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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시민단체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 NGO의 역동성은 일본 시민사회가 부러워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문제도 있었다. 사진은 이명박 정부 그린벨트 해제 조치를 비판하는 시민단체들.
 요즘 한국 시민단체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 NGO의 역동성은 일본 시민사회가 부러워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문제도 있었다. 사진은 이명박 정부 그린벨트 해제 조치를 비판하는 시민단체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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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국내 최대 NGO인 환경연합과 참여연대를 수사하는 것을 두고 한국 NGO의 위기가 왔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한국의 시민사회, 즉 NGO는 정책제안 등을 통해 정책 정당으로서 그 역할을 못하는 한국 정당이나 공공부문 기능을 일부 대신해 경제정의, 환경보전, 여성권익 등 사회 취약부분을 급성장시킨 공로가 크다. 또한 부패 정당을 바로잡기 위한 총선연대 활동은 적극적 국민 지지 속에 일본 등 해외 NGO의 벤치마킹 사례가 되었다.

한국 NGO의 이러한 역동성은 일본 시민사회가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대한 공로와는 별도로 부정적 측면인 불법 회계 관행과 시민권력형 비리는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NGO의 정의는 비정부, 비정파, 비영리 결사체로서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자원주의(voluntarism)에 입각하여 회원의 직접적인 수혜와 관계없이 공익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즉 시민단체를 말한다.

위 정의에서 보듯이 시민운동은 시민들의 자발적 봉사에 입각해야 한다. 자발적 시민이 아니라 불충분하지만 급여를 받고 일하는 직원이 시민운동을 하는데서 회계부정과 시민권력형 비리가 발생될 소지가 있다.

시민단체, 대항 운동에 치중해 약자 위한 공공서비스 생산 소홀

한국은 비영리 단체 설립과 세금 규정에 대한 단일 법률이 없고,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하여 시민단체가 아직 전문화, 분화되어 있지 않다. 시민단체는 정부에 대한 대항 운동 및 정책대안 제시에 치중한 나머지 사회 약자를 위한 공공 서비스 생산에 소홀하였다.

시민단체의 국가권력 감시 및 비판과 거버넌스 간 균형도 중요하다. 감시 및 비판에 치중한 결과 공공 문제해결을 위한 참여보다는 행동지향적인 성격을 띠게 되면서 거버넌스 부문에 부정적 영향을 남겼다. 거버넌스 기구인 국가지속가능발전위원회나 서울시 녹색위원회에서 참여보다는 특정 이슈 반대 행동표시로 집단 사퇴한 결과 한시적이나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였다.   

또한 각각의 전문 영역을 벗어나 전 NGO가 함께 대항하는 연대운동은 시민운동의 힘을 키우는데 기여하였지만 대안 제시나 전문성 제고, 주민참여가 미흡하였다. 그 결과 새만금, 경부 고속철 등 각종 정부의 대형 사업이 사법 처리로 귀결되고 사업연기로 인한 경제·사회적 비용이 커졌다. 이러한 연대조직의 거대한 힘 때문에 NGO는 시민권력의 표상이 됐다. 연대기구의 사무국 역할을 하는 대형 NGO에 정부지원과 대기업 후원 및 언론 관심이 집중되는 블랙홀 현상을 가져와 창조적 신규 NGO의 자생을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지구촌시대에 한국 NGO들은 국내문제에만 매달려 국제연대를 소홀히 한 결과 전 지구적 문제 해결의 공헌도와 국제 위상이 매우 낮다. 현재 국내에는 Greenpeace, WWF, Friends of Earth 등 주요 국제 환경단체 한국 사무국이 없다. 우리나라에도 환경을 비롯한 노동, 무역 관련 국제 NGO의 태동을 통해 한국 NGO의 글로벌화가 본격 추진되어야 한다. 이것은 한국 NGO의 글로벌화를 돕기 위한 국제 NGO 본부의 노력이 수반될 때 가능하다. 

NGO 문제, 근본에서 수술을 해야 할 때가 왔다

NGO 문제를 이제 근본에서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왔다. 한국 NGO의 근본적 방향 재정립과 획기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늘 제기되었다. 어쩌면 해체까지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조직이 재정비되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현재 내사 중이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대형 NGO들이 회계관행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전 간부가 회계부정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출국이 정지되어 있다면 기존조직의 해체 내지 구조조정, 새기구로의 전환 여부를 이사회나 기타 의사결정기구가 심각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는 본래 순수한 취지인 자원봉사가 원칙이다. 시민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처럼 관이나 언론에서 홍보를 통해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주고 학교교육이나 직장사원 교육시 시민 자원봉사활동을 장려하고 커뮤니티봉사를 값지게 여기는 새로운 사회풍토조성이 필요하다.

외국 NGO를 보면 각자 직업을 가지고 일하기 때문에 풀타임 자원봉사가 어렵고 파트타임이나 요일별로 근무를 한다. 미국에서 회원이 가장 많은(150만) 환경 NPO인 시에라클럽에 가보면 사무실 근무자중 대부분이 파트타임 자원봉사자다. 그 중에는 전직 시의원도 있고 전직 공무원도 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대부분 NPO여서 사업을 통해 이윤을 남기지 않고 회원 회비로 직원 월급을 준다. 회원이 많은 그린피스 재팬 등 국제 NGO외에는 모두 2-3명의 직원이 있는 NPO다. 직원이 없는 나홀로 NPO도 있다.

일본, 미국의 관이나 언론은 신생 NPO를 홍보해 주고 자원봉사자를 모아 그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해준다. 사장 외 직원이 하나도 없는 초미니 기업(micro enterprise)이 있듯이 NPO 중에는 아이디어가 좋지만 직원이 없는 벤처형 NPO도 있다. 이들의 경우 관이나 언론에서 홍보를 해 주기 때문에 자원봉사자를 모으기 쉽다. 시민들은 돈과 시간을 내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하도록 한다. 이것이 바로 선진국이다.

선진국은 정책이나 정부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시민이 만든다고 말하는 일본 미래뱅크 이사이자 환경운동가 타나카 유우 교수는 직원 없이 자원봉사자들에 의존하고 있는 NPO운동의 대표적 사례이다. 타나카 유우교수는 일본 정부가 쿄오토 의정서에 서명을 하도록 압박하고 서명후 정부를 돕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발적 시민행동을 엮어 나가기 위해 미래 은행을 설립하는 등  일본 전체를 움직이는 기후변화 관련 사업과 운동을 하고 있다. 

행안부 민간단체 지원에 관한 조항을 보면 민간단체 등록 요건부터 까다롭다. 회원이 100명이상 되고 상근 직원이 있고 활동기간이 1년 이상이어야 등록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정해 놓고 있어 매우 경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민단체 지원관련 부서나 행정이 지원해 주어야 할 NPO는 회비 내는 회원이 많은 자생력 있는 NPO 외에도 아이디어는 좋으나 회원이 적은 신생 NPO도 포함해야 한다. 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환경운동단체 비리 문제, 전체 NGO로 확대해선 안돼

이번 사태를 두고 병든 기성시민운동판이라고 NGO를 모두 폄하하고 있는 언론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시민단체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기존의 편법적 회계관행을 거부하다 보니 2-3명의 직원도 회원 회비에서 모자라 늘 자비를 부담한 환경단체나 직원 1명도 없이 편법적인 회계관행에 물들지 않고 정도를 지킨 연구소도 있다. 이밖에도 개인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운동은 치열하게 하지만 소박한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순수한 운동가가 아직도 많이 있다. 특히 '좌파.진보.친북.반이명박'으로 딱지붙이면서 NGO 전체를 이데올로기화 반체제화 세력으로 매도하는 언론이 있다면 이는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21세기는 거버넌스의 시대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 시민 가까이에서 정부축소의 일정역할을 보완할 시민사회육성은 점점 더 필요해질 것이다. 시민사회 없는 국가 거버넌스, 지방 거버넌스, 기업 거버넌스가 존재할 수 없다. 위기가 기회이다. 지금까지 서울 중심의 시민단체의 대정부 운동이 주효했던 것은 중앙권력이 지방으로 이양되지 않았고 정책이나 의사결정의 비민주성 때문에 하위 상달식( bottom-up)접근이 안 되어 지방에서는 정부 대상의 운동 소재가 부족하였던 때문이다.

이의 해결은 중앙정부 권력을 광역 지방자치단체에게, 광역지방자치단체는 기초 자치단체에게, 기초 자치단체는 주민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지방분권의 추진과 주민 거버넌스를 높이는데 있다. 지방정부도 풀뿌리 NGO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동반자라고 생각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풀뿌리 NGO들의 책임성과 전문성 증대를 위해 전문가들의 지역문제에 대한 자발적 참여와 지역사회 봉사가 장려되어야 한다.

중앙에서 모든 결정을 다 하고 지역 의견이 수렵되지 않은 관계로 대규모 국책사업에 데모가 빈번하였다. 지역에 권한을 이양해서 풀뿌리에서 결정이 되도록 국가토지이용계획이 아닌 국토형성계획으로 도시계획 및 토지이용계획을 바꾸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주민의 참여 동기를 높여주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율적 행정을 통해 주민이 살고 싶은 도시와 마을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 지방분권과 분산을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난개발과 획일적 지역 개발을 주도해온 정부 산하의 각종 공사(농업기반공사, 토지공사 등)를 해체하고 이 운용기금을 지방정부가 출연하는 지역공공재단 설립 등의 민영화를 통해 효율적 운용을 기하는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서울중심, 중앙정부 위주의 시민운동은 이제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수평적 지역 풀뿌리 주민운동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주민 참여 예산제 도입 및 환경문제와 관련한 대형사업의 계획과 심의, 인가 과정에 지역 풀뿌리 NGO들의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여 주민 거버넌스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 시민단체는 NGO와 NPO의 혼재속에 다음과 같은 유형의 선택을 해야 할 기로에 있다.

▲ 순수 NGO로 남는다. 회원 회비나 재단 지원 사업을 하고 순수한 자발적 자원봉사를 하는 민들이 자율 운영하며 일체의 정부 프로젝트나 기업 후원금을 받지 않는다.
-. NGO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 재정이 열악한 NGO 지원을 위한 다양한 공익 재단이 필요하다.
-. 시민사회의 자율적 기구로서 NGO의 투명성을 보장해 줄 NGO Watchdog이 필요하다. NGO Watchdog은 현재 형식적 외부 감사에 의존하고 있는 NGO의 외부 감사와 아울러 공익재단의 관리와 운영을 감시한다.
▲ 비영리 법인인 NPO로 전환한다.
-.회원의 회비로 직원의 월급을 주고 정부나 기업 프로젝트를 하며 법인으로서 정기 감사를 받는다. 조직 활동으로 인해 생긴 이득을 당해 조직의 소유자, 대표자 또는 회원에게 배분하지 않고 다시 비영리 활동에 재투자하도록 하는 이익배분금지 원칙에 충실한다.
▲ 연구기능을 강화해 연구소로 전환한다. 정책 생산에 유능한 NGO 활동가는 정당에서 정당 연구원으로 흡수한다.
-. 국책연구원이나 자치단체 산하 연구원의 연구 보조역할에 머무르고 있는 민간연구소의 연구 기능역량 제고와 자율적 경쟁을 통한 정책 입안 능력 향상을 기한다.
-. 지방분권으로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의 역할이 축소되면 중앙정부 단위의 연구를 맡던 국책연구원이나 광역 단위의 연구를 해오던 지방자치단체 산하 연구원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여 사회 공헌과 수익형 사업을 동시에 추구한다.


태그:#한국 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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