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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날 비둘기공원에서의 산책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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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일찍와서 돌아다녔어?"

"응 1시간 30분 정도 일찍 와서 볼 일도 보고 공원에도 가봤어."

"아직도 이곳이 그렇게 좋은가 보네'"

"왜 아냐. 20년을 살았으니 정 많이 들었지.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거기보다 여기가 더 좋아. 고향과 다름없지."

 

친구들이 다시 이사오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25일 시흥시 친구들과 만남이 있는 날이었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오락가락 하는 비둘기공원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하여 약속 시간보다 일찍 그곳에 가봤다. 여전히 편안하고 조용한 곳이다. 눈을 감고 있어도 공원 구석구석이 그려지는 그곳. 진짜 정이 많이 든 곳이다. 비가 오면 비가 와서 궁금했고, 눈이 오면 눈이 와서 궁금했고, 날씨가 변하면 변해서 궁금했던 곳이었다.  

 

공원에 들어서니 비오는 날 우산을 받쳐들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수시로 드나들면서 산책을 즐기기도 한 곳. 산책을 하다보면 머리 한구석 꽉 막혔던 곳이 어느 샌가 시원하게 뚫리기도 했던 곳이다. 운동하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 전에 그곳을 산책할 때와 똑같은 코스로 돌아봤다.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벌개미취, 산수유열매, 빨간꽃사과, 모두가 그대로이다. 내리는 비와 함께 떨어진 낙엽이 지붕 위를 뒤덮고 있었고, 길가 옆에도 낙엽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곳에 있는 야생화들 대부분은 그곳에서 처음 본 것이다. 꽃이라고는 장미 ,카네이션, 국화 등 널리 알려진 것밖에 몰랐던 문외한이었던 나. 그런 나에게 그곳은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고 많은 것을 준 고마운 장소이기도 하다.

 

조금 걸으니 장미화원이 나왔다. 촉촉하게 물먹은 장미꽃이 나를 반겨주는 듯했다. 그곳에 많은 여러 종류의 장미꽃은 나를 또 얼마나 많이 풍요롭게 해주었던가. 고운 색깔의 활짝핀 장미꽃, 꽃망울을 곧 터뜨릴 장미꽃은 나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었다. 장미화원을 몇바퀴나 돌았다. 활짝핀 장미꽃을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편안함이 느껴졌고 안락함이 느껴졌다. 마치 내가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는 착각을 들게 했다.

 

원추리 한가운데로 비둘기집이 보이고 그 아래로 테니스장이 보였다.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시끌벅적이는 테니스장. 게임이 있는 날이면 자동차를 주차시킬 자리가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던 곳. 오랜만에 그곳에 갔다오니 할 일을 한 것처럼 마음이 뿌듯하면서 꽉찬 느낌이 들기도 했다.

 

공원을 막 나서는데 누군가가 "언니 언니 거기서 뭐해요?"하며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딘가 하고 두리번 거리니 부르는 소리가 또 들려온다. 길 건너편이었다.

 

"어 그래 누군가 했네."

"언니 거기에서 또 사진 찍었어요?"

"그러게 비가 오니깐 사진이 찍고 싶어지네."

 

그는 나에게 못 말릴 사람이라고 한다. 못 말릴 사람이면 어떤가. 그런 그곳은 어느새 내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으니 말이다.


태그:#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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