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출근길 초반에 있는 자전거 도로이다.
 출근길 초반에 있는 자전거 도로이다.
ⓒ 임정혁

관련사진보기



내가 다니는 직장은 집에서 약 3㎞ 거리에 있다. 한동안은 차량을 이용해 주로 출퇴근했다. 밤까지 계속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듭되는 무리한 일정 덕에 5년 전 수술한 디스크가 재발하게 됐고, 나는 과감히 차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출퇴근 시간 '걷기'였다. 재활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지만 계속 일을 쉴 수는 없었기 때문에 결정한 대안이었다. 처음에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침잠을 줄여가며 좀 더 일찍 일어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차량을 이용한 출퇴근에만 익숙해져 이 거리를 걸어간다는 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참 재밌는 현상이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나는 30분~1시간 되는 거리를 걸어다니곤 했다. 그때는 이 거리가 그리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았었다. 어느덧  문명과 편리함에 길들여진 내가 보이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이런 결정을 내리고 출퇴근을 걸어서 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어 두 달이 꽉 차고 있다.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차를 포기하기로 했던 첫 결정에 매우 만족하게 되었다. 차를 포기하는 대신 수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출근길 중반에 있는 자전거 도로이다.
 출근길 중반에 있는 자전거 도로이다.
ⓒ 임정혁

관련사진보기



먼저 건강을 얻을 수 있었다. 아직 디스크 재활에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생활에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매우 좋아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더불어 살이 의외로 많이 빠지기 시작하고 있다. 몸이 가벼워지고 한때 경계성 고혈압까지 올랐던 혈압 역시 매우 안정되었다.

두 번째로 많은 친구를 얻을 수 있었다. 출퇴근시 이용하는 인도와 자전거 도로에 있는 많은 풀벌레. 아침마다 내 마음을 깨워주는 새소리. 시원한 아침 공기 등이 그것이다. 복잡한 도심 속에도 이런 소중한 생명이 있음을 그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젠 내게 둘도 없는 친구들이다.

세 번째로 생각을 정리하며 차분해질 수 있었다. 도시에서 운전을 하다보면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된다. 옆차와의 거리, 신호 등을 보느라 정신 없기 때문이다. 자칫 딴 생각을 하다 1초라도 출발이 늦어지면 뒤에서 난리가 난다. 하지만 걷기를 통해 나는 복잡한 내 맘을 정리해 나갈 수 있었다.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하니 생활이 정리되며 깔끔해져 갔다.

끝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아침, 저녁마다 걸으며 자연을 벗삼게 되자 내 맘 속에는 여유가 깃들기 시작했다. 주차 문제 하나에 얼굴을 붉히던 삶에 샘물이 적셔지게 된 것이다. 삶에 여유가 깃드는 것은 곧 내 인생의 만족도와 행복감의 증가로 이어졌다.

직장 앞에 있는 공원 조깅로 이다.
 직장 앞에 있는 공원 조깅로 이다.
ⓒ 임정혁

관련사진보기



사실 가만 보면 직장과 집 사이 거리가 그리 멀지 않는 경우가 많다(나의 경우 약 3km를 걷는데 25분 정도 소요되고 있다. 혹시 조금 늦으면 자전거를 타고 가면 된다). 그러나 아침 시간에 20분 먼저 일어나기가 힘들어 걸어서 출퇴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웰빙을 외쳐대며 몸에 좋은 것을 찾는 것과는 배치되는 상황이다.

약 두 달여 동안 걸어서 출퇴근을 해보니 웰빙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웰빙의 삶을 꿈만 꾸지 말고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실천해 나가보자. 내 삶이 더욱 신선하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 뉴스와 on20에도 함께 송고했습니다.



태그:#출퇴근, #웰빙, #자전거도로, #걷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