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에코 페미니즘을 노래하는 가수 인디언 수니의 소극장 라이브 공연 모습
▲ 인디언 수니 에코 페미니즘을 노래하는 가수 인디언 수니의 소극장 라이브 공연 모습
ⓒ 최명진

관련사진보기


전자음향에 의해 적당히 치장된 음색으로 노래하는 가수가 아닌, 대중 앞에서 직접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라이브 가수에게는 특별히 요구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가창력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화려한 춤을 선보이는 댄스 가수가 아닌지라 꾸밀 수 없는 노래 실력은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자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무거운 기타 가방과 작은 배낭을 메고 홀로 공연장을 찾아다니는 가수가 있다. 이름은 인디언 수니.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가수인 그는 이런 정통 라이브 가수 중 한 사람이다. 노래 실력은 이미 상당히 소문이 나있고 발매한 음반도 마니아 층의 사랑을 받을 만큼 인지도 있는 가수다.

무거운 기타 메고 투박한 무대를 찾아 떠도는 가수

그런데 그가 주로 노래를 부르는 곳은 세련되고 화려함이 있는 곳보다는 소탈하며 투박함이 있는 무대다. 물론 간간이 잘 꾸며진 소극장에서 공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노래를 하기 위해 여러 지역으로 떠돌아다니는 경우가 다반사.

때로는 순례자들이 지나던 길 한복판에서 노래할 때도 있고, 야트막한 무대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을 보며 노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크게 불평하지 않는다. 그의 노래가 필요한 곳이라면 먼 길 원정도 마다하지 않고, 정갈한 목소리로 노래를 원하는 이들에게 힘을 북돋운다.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포크 장르의 노래를 도드라지게 소화한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인디언 수니의 음색은 특별하다. 담백한 목소리와 읊조리듯 속삭이며 전달하는 그의 노래에 빠진 열성팬들도 많다.

그가 최근에 선 무대는 람사르 총회 기념 환경 음악회, 악양 동네밴드 공연장, 화재로 집이 소실된 소설가 강기희 선생 돕기 자선 음악회 등이다. 무등산 풍경소리 음악회나 티베트의 평화를 원하는 행사, '대운하 반대' 생명의 강 순례 등은 그가 이전에 섰던 무대였다.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술잔을 나누는 자리나 예술 공연이 펼쳐지는 행사장도 그가 종종 노래를 부르기 위해 찾는 무대다.

언뜻 민중가요를 부르는 민중가수들과 비슷하지만 그것과 거리가 있어 보이는 것은 빛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거친 투쟁성이나 사실성이 아닌 은유적인 표현으로 자연과 생명을 노래하는 것이 그의 노래이자 음악이다.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가 필요한 곳을 주로 찾는 가수이기에 부르는 노래에는 언제나 그와 연관된 주제 의식이 담겨 있다. 그래서 무대의 화려함보다는 자신의 노래가 필요한 곳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생명의 고귀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나눌 수 있는 곳이라면 굳이 무대의 모양새를 따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개발로 파괴된 자연의 회복을 비는 마음

지난 7일 광주에서 열린 '4인 4색 라이브 콘써트' 에서 공연 중인 인디언 수니. 가수 박강수 손병휘 김근영 등과 함께 공연했다.
▲ 공연 지난 7일 광주에서 열린 '4인 4색 라이브 콘써트' 에서 공연 중인 인디언 수니. 가수 박강수 손병휘 김근영 등과 함께 공연했다.
ⓒ 최명진

관련사진보기


포크 가수 인디언 수니가 최근 두 번째 음반을 발매했다. 지난 10월 말 선보인 '인디언 수니2' <비오는 날의 해바라기>가 바로 그것. 첫 번째 음반 <내 가슴에 달이 있다> 이후 2년여 만에 나온 음반에는 생태와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더 깊이 표현돼 있다.

탐욕스런 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과 훼손된 생태가 언젠가 제대로 회복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노랫말 속에 담겨 있다.

'간밤의 비소식 근심이었네 자욱한 안개비 어두운 한낮 해뜰참 뒤덮은 먹구름 눈물로 얼룩진 우리의 사랑'  - <비 오는 날의 해바라기> 중

‘그는 바람의 아들 태양의 환한 품안에서 달과 함께 기도했네 생명의 숨결이여 세상 어루만지기를 상처들이여 아물기를’  - <바람의 아들> 중

<Returning Home>에서는 중국의 황사와 일본의 지진, 기름 유출로 오염된 서해 바다 등 환경 오염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노래는 람사르 총회 기념 환경 음악회에서 불렀던 곡이다.

What do you do before the China dust
What do you sing before the Japan earthquake
What do you think before the Korea oil sea
Things are no more possible for me in this human world
- <Returning Home> 중

수니에 따르면 '<Returning Home>은 꿈을 꾸면서 작곡했던 곡'. "꿈에서 깨어나면 혹여 노래가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잊지 않으려고 엄청 애썼다"고 한다.

▲ 인디언 수니 2집 음반 수록곡 'Returning Home'
ⓒ 성하훈

관련영상보기


내 노래의 '님'은 나무·풀 등의 자연

생태 환경을 중심에 두는 인디언 수니의 노래는 에코 페미니즘을 내세우는 음악 기조와 깊은 연관이 있다. '생태여성론'이라 불리는 '에코 페미니즘'은 환경운동과 여성해방운동의 만남으로 여성의 억압과 자연(환경)의 위기는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생명의 가치, 자연생태계라는 넓은 삶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며 동시에 사람의 삶을 살리는 평등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상. 이런 생태적인 삶과 자연주의를 인디언 수니는 노래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 6일 경남 하동 악양의 한 공연장에서 만난 인디언 수니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전쟁과 무분별한 개발 등으로 인간과 생태계가 파괴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들더군요. 그로 인해 개인의 삶도 계속적으로 파괴되는 것 같고…. 그래서 그것을 노래로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디언 수니의 노래에 나오는 '그대'나 '님'은 지향하는 대상이 바로 '자연'이다. 

"한용운 선생의 '님의 침묵'에서 님이 조국을 의미하잖아요. 제 노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래에 나오는 그 사람이나 그대, 님은 일반적인 사랑의 대상이 아닌 나무·풀·자연 등을 상징하지요."

인디언 수니는 '에코 페미니즘'을 내세우는 가수가 된 것이 어떤 자연스런 흐름이었다고 설명했다.

"목포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랐어요. 자연스레 5·18을 알게 됐고 그것을 통해 사회적 인식을 갖게 된 것이지요. 사회운동에 동조하는 마음은 많았지만 그렇다고 과격하게 이뤄지는 투쟁을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민중가요도 처음에는 좋아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 아쉬웠지요. 하지만 일반적인 사랑노래도 식상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중립적인 모양새였다고나 할까? 그런 과정 속에서 생태 환경 문제를 접하며 '아 이거다!' 하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지요."

특별한 동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떤 목적에 의한 선택이 아닌 '에코 페미니즘'은 자연스레 그의 삶과 노래에 스며들었다. 덕분에 생명, 평화, 생태, 환경 등은 그의 지향점이자 노래의 바탕에 깔린 중심 코드가 됐다. 

명상과 영적인 세계 담고 있는 인디언 음악

악양 동네밴드 공연장에서 노래하는 인디언 수니
 악양 동네밴드 공연장에서 노래하는 인디언 수니
ⓒ 차와 문화 신희지

관련사진보기

사실 인디언 수니가 본격적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5년 12월 가수의 길로 들어섰으니 이제 막 3년이 지났다. 첫 앨범인 포크록 음반 <내 가슴에 달이 있다>를 낸 것이 2006년 4월이었으니, 앨범을 기준으로 한다면 3년이 채 되지 않은 셈이다.

그가 원래 전공했던 분야는 관광통역. 이를 위해 미국으로 유학까지 갔던 수니에게 노래는 숙명적인 것이었다. 학내 클럽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한 곡 두 곡 부르던 노래가 신내림을 거부하지 못한 사람처럼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그의 삶이 돼 버렸다.

"어느날 오페라를 보러 간 자리에서 공연를 듣던 중 마치 계시를 받은 듯 몇초간 신경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 이후로 뒤도 안돌아보고 노래를 했던 것 같아요."

'인디언 수니'라는 이름 역시 그의 음악성과 연관이 있다. 종교를 넘어서 명상적이며 영적인 세계를 담고 있는 인디언 음악은 인디언 수니가 지향하는 음악과 닮은 점이 많다.

영혼을 실어 보내는 느낌으로 전달하는 그의 노래가 같은 흐름을 담고 있어서다. 어린 시절 어렴풋하게 와 닿던 인디언의 음악이 실은 마음 한 구석 깊은 내면에서 원하던 삶과 같았다는 것.

인디언 수니의 팬들도 노래에서 느껴지는 이런 특별한 분위기 때문에 '그의 노래가 좋다' 라고 반응한다. '지루할 수 있는 노래를 지루하지 않게 살며시 귓속말로 속삭이듯' 전해주기에 '명상에 잠기는 듯 사색하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한 편의 서정시이자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평온함을 안겨준다는 것이 팬들이 꼽는 그의 특색이다.

이런 바탕 때문에 인디언 수니의 노래는 최근의 사회적 현안과는 상당히 대치되는 인상을 주고 있다. 4대강 정비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실상의 대운하 정책은, 개발로 인한 생태 환경의 파괴를 경고하는 그의 노래와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인디언 수니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는 듯 다시금 불을 지피고 있는 무분별한 자연 훼손 음모를 깊이 우려했다.

"생태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할 수 있는 일을 막무가내로 추진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요. 법안도 멋대로 통과시키고 밀어붙이겠다는 것 같던데, 어떻게든 막아야 될 일입니다. 자연을 멋대로 파헤치려 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위협이예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제 나름 노래로서 이런 현실에 맞서 나갈 생각이예요. 단순히 대운하만이 아닌 개발이란 이름으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모든 행태들을 노래를 통해 이야기하고 지적할 생각입니다."

그가 앞으로 부를 노래에 대한 다짐이기도 했다.

지난 3월 대운하 반대 '생명의 강 순례' 현장을 찾아  노래하고 있는 인디언 수니
 지난 3월 대운하 반대 '생명의 강 순례' 현장을 찾아 노래하고 있는 인디언 수니
ⓒ 강병규

관련사진보기



태그:#인디언 수니, #에코 페미니즘, #생명 평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