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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씨 속에서 송홧가루가 하늘을 가득 덮은 10일(토) 오전 경기도 이천경찰서 주차장엔 난데없는 트럭들이 하나 둘 주차하기 시작했다. 트럭에서 내린 사람들은 대부분 잠바 차림에 검게 그을린 피부의 농민들이었다.

 

이들이 경찰서에 모인 이유는 전국 최초로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된 이천시와 이천경찰서가 관내 시설 채소 작목반 고용주들을 대상으로 개설한 '외국인과 하나되는 배움교실'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지난주에 이어 두 번째다.

 

이천경찰서가 이번 교육을 적극 추진하게 된 것은 주민 애로 사항을 청취해서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이번 교육을 위해 이천경찰서는 관내 시설 채소작목반 고용주 100여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후, 고용주를 대상으로 태국어, 베트남어 강좌와 문화이해 교육 과정을 개설하였다.

 

김동선 이천시 시설채소 작목반 총회장에 따르면 "이천은 시설 채소 작목반에서 고용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노동력 의존이 경기도내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호 의사소통상의 문제나 문화적 차이, 이주노동자들의 높은 기대치, 법과 제도에 대한 고용주들의 부족한 이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고용주와 이주노동자들이 생겨나면서 그에 대한 해법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고 한다.

 

교육에 참가한 이들 중 고용한 이주노동자가 갑작스럽게 작업장을 이탈하여 일손 부족으로 수확시기를 놓치거나, 작업 지시시 이해도 부족으로 경제적 손실 등의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신모 작목반장은 "외국인들 쓰다보면 속이 숯검뎅이가 될 때가 많아요. 우리가 성질 급한 것도 있겠지만, 그동안 발생했던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언어가 통하지 않아 발생했던 것으로 보고 이번 강의에 참여했어요"라고 했다.

 

지역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그에 대한 해법으로 외국어 교육 과정을 개설할 생각을 했다는 이천경찰서는 막상 지역 농민들을 초청하기는 했지만, 과연 일손 바쁜 사람들이 참여나 할까? 하는 우려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문제를 사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라도 한 번 교육을 받아보라'는 경찰 측의 거듭된 권유에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60여 명의 농민들이 세 시간에 걸친 강의에 함께 하였다.

 

교육을 통해 고용주들은 외국인을 고용하면서 발생했던 문제의 원인과 해법 등에 대해 듣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의문 나는 사항에 대해서는 질문도 하면서 상당히 고무적인 교육이 진행될 수 있었다. 그렇게 교육을 마치고 강의장을 나서던 사람들은 너나없이 첫날 함께 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도 꼭 권하고 싶다고 말들을 이었다.

 
국내 농업 노동시장 구성원의 대부분이 60-70대 고령자로 노동력은 떨어지고 인건비는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이주노동자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지역 주민과 지역 체류 외국인을 위한 이천경찰서의 노력은 지역사회의 화합과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경찰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교육은 해당 외국어를 구사하는 강사를 초청하여 앞으로 8주에 걸쳐 진행된다.


태그:#평생교육도시, #이천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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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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