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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손자가 입장을 한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공손히 인사를 한다. 그리곤 피아노 의자에 의젓하게 앉아 피아노 연주를 시작한다. 아무런 떨림도 없이 아주 여유만만하게 보인다. 처음 곡은 틀린 곳이 없었는데 두 번째 곡은 약간 긴장을 했는지 한 군데가 미약하게 틀리긴 했다. 그래도 그 정도면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주회가 시작 되기 전에 "할머니 나 못 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을 하더니만.

 

▲ 큰손자의 피아노 연주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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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큰손자가 피아노 학원 친구들과 함께 피아노 연주회를 가졌다. 손자는 두 달전인 6월 초순경에 이사를 했다. 내년이면 초등학교 입학을 해야하는데 학교가 멀리 있어 학교 근처로  다시 이사를 하게 되었다.

 

먼저 살던 곳과 새로 이사한 곳은 자동차로 20분 거리. 7월에 피아노 연주회가 있다면서 학원 측에서 연주회를 할 수 있도록 7월 30일까지만이라도 다니면 안 되겠냐고 해서 연주회가 있는 날까지 계속 다니게 된 것이다. 딸아이도 손자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거의 50일 동안 딸아이가 퇴근해서 손자를 데리고 학원을 오고 가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만약 자기 자식이 아니었더라면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딸아이와 손자의 노력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지고 온 것 같다. 그날 피아노 연주회는 아주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더 잘해서 상을 타고, 덜 잘해서 상을 못 타는 일이 없는 연주회였다. 학원생 모두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어떤 아이는 '도레미파솔라시도'미미미솔 미미솔~~~'을 칠 정도로 아주 초보였는데, 그런 아이도 연주회에 참석을 했다. 또 선생님을 못 들어가게 해서 연주가 끝날 때까지 선생님을 제 옆에 서 있게 한 아이도 있었다.

 

너무 긴장을 한 탓인지 우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도 도중에 포기하는 아이는 없었다.  그곳에 온 학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어디 그뿐이랴. 유치원생 아이들이 악보를 외워서 틀리지 않고 친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말이다.

 

마지막으로 70명의 아이들이 모두 모여 '어머님 은혜'라는 곡을 합창, 모두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 노래가 끝나고 작은 손자는 준비해간 꽃다발을 제 형에게 전해 주기도했다. 턱시도를 입은 제 형이 조금은 이상했는지 눈이 휘둥그래지기도 했다.

 

피아노 연주회라고는 하지만 11개월 배운 실력이라 크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 이상으로 손자는 의젓했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손자는 이번 피아노 연주회를 통해서 마음이 더 자랐을 것이다. 녀석이 더 의젓해 보이는 것은 아마도 그런 큰 일을 잘 치렀기 때문일 것이다. 


태그:#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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