학생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딱 하나. 학교에서 거들떠 보지도 않는 등록금 투쟁 서명 운동에 싸인 하는 것 뿐이다.

 

 

▲ 우리는 이제, 싸우고자 합니다 등록금투쟁관련
ⓒ 권윤희

관련영상보기

 

태그:#등록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