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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 통해 가로막고 있는 경찰들 촛불집회 시위자들의 청와대 진출을 막는 다는 명분으로 차량 바리케이트를 설치해 놓은 경찰이 청와대 부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귀가길까지 가로막아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보행권까지 일방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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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차 빼야 한단 말이에요? 10분당 500원 씩인데 경찰이 내 줄 거예요?"

"집이 효자동이에요. 손에 장바구니 든 것 안보여요. 집에 가게 해 줘야 할 것 아냐?"

"우리 노인네들이 무슨 큰 시위를 벌인다고 집에도 못 가게 해? 나이 먹은 사람들은 보내 줘야지."

 

촛불집회가 열린 5일 저녁 10시께 광화문 네거리 부근, 집으로 귀가하거나 길을 지나려는 시민들과 경찰들 사이에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차량 바리케이트 옆으로 한 사람 간신히 지나다닐 공간만 만들어 놓고 방패로 막고 있는 경찰들이 시민들의 통행을 일방적으로 막자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것이다.

 

경찰은 최근 촛불집회 과정에서 청와대 쪽으로 향하는 길들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행권을 제한당한 일반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며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돌아갈 수 있는 길에 대한 안내도 없을뿐더러 대부분의 길을 막아놓은 상태라 청와대 부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시민들 역시 대부분이 효자동이나 청운동 쪽에 거주하는 시민들.

 

이들은 경찰의 통행로 봉쇄에 "집밖으로 외출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집에 못 가게 하는 경찰에게 거친 항의를 쏟아냈다. 10여분 이상 이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경찰은 항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만 책임자로 보이는 듯한 사람이 간헐적으로 통행을 허가할 뿐 계속 길을 막고 있는 모습이었다.

 

자하문 터널 쪽으로 간다는 30대 한 시민은 "집에 가는 사람들조차 못 가게 막는게 이해가 안 된다. 방송을 통해 귀가해 달라고 떠들 때는 언제고 정작 집에 가려는 사람들 가로막고 있는 것은 뭔 짓이냐"며 불만을 토해냈다.

 

"주민들 통행까지 막다니 무척 한심하다"

 

효자동에 거주한다는 50대 주민 김정분씨도 "장바구니 든 가방을 보여줬는데도 계속 못가게 막고 있다. 청와대 부근 주민들은 집에도 가자 말라는 것이냐"며 계속 물러서지 않고 경찰에 항의하는 모습이었다. 아주머니의 항의가 계속되며 물러설 기미를 안보이자 경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길을 열어주기는 했지만 이내 다른 사람들의 통행은 바로 가로 막았다.

 

김정분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쫄리기는 되게 쫄리는 모양이다. 주민들 통행까지 막는 것을 보니 상당히 한심하게 보인다"면서 "청와대 옆에 산 지 오래됐지만 이렇게 걷는 길조차 막히면서 불편을 겪어보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았다는 시민은 이순신 동상 옆쪽에서 경찰이 통행을 제한하자 경찰청과 부근 경찰서 등으로 전화를 걸며 "내 차 어떻게 빼야 하는 것이냐"며 목소리 톤을 높였다.

 

"아니 여기서는 경찰 지휘부에 연락해 보라고 하고, 여기 있는 경찰은 상부에 문의하라고 하고 도대체 당신들이 주차비 내 줄 거예요? 10분당 500원 씩이란 말이에요. 뭐 하는데 서로 책임회피하면서 내 차도 못 빼게 하는 거야!" 

 

한창 열 받은 시민의 항의가 거세지자 경찰 책임자가 나타나면서 소란은 잠시 조용해졌지만, 당사자만 보내주고 이내 다른 시민들 통행을 막으면서 이 같은 상황은 한 시간 새 몇 차례나 되풀이되는 모습이었다. 

 

여고생 두 명은 "서대문 쪽도 가로 막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며 끝내 경찰이 통행을 허락하지 않자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시민들에게 "돌아가세요"라고 말하던 경찰은 "어디로 돌아가야 하냐"고 묻자 다른 대답없이  그냥 "돌아가세요"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지휘를 맡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찰 책임자는 "시민들의 보행권을 어떤 근거로 가로막고 있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냐?"라는 물음에 아무런 대답 없이 자리를 피하는 모습이었다. 

 

경찰이 내 주차비 내 줄 거예요?

 

 

경찰의 통행 제한조처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의 목소리는 인터넷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광화문 근처 출판사에 다니고 있다는 20대 여성 직장인은 다음 아고라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소개했다.

 

'촛불시위에 참여한 후 사무실로 들어가려던 과정에서 쇼핑백에 담겨 있던 종이컵과 초를 본 경찰이 시위하고 온 것 같으니까 보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 가서 일을 해야 한다고 따졌다. 결국 회사 주소까지 이야기하고서야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나를 지켜주지도 않는 경찰에게 회사가 어디인지까지 말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5일 저녁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보고 나오거나 부근 사무실에서 늦게 퇴근하려던 시민들 또한 경찰이 보행로를 막자 어쩔 수 없이 광화문 지하철 역 개찰구를 통과해 반대편으로 나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지하철 1구간 요금을 지불해야만 했다. 경찰의 과잉 통행제한이 시민들에게 통행료 부담까지 지운 셈이다.  

 

비폭력 평화시위에 대한 과잉진압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경찰이 이번에는 시민들의 통행권을 필요이상 가로막으면서 또 다른 원성을 사는 모습이다. 통행을 둘러싸고 시민들과 경찰의 실랑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5공 때나 벌어졌던 통행 제한이 이렇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노인들이나 어린 학생들은 보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민들의 보행권까지 막고 있는 경찰의 대응이 너무 지나치다"고 비판하면서 씁쓸해 했다.


태그:#촛불문화제, #통행제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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