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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 국경없는마을 추석축제 우리 고유의 명절 추석을 맞아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마련된 2008 국경없는마을 추석축제가 14일 오후 안산 원곡동에서 열렸다. 다양한 놀이, 춤, 노래와 함께명절을 즐겁게 보내는 외국인노동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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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아라는 우리 고유 명절 추석. 이주 노동자들의 추석도 우리네만큼 넉넉하면서도 여유롭게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한데 모여 자국 사람들끼리 정을 나누면서 추석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14일 오후 경기도 안산 원곡동의 국경 없는 거리. 차례를 마친 시민들과 이주민들이 쏟아져 나오며 거리는 축제의 장으로 변하고 있었다. 올해도 국경 없는 마을의 추석 축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축제는 명절을 맞아도 고향에 갈 수 없는 이주민들이 한바탕 즐겁게 놀 수 있는 잔치판이었다.

평상시 주말에도 사람이 몰리는 곳이지만 추석을 맞아 거리는 몇 배로 더 북적였다. 가족들과 함께 거리로 나온 세계 여러 나라의 노동자들은 이제 한국의 명절이 무척이나 익숙해진 모습들이다.

팔월 한가위, 이주 노동자들에게도 축제의 시간

2008 국경없는마을 추석 축제가 펼쳐진 안산 원곡동 야외공연장
 2008 국경없는마을 추석 축제가 펼쳐진 안산 원곡동 야외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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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쇠러 안산으로 온 외국인들도 많아 보였다. 삼삼오오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모인 그들은 무리지어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방글라데시에서 왔다는 한 청년은 경북 포항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친구들이 안산에 있어 명절에 고향 찾아가듯 찾아왔다는 것.

국경 없는 마을의 야외공연장에도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한 은행이 작은 기념품을 나눠주는 부스에는 선물을 받기 위해 긴 줄이 서  있었고, 건강 체크를 해 주는 곳 또한 너도 나도 찾아와 혈압 체크를 받고 있었다.

각 나라의 전통 음식들 또한 천막마다 다양하게 차려지면서 국경없는 마을의 추석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었다. 베트남의 쇼이, 필리핀의 비빔까, 중국의 월병, 몽골의 호쇼르 등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떡인 만큼 맛들도 각기 특색 있었다. 

제기 차기, 기왓장 깨기, 자유투 던지기, 활쏘기 등의 각종 놀이행사에도 사람들이 적잖이 참여해 즐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구경만 하던 사람들이 이내 재밌어 보인다는 듯 달려들었고 놀이에 몰두하면서 함께 즐거워하고 있었다.

놀이 행사에 소정의 성과를 거두면 전달되는 작은 쿠폰도 인기가 좋았다.  그 쿠폰은 각 나라의 푸짐한 전통 음식과 교환됐다. 게임도 즐기고 쿠폰으로 배도 채우니 넉넉한 한가위 인심에 작은 선물을 받는 사람들 모두 한껏 미소가 지어진다.

스리랑카에서 왔다는 세네갈씨는 파키스탄 친구 자민씨와 함께 음식을 한아름 받아들고는 "한국 추석이 너무 재밌고 즐겁다"고 했다.

30대와 60대의 대결, "아버지와 아들이 씨름하는 거네"

중국에서 온 60대 할아버지(얼굴 보이는 사람)의 활약이 펼쳐지면서 관심이 쏠렸다.
▲ 씨름대회 중국에서 온 60대 할아버지(얼굴 보이는 사람)의 활약이 펼쳐지면서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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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며 최고의 인기를 보인 곳은 역시 씨름판. 호탕한 웃음과 응원 열기가 가득한 모래판은 빼곡이 앉은 사람들 때문에 제대로 들여다보기도 힘들 정도였다.

작은 씨름판이었지만 몽골과 중국, 동남아 등 외국인들이 참여한 명절 씨름판은 '국제 경기'였다. 외국인들 또한 흥미진진해 하는 표정이다. 

몸집이 좋은 사람과 상대적으로 작아 보이는 마른 사람의 대결. "으랏차차" 소리와 함게 육중한 몸이 앞으로 쏠리려는 순간 맞은편 상대의 오른쪽 다리가 상대의 안쪽에 걸려들었다.

순간적인 전세 역전. 마른 체구의 사내가 기술로 육중한 체구를 쓰러뜨리자 와~ 하는 함성이 터져 나온다. 멋진 기술 씨름 앞에 찬사가 잇따랐다.

결승전은 중국 화북성에서 왔다는 30대와 역시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60대의 대결. 지켜보던 누군가의 말에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거 아버지와 아들이 씨름하는 거네."

바로 여기저기서 "아버지 이겨라"는 응원과 웃음이 섞이며 60대 아저씨가 일방적 성원을 받았지만 30대의 체력 앞에 어쩔 수 없는 모양. 다양한 기술로 젊은 상대들을 잇따라 쓰러뜨렸던 60대의 투혼은 내리 두 판을 내주며 끝을 맺었다. 그래도 쌀과 청소기 등의 상품이 전달되자 만족스런 표정. 그들을 향해 관중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본 행사는 각 나라의 춤 경연으로 시작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안산이주민센터 박천응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새로운 한국의 문화가 만들어가고 있다"면서 "오늘은 그 주역들이 모인 소중한 행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주원 안산시장 역시 격려사에서 "58개국 5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안산에 거주하고 있다"고 말하고, "다문화 다국적 인종 초월한 예술이 숨 쉬고 있는 이곳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현란한 비보이, 힘 넘친 몽골춤, 폭발적이고 유연한 아프리카 춤

본격적으로 시작된 행사는 춤과 노래의 한마당이었다. 중국의 접시춤과 스리랑카의 캔디안 댄스, 한국의 비보이와 풍물, 필리핀의 항아리 춤, 몽골의 후미룬 등 8개국 춤이 각각 특색 있게 선보였다.

사이사이 동포들의 노래 공연이 이뤄졌는데, 이날 최고 인기곡은 김부자씨의 '달타령'.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노래가 시작되면 객석의 관객들이 너도 나도 무대 앞으로 나와 한바탕 춤을 펼쳤다. 대부분이 중국 동포들. 흥겨운 외국인 축제마당에서  가장 재밌게 즐기는 이들은 중국에서 온 조선족 동포들이었다. 

한국 비보이들의 공연은 현란했고, 징키스칸의 후예 몽골의 춤은 힘이 넘쳤다. 스리랑카의 춤에는 아프리카의 전통이 엿보였으며, 필리핀 춤은 발랄하면서도 정적이었다.

이날 최고의 인기는 아프리카 팀. "우리는 유나이티드 아프리카"라는 리더의 소개처럼 콩고, 가봉, 남아공, 세네갈, 코르티브와르 등 '아프리카 연합군'이었다. 나라는 다르지만 아프리카의 성격은 차이가 없는 듯 춤은 폭발적이고 역동적이었다. 유연한 몸놀림과 흥겨운 음악에 가창력 또한 탁월해 몇 번의 앙코르를 받을 정도로 아프리카 춤의 진수를 보여줬다.

특히나 아프리카 팀의 모빌리 비벤스씨는 남진의 노래를 부르며 멋진 무대 매너까지 선보여 인기를 독차지했다. 마지막에는 윤도현의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며 자신들이 살고 있는 한국에 예의를 표했다.

▲ 아프리카 연합팀의 댄싱 '8국 8색 춤과 놀이 한마당'에 나온 아프리카팀. 콩고 남아공 세네갈 코르티브와르 가봉 등에서 온 이들은 활력 넘치는 몸짓으로 아프리카 댄싱을 맛보게 해 줘 관객들로 부터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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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나라의 성격 통해 새롭게 창출되는 우리문화

안산 국경없는 마을의 명절 행사는 지난 1994년부터 시작됐다. 이제는 이주 노동자들이 명절을 즐기는 확실한 이벤트로 자리매김됐고, 다른 곳에서도 많이 배워갈 만큼 명절의 대표적인 행사다.

올해도 '이주민과 지역 주민이 다양한 공동체 행사를 통해 상호 이해와 소통,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다문화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연휴가 시작된 13일부터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13일에는 각 나라별 체육대회와 노래자랑, 문화 행사가 있었고, 세계 여러 나라의 춤과 음식, 놀이를 소개하는 본 행사에 이어 15일 이주 노동자 영화제까지 이어진다.

안산외국인지원센터 측은 올해는 "각 나라별 행사에도 많은 주안점을 뒀다"고 말하고 "우리 사회의 한 부분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이주 노동자들을 통해 우리 문화나 기타 환경의 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국가들이 섞이며 새롭게 창출되는 문화가 한국적 환경에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외국인노동자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안산이주민센터 대표
▲ 박천응 목사 외국인노동자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는 안산이주민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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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추석, #국경없는마을, #외국인노동자, #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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