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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표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표지
ⓒ 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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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저술을 했다는 정약용은 초등학교 때부터 많이 들어왔다. 솔직히 500권 읽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텐데 500권이나 쓰다니 정말 대단한 열정을 가진 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편이 어려운 국민들에게 토지를 나누어 주어 공동으로  경작하게 하자고 주장했고, 착취만 일삼는 탐관오리들을 보다 못해 관리들의 지침서를 펴냈으며,  시를 통해 백성들을 일깨웠던 대학자 정약용.

그런데 누가 이 학자를 유배지로 내몰았는가?  그를 시기하던 부패한 관리들의 드센 반발에 몰려 18년간 유배생활을 했다.

나는 그동안 정약용의 전기를 비롯, 그가 쓴 목민심서, 경세유표까지 읽어 왔지만 이 책만큼 가슴 찡하지는 않았다. 유배생활 중에서도 두 아들에게 너무나 자세히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 아버지의 자상함에 깜짝 놀랐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총4부로 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귀양길에 오르면서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개했다. ‘오직 독서만이 살길이다’,‘세상을 구했던 책을 읽어라’, ‘남의 도움을 바라지 말고 도와주라.’ ‘폐족도 성인이나 문장가가 될 수 있다.’ ‘독서의 참뜻.’ ‘양계를 해도 사대부답게’ 등의 내용이다. 독서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내용은 다산이 가장 강조한 부분이었다.

다산은 “독서라는 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이다. 반드시 몇 대를 내려가면서 글을 하는 집안이라야 문장을 할 수 있다. 독서를 하려면 반드시 근본을 확립해야 한다. 학문에 뜻을 두지 않으면 독서를 할 수 없으며 학문에 뜻을 둔다고 했을 때는 반드시 근본을 확립해야 한다. 근본이 확립되고 나면 학문은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들고 넉넉해진다” 고 했다.

‘양계(養鷄)를 해도 사대부답게’ 라는 내용을 살펴보면  책을 읽은 사람은 양계를 해도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것. 양계에도 품위 있는 것과 비천한 것,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의 차이가 있다며 농서(農書)를 잘 읽어 좋은 방법을 골라 시험하라고 했다.

색깔을 나누어 길러도 보고 다른 집 닭보다 살찌고 알을 잘 낳을 수 있도록 길러야 하며 닭의 정경을 시로 지어보면서 짐승들의 상태를 파악해보라고 주문했다. 이것이야말로 책을 읽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양계라고 일러 주었다. 어떤 일을 하든 깊이 있게 연구하라는 뜻인 것 같다.

2부에서는 두 아들에게 주는 교훈을 소개했다. 생계를 꾸리는 방법, 친구를 사귈 때 가려야 하는 일 등을 일러주었다. 또 자신의 저술을 후세에 전해야 하는 뜻과 저술하는 방법과 요령, 시를 짓는 의미와 효용 등을 아버지와 스승의 입장에서 일깨워 주었다. 천륜(天倫)에 야박한 사람은 가까이해서는 안 되고 믿을 수도 없다고 충고한 부분을 잘 새겨들어야겠다.

3부와 4부에서는 둘째 형님에게 보낸 편지와 제자들에게 당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형님에게는 조카 학초가 독서하는 걸 보니 큰 그릇이 될 인물 같다며 방향을 잘 잡아주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제자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개인의 성향에 맞는 내용으로 당부의 글을 썼다.

다산은 “내가 유배생활에서 풀려 몇 년간이라도 너희들과 생활할 수 있다면 너희들의 몸과 행실을 바로잡아 줄 텐데 너희들과 책을 읽으며 경사를 연구하고 담론하면서 3~4천권의 책을 서가에 진열하고 1년 정도 먹을 양식을 걱정 안 해도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바람을 밝혔다. 먹을 양식과 책, 우리는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 다산에게는 큰 바람이었다.

유배 생활 중에서도 두 아들의 앞길을 걱정하는 그의 마음이 드러난 내용 중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이 있다. “배우지 않으면 못난 사람이 되고 도리에 어긋나 비천해진다. 그러면 세상의 버림을 받게 되고 혼인길마저 막혀 천한 집안과 결혼하게 되며 물고기의 입술이나 강아지의 이마 몰골을 할 자식이 태어나면 그 집안은 영영 끝장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책을 편역한 박석무 씨는 “요즘처럼 가족 윤리가 무너지고 사제 간의 의리도 깡그리 파괴된  때 다산의 서간문을 통해 가족의 중요함과 사제 간의 정다운 의리를 복원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아버지 청소년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어렵고 어두운 유배생활에서 고달픈 삶을 토로하지 않으면서 아들들이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아버지의 바람을 적은 이 책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보통사람들이라면 유배 생활 중에는 신세를 한탄하고 인생을 헛되게 보낼 것이다.

그러나 다산은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자식에 대한 교육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디서나 부모는 자식을 생각하며 자식 걱정에 잠시도 편할 날이 없는 것 같다. 나도 자식이지만 이런 부모의 심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대한 이해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박성무 편역/창비

- 김가람 기자는 중학생입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정약용 지음, 박석무 엮음, 창비(2009)


태그:#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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