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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젠 하버드대 교수는 “글쓰기 공부를 제대로 하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단언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100% 그렇다. 글쓰기를 하면 생각을 명석하게 정리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글쓰기 공부하면 논리적 사고력 향상" 토마스 젠 하버드대 교수는 “글쓰기 공부를 제대로 하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단언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100% 그렇다. 글쓰기를 하면 생각을 명석하게 정리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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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하버드 대 논증적 글쓰기 수업 담당자인 토마스 젠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논증적 글쓰기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가.
"나는 2007년 8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맡았다. 하버드대학교는 논증적 글쓰기 수업이 학생들의 전공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수업은 어느 정도 고립되어 있기도 하다.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한 학기 수강한 뒤 다음 학기에 전공과목 수업을 듣기 때문이다. 그때에도 글쓰기를 해야 하는데 신입생 때 배운 글쓰기가 활용되도록 도와주는 게 바로 논증적 글쓰기 수업이다."

-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할 텐데.
"이를 위해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다양한 전공과목의 교수, 대학원생들과 만날 예정이다. 그들은 학생들에게 어떤 종류의 글쓰기가 필요한지에 관해 토론할 것이다."

-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학생 글을 자세하게 첨삭해 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한 번 글을 쓰고 첨삭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지적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고쳐쓰게 한 뒤에 또 첨삭한다. 다시 고쳐쓰기가 무척 중요하다는 말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은 대학교에서 요구하는 글쓰기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잘 쓴 전문적인 글과 학부생이 쓴, 어설픈 글을 보여주며 비교해 준다. 전문적인 글에서 필자가 어떻게 주장을 시작하고, 그 주장에 대한 논거를 사용하는지에 관한 것들을 보여준다."

- 다시쓰기가 왜 중요한가.
"다시쓰기를 하면 또 다른 생각을 찾을 수 있어 처음보다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다시쓰기를 하면 주제에 대해 좀더 사려 깊게 생각하게 된다. 다시쓰기를 하면서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도 생각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도 받아가면서 글을 좀더 좋게 다듬을 수 있다."

- 그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증거가 있나.
"수년 간 진행한 어느 실험연구에서 확인한 게 있다. 어떠한 주제에 대한 글을 한 번 쓰는 데서 그치고, 고쳐쓰기를 하지 않으면 그들의 생각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전문 작가들은 항상 고쳐쓰기를 한다. 맨 처음에 쓴 글을 제출하는 게 아니라 고쳐쓰기 과정을 거쳐 완성한 글을 낸다."

- 하버드대의 논증적 글쓰기 수업이 혹독한 프로그램이라고 들었다. 학생들 반응은 어떤가.
"이 수업은 아주 힘들다. 학생들이 쓸 수 있는 수준보다 높은 수준의 글쓰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밤늦게까지 공부할 것을 요구한다. 신입생들에게는 이것이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떤 학생들은 이 수업이 '단지 필수 수강 과목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듣는다'면서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차라리 다른 수업을 듣고 싶어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제출한 수업 평가서에서 이런 반응을 알 수 있다."

- 논증적 글쓰기 수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우리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것은 학생들이 전공 공부를 할 때 과제를 정확하게 해결하는 것이다. 2학년 또는 4학년이 되고, 졸업을 하더라도 논증적 글쓰기 수업이 모든 종류의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수업 덕분에 좀더 깊이 생각하여 글을 쓰는 습관을 들였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다른 전문적인 학업을 계속 할 때 이 프로그램에서 그들이 어떻게 사고해야 하는지에 관한 방법을 배웠다고 느꼈으면 한다. 사실, 논증적 글쓰기 수업을 마친 학생들은 2학년 수업을 들을 준비를 잘 한다. 과목마다 글쓰기 방식이 표면적으로는 다를지라도 궁극적으로 어떻게 글쓰기를 준비해야 되는가에 대해서는 우리 프로그램에서 배운 지식이 뒷받침될 것이다."

하버드대학교 여학생 두 명이 교내 휴게실에서 전공 과목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장면이 무척 진지하다.
▲ 토론하는 하버드 천재들 하버드대학교 여학생 두 명이 교내 휴게실에서 전공 과목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공부를 하고 있다.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장면이 무척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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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과목에 활용할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도록 도와준다는 말 같은데.
"교수들은 학부 학생들의 능력보다도 그들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역사수업 등 여러 학문을 열심히 배우고 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기초지식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대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은 큰 변화다. 어떻게 다른 과목마다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들은 그래서 그 수업에 관한 자료를 많이 접하면 그때서야 어떻게 그 분야에 관해 보고서를 쓸 수 있는지를 알기 시작한다.

하지만 또 다른 분야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게 된다. 이것은 정상적이고 배우고 발전하는 과정이다. 만약 사회학을 배우게 되면 당연히 그것에 관해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어떻게 쓰겠는가. 그래서 처음부터 어떻게 다른 분야마다 글을 써야 하는지에 관해 잘 배워야 한다. 학생들이 혼자서 결정하지 못하는 부분을 우리 프로그램에서 도와준다."

- 신입생 외에 상급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나.
"3학년이나 4학년 중 다른 종류의 글쓰기를 배우려는 학생들을 위해 논증적 글쓰기 수업 50이 있다.  2학년이나 3학년이라도 편입생은 논증적 글쓰기 수업 20을 듣는 경우가 있다."

- 한국 학생들에게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충고한다면.
"첫 번째로 깊이 있게 읽어야 한다. 저자가 전달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읽으면 읽을수록 글을 잘 쓸 기회가 많다. 저자가 전달하려고 하는 것을 어떻게 서론이나 결론부분에서 표현해 내는지, 이 글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는 것이 중요하다. 소설류든 비소설류든, 그들이 쓰는 단어뿐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려고 하는지, 어느 부분을 강조하는지에 관해서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책, 뉴스, 잡지 기사도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있는 글이라는 것을 의식하면서 읽어야 한다."

- 그러러면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는 게 좋은가.
"선생들은 학생들이 제대로 읽기의 중요성을 알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평소에 어떻게 글을 읽고 써야 할지 보여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그런 것들을 인지하는 데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글을 다시 고쳐쓰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그래서 글 하나하나가 얼마나 힘들게 쓴 작품인지를 생각하면서 좀더 주의깊게 읽어야 한다. 미국 교육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글을 많이 쓰면,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많이 쓴다고 해서 잘 쓰는 것이 아니다. 얼마만큼 생각하며 쓸 수 있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읽기를 잘 해야 한다."


태그:#하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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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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