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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를 둘러싸고 국토해양부, 청와대의 말이 여러 번 뒤바뀌는 등 혼란스러운 가운데 운하 백지화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이 30일 오전 11시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는 갈팡질팡 말 바꾸지 말고 대운하 정책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운하 건설과 관련해 정부가 운하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고 국민들을 혼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근거로 지난 24일 언론보도를 통해 청와대 관계자가 "정부나 청와대가 직접 대운하 건설에 나서지 않겠다"고 발언했다가 나흘 만에 국토해양부 장관이 "민간제안이 들어오면 국민의견을 수렴해 추진한다"고 발언한 점. 또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지난 29일 "꼭 운하로만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여론수렴을 거친 뒤 민간에서 제안서를 제출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점을 들었다.

 

이들은 "도대체 운하를 건설하는 것인지, 강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인지, 민간제안이 먼저인지 너무나 혼란스럽다"며 "운하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할 수도 있다면서 민간 제안이 제출되기도 전에 어떻게 여론 수렴을 할 것이며 민간제안도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운하 건설을 기정사실화한 국토해양부의 발언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더불어 "하루가 멀다 하고 대운하를 둘러싼 이야기가 뒤바뀌고 있는데 논란의 당사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아무 말도 없는 것은 수많은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이라며 "이미 총선과 여론조사로 밝혀진 국민들의 뜻을 이 대통령은 당당히 받들어라"고 촉구했다.

 

"이제 '위대한 포기' 통해 국정리더십 회복하시라"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지도자가 하지 말아야 할 일 중 가장 첫번째가 국민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라며 대운하 건설에 대해 여러 번 말을 바꾸고 있는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지도자라면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건설업자의 이득만 챙기는 대운하 건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사죄에 나서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우식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시인 이형기의 <낙화>의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정 사무처장은 "출범한지 고작 3개월밖에 안 되는 대통령에게 이 구절을 인용해 말하는 이 순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통곡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위대한 포기'를 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역사상 '강력한 추진력'이 아니라 '위대한 포기'로 맑고 향기로운 발전이 있을 수 있었다"며 "더 이상 오락가락 하지 말고 백지화 선언을 통해 국정리더십을 회복하시라"고 충고했다. 더불어, "운하 사업을 계속 추진할 경우 일반 시민들이 신발끈을 바짝 매고 행동에 나설 것임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임성규 공공운수연맹 위원장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곧 시간이 돈이라는 상식을 호도하지 말라"며 "운하가 건설되더라도 물류는 화물과 철도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운하 사업을 통해 공룡화된 건설사들이 운하 사업 이후 갈 곳을 잃으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같은 경제대혼란이 올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운하사업을 즉각 포기하지 않으면 공공운수연맹 노동자들은 총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때부터 거짓말 일삼았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때부터 거짓말을 일삼았다"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수표교를 복원하겠다고 우리에게 공문까지 보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수표교는 복원되지 않았다."

 

특히 황 위원장은 "어제 친일인명사전 발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자신이 서울시장 재직 때 '미당 서정주의 생가를 복원했다'고 말했는데 그것도 거짓말"이라며 "사실 미국에 살고 있는 미당 서정주의 아들들이 생가를 돈이 없어 건설업체에 6억원에 팔았는데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서울시에서 거기다 1억원을 더 얹어 산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서울시가 산 미당 서정주의 생가는 지금 그냥 방치돼 있다"며 "오히려 이명박 전 시장은 박목월 시인 생가, 신촌역 등 근대 문화재를 몽땅 다 파괴해놓고 친일파의 집을 지킨 것을 언론에 자랑하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황 위원장은 운하 논쟁에서 눈을 감은 보수언론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황 위원장은 "오늘 <동아일보>도 사설을 통해 기업 뜻에 따라 운하를 추진하겠다는 국토해양부를 강하게 성토했는데 수년 전 '샛강을 살리자'고 캠페인 했던 <조선일보>는 어디 있냐"며 "운하가 건설되면 샛강은 다 죽는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그:#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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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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