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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크기의 창의문까지 올라왔습니다.. 역사의 많은 이야기가 담긴 문입니다.
 작은 크기의 창의문까지 올라왔습니다.. 역사의 많은 이야기가 담긴 문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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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된 북악산 성곽길은 대통령이 사는 청와대의 병풍 같은 산입니다. 전에는 북악스카이웨이길을 차로 지나가면서 북악산을 감상했다면 요즘은 성곽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산행을 하더군요.

산이 있으면 산자락을 따라 계곡이 있는 법. 아무래도 이런 여름에는 산행보다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을 즐기는 게 더 낫겠지요. 가끔씩 무언가에 온몸으로 도전하고플 때 애마(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북악스카이웨이길을 자주 오르고 내리다 보니, 시원하게 물이 흐르는 계곡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동네 주민들은 백사실(계곡)이라고 부르더군요.

딱히 표지판도 없어 사람들의 때를 덜 탄 탓인지 정말 심심산골의 청정계곡 같은 느낌이 나는 곳이지요. 장쾌한 폭포들이나 식당 같은 것이 있는 계곡이 아니라서 외지인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주로 놀러 오는 숨겨진 보석 같은 계곡입니다. 숲과 나무도 매우 무성하여 계절따라 많은 야생화들과 아까시, 등나무들이 진한 향기를 뿜어냅니다.

동네 아이들이 멱을 감으며 다슬기도 잡고, 어른들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멱을 감으며 다슬기도 잡고, 어른들은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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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의 햇살을 받으며 자전거를 타고 청와대 앞 길을 지나 북악산 스카이웨이길로 진입합니다. 날씨가 날씨인지라 물을 자주 마시는 바람에 물통에 물이 떨어져 인근 지구대(예전 파출소)에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물을 얻어 마셨습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이 물 좀 달라고 부탁하면 누구나 호의적으로 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날은 너무 더운 나머지 지구대, 주유소와 북악산 자락 군부대 입구에서 고맙게 물을 얻어 마셨습니다.  

끝간 데 없이 오르막의 연속인 북악산 스카이웨이길을 오르다 보면 산 중간 정도의 높이에 있는 역사적인 이야기가 많은 창의문을 만납니다. 커다란 문은 아니지만 그 위치가 매우 중요한 곳으로 조선시대 각종 반정과 현대의 군부 쿠데타에까지 자주 등장하는 문이지요. 창의문 앞에서 슈퍼를 하는 아저씨께서 북한의 무장남파간첩 김신조도 창의문을 넘다가 붙잡혔다고 말해주네요. 여기엔 북악산 성곽길을 향해 올라갈 수 있는 산행로도 있습니다.

창의문 부근에 자전거를 묶어 주차하고 도보로 백사실 계곡을 향해 걸어갑니다. 자전거 바퀴로 가기보다 두 발로 걸어가게 하는 길이 시작되기 때문이죠. 이젠 얼굴이 귀여워 보이는 군인들이 지키는 소규모의 군부대와 집인지 절인지 모를 절집들, 주민들이 가꾸어 놓은 텃밭들을 지나다보면 어느새 우거진 숲과 나무와 흙길이 고요하게 나타납니다. 신발을 벗어 맨발로 계곡을 향해 걸어가도 될 정도로 흙이 많은 땅은 부드럽고 깨진 유리 같은 것이 없습니다.

나무들 사이로 맨발로 흙길을 밟으며 걷다보니 백사동천이라고 새겨져 있는 바위를 만났습니다. 계곡이 가까이 있다는 표지석이지요.
 나무들 사이로 맨발로 흙길을 밟으며 걷다보니 백사동천이라고 새겨져 있는 바위를 만났습니다. 계곡이 가까이 있다는 표지석이지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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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계곡이지만 흐르는 물소리가 참 청아하며 물이 맑고 시원합니다.
 작은 계곡이지만 흐르는 물소리가 참 청아하며 물이 맑고 시원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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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에 닿는 흙의 느낌을 기분좋게 즐기며 나무들 사이로 난 작은 길을 걷다보면 어디선가 물과 바위가 만나서 내는 시원한 계곡물 소리가 반갑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덩달아 숲 속의 까치들까지 잘왔다고 합창을 하네요(저는 자전거를 타고 이곳을 찾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할 분은 지하철 3호선 홍제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세검정 초등학교에 하차하면 훼미리마트쪽으로 계곡의 초입길이 한눈에 보입니다).

이곳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계곡으로 조선시대 창덕궁의 궁녀들이 와서 빨래를 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숲의 풍경도 좋고 물도 맑고 풍부하니 빨래를 하는 궁녀들도 기분 좋았을 것 같네요.

계곡에 발을 담그고 걷다가 제일 먼저 만난 사람들은 역시 아이들입니다. 이 동네에 사는 꼬마들인데 물병 속에 무언가를 잡아서 넣기에 보니 다슬기라고 하네요. 저도 참 오랜만에 보는 이름도 귀여운 다슬기입니다.

놀러온 어떤 청년이 계곡에 누워 피서를 맘껏 즐기고 있습니다.
 놀러온 어떤 청년이 계곡에 누워 피서를 맘껏 즐기고 있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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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종로구청에서 관리하는 곳으로 개구리, 맹꽁이, 도롱뇽, 버들치 등의 귀한 생물들을 보호해 달라고 하는 푯말이 세워져 있습니다. 계곡물 속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면 생물들이 죽거나 다치니 들어가지는 말라고도 써있으나 이 더운 무더위에 아마 그건 지켜지기 힘들 것 같네요.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며 계곡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산책로가 있는 작은 연못가가 나타납니다. 옛날 조선시대의 왕부터 현대 청와대의 대통령까지 여기에서 산책과 명상을 즐겼다고 하네요. 바로 옆에는 계곡물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흐르고 주변에는 숲과 나무가 우거져 뜨거운 여름 햇살도 피해가니 누구라도 좋아할 만하겠어요.

주변엔 그 흔한 아파트도 없고 편의점도 없지만 이 동네 주민들(서울시 종로구 부암동)은 그 누구보다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 속 비밀의 계곡으로 오랫동안 흐르고 있어 주기를 바랍니다.

백사실 계곡에 있는 비밀의 정원 같은 곳입니다. 나무들이 주는 그늘 아래 앉아 쉬기 좋네요.
 백사실 계곡에 있는 비밀의 정원 같은 곳입니다. 나무들이 주는 그늘 아래 앉아 쉬기 좋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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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08 이 여름을 시원하게 응모'



태그:#북악산, #부암동, #백사실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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