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파주 문산읍 가는 길에...
ⓒ 이장연

관련영상보기


자전거 여행 둘째날, 새벽 일찍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을 나와 문산으로 향했습니다. 그 길에 오랜만에 동 트는 멋들어진 풍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눈부시고 아름다운 광경과 달리 길가 곳곳의 임야가 파헤쳐지고 깍여나간 것들도 눈에 띄였습니다.

 

 

특히 LG필립스 LCD단지는 어느새 그 괴기스런 모습을 뽐내고 있었고, 그 주변은 겉보기에는 번듯해 보이지만 이전보다 더 황폐해져 있었습니다. 지난 2005년 1월부터 2월까지 한달간 노무현 참여정부의 갖가지 반환경정책들을 규탄하고 전국의 주요 환경현안 현장을 찾아다니는 초록행동단 활동을 했습니다. 당시, LG필립스  LCD단지 건설현장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녹색성장' 운운하는 이명박 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참여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운운하면서 파주LG필립스 LCD공단을 위해 수도권 공장총량제까지 완화해 50만평이라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승인해 줬습니다.

 

그렇게 재벌의 이익만을 챙겨주다 보니, 정작 거대한 개발사업으로 피해를 입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공장부지와 주변의 생명체들과 생태계뿐만 아니라 공사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 먼지, 송전탑 등이 공사현장 주변의 주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초록행동단은 '재벌들만 살찌우는 수도권 규제완화를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관련 대책위와 함께 가진 바 있습니다. 그 기자회견을 할 때 LG필립스 측은 정문 입구에 건장한 남자들을 세워놓고 초록행동단을 경계했습니다. 

 

안개 때문에 희미하게 보이는 괴물 공단과 참담한 모습들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발과 성장이란 이름으로 자연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이런 파괴행위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해주는 이들은 또한 누구인지? 말입니다. 이 답도 또한 이미 나와있었지만, 정작 개발이란 망령에 홀려 파괴행위를 일삼는 이들의 삽질과 불도저를 막을 답은 딱히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 씁쓸한 생각을 떨쳐버리려 페달을 세차게 밟아 고갯길에 올라서니, '문산읍'이란 푯말이 낯선 여행객을 반겨주었습니다. 내리막을 내달리니 어느새 자유로와 맞닿았고 멀리 아침 해가 떠오른 문산읍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문산읍으로 다가가니 국가하천이라는 문산천이 임원교 아래를 세차게 흘러나가고 있었고, 다리 아래 하천변에는 밤새 야영을 한 듯 보이는 사내아이 둘이 물수제비를 뜨려는지 물가로 돌멩이를 던져대고 있었습니다.

 

임원교를 건너 임진각으로 가기 위해 핸들을 북쪽으로 돌려 나아가다보니, 문산천 인근의 임야를 깔아뭉개고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는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삭막한 모습들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아파트 건설현장을 뒤로하고 또다시 고개를 넘어 전곡 향하는 37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 사목리 마을을 가로질러 운천역에 도착했습니다. 역이라고 해서 역사가 있는 줄 알았는데 철로변에 승강장만 달랑 있더군요. 그 모습이 낯설기도 했지만 왠지 더 정감어렸습니다.

 

그리고 건널목을 건너 남과 북을 이어주는 철길을 따라 이어진 통일로로 나아가니,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새벽에 출발해 점심때까지 자전거로 열심히 달려온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태그:#문산읍, #공장총량제, #개발, #파주LG필립스LCD, #수도권규제완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