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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양도 가는 배 비양호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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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 보여요?"

"네 보여요."

 

하지만 보인다는 선착장은 2~3분은 족히 지났지만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누군가가 "선착장 진짜 보여요?" "네 보여요" 똑같은 대답이었다. 2~3분이 마치 30분 그 이상처럼 느껴졌다. 그러자 파도가 밀려오는지 배는 더욱 심하게 흔들린다. "와~~~ 재미있다. 그렇지"하며 아이와 같이 온 엄마가 아이에게 묻는다. 그 말에 다른 누군가가 "재미있어요? 난 정말 죽겠는데"한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난 속으로 '당신들은 말이라도 하지 난 지금 넘어 올 것 같아서 말도 안 나오네요' 입을 손으로 억지로 틀어 막은 채 작은 움직임도 할 수가 없었다. 몇 번이나 입까지 넘어 오는 것을 도로 삼키는 역겨움을 참으면서 선착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바라던 선착장에 도착했지만 난 얼른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한림항에서 12분 걸린다는 비양도는 1시간 20분은 된 것 같이 길게만 느껴졌다. 그날따라 파도가 심해 객실과 갑판(?)과 연결된 문을 닫아 놓았다. 파도가 심하기에 사고 염려가 있어 모두 객실로 들어가 있으라는 선장의 당부와 함께 문이 굳게 닫히고 만 것이다. 비양도에 도착해서 열린 문으로 찬바람이 들어오니 그나마 조금은 안정이 되는 듯했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지난 9일 나와 언니, 올케 셋이서 제주도로 2박3일 여행을 떠났다. 여행 첫 날인 9일은 그렇게 우리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올케와 난 하얗게 질린 얼굴로 배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언니는 그나마 배 멀미를 덜 하는 것 같았다. 가끔 배를 타봤기에 배 멀미는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그날 탄 배는 고깃배 정도의 작은 배라서 그런가? 파도가 치는 것을 배가 그대로 영향을 받는 듯했다.

 

서너 명만 빼고 그곳에 탄 30여명 정도가 거의 배 멀미를 했을 정도였다. 어쨌든 배에서 내리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배멀미 했던 시간이 너무나 고통스러웠으니 말이다. 비양도의 신선한 공기와 때묻지 않은 주변 환경에 언제 배멀미를 했냐는 듯 정신이 맑아졌다.

 

마을 입구에는 아주 작고 아담한 분교가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들 그 작은 분교를 보면서 감탄을 한다. "어머 학교가 정말 예쁘다"하면서. 그들도  좀전에 했던 배멀미는 까맣게 잊은 듯했다. 지금 그곳 분교에는 4학년 학생 1명이 전부이고 선생님도 한 분이라고 한다.

 

그곳은 현재 60명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한다. 그전에는 그곳이 관광지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얼마 전 <봄날>이란 드라마를 하고부터 사람들이 찾기 시작한 곳이라 한다. 7년 전 제주도에 왔을 때보다 관광코스가 아주 다양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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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현순

 

해안도로의 산책로로 들어섰다. 그 전날은 거센 파도에 결항이 되었으니 불어오는 바람은 상상을 초월했다. 태풍이 없어도 섬은 늘 바람과 함께 한다는데 그 전날 결항의 후유증은 만만치가 않았다.

 

배멀미에서 벗어나니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마냥 즐거웠다. 양옆에는 자연이 빚어 놓은 작품들이 정겨움게 늘어서 있었다. 그곳에 전시 되어 있는  돌의 형상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보다 더 운치 있어 보였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을 가기가 아주 더뎠다. 그대로 지나치기가 아쉬웠던 것이다. 사진기에 담고 눈에 담으면서 그곳을 지나왔다. 우리가 너무 그곳에서 시간을 지체한 모양이다. 가이드가 얼른 배를 타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 그러고 보니 돌아갈 때도 그 배를 타야 한다는 것을 깜빡 잊었다. 배를 향해 뛰어가다 해녀할머니 한 분이 걸어가는 모습을 발견했다. 난 잠시 카메라를 들고 그분을 찍으려 했다. 언니가 "얘 할머니한테 허락을 받고 찍어야지?" "응 뒤에서 찍으려고" 재빠르게 셔터를 누르고 배를 향해 뛰었다. 비양도를 올 때보다 배는 더 흔들렸다.

 

처음부터 눈도 꼭감고, 입도 틀어막고, 꼼짝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서서 가면 덜하다기에 그런 자세로 일어섰다. 하지만 서 있다가 나도 모르게 덮석 주저앉고 말았다. 심한 배멀미가 시작되었고 머리까지 흔들렸다.

 

누군가가 "아주 심한가봐요?" 하고 물었지만 대답도 못하고 눈도 뜨지 못했다. 머리를 다리 위에 파묻고 그곳을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다. 나머지 날에도 마라도, 우도를 가야 했기에 배에서 내리자마자 우린 귀미테를 사서 붙이고 다음 날을 안심하고 기약할 수 있었다.


태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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