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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는 작은손자 우협이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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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내가 책 읽어줄게" " 우협이가 할머니한테 책 읽어준다고. 그래 한번 읽어봐"하니 작은 손자는 막힘 없이 술술 책을 읽어 내려간다. 뒤늦게 들어온 남편이 의아해 하면서 "아니 우협이가 글씨 아나?" 하며 묻는다. "그럼 우협이가 글자를 얼마나 많이 아는데"해도 우협이는 꼼짝도 하지 않고 계속 책을 읽어 내려간다. 다음 장, 다음 장을 넘겨가면서.

 

작은 손자 우협이가 우리 집에 머물게 된 것이 어느새 50일 정도 되었다. 자연히 나는 손자하고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하는 것도 걱정 거리가 되었다. 처음 우리집에 와서는 손자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었다. 많은 시간을 TV를 보거나 인터넷에서 보고 싶은 것을 봐도 그대로 놔두었다. 작년에 왔으니 4살이었다. 4살이지만 나름대로 하고 싶은 것도 있을테고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도 있을 테니.

 

손자는 어느새 그것이 습관이 되었고 생활이 되는 듯했다. 하여 이번에는 그대로 놔두면 안될 것 같았다. 절제를 시켜야 했다. 앞으로 50일 정도 있으면 제 집으로 돌아가 새 유치원에 다녀야 한다. 하여 그런 생활을 계속하면 앞으로 생활에 적응하기 적잖이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부터 저녁 7시가 되면 인터넷도 메가 TV도 모두 잔다고 하면서 코드를 아예 빼버렸다. 아직 5살인지라 코드를 빼고 멍통이 되면 그런줄 안다. 그후로 7시가 되면 자연히 인터넷도 메가 TV도 자는 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처음 그랬을 때는 울고불고 난리를 쳐서 "딱 하나만 더 보고 자라고 하자"해서 달래기도 했다.

 

나 역시 손자가 잠들 때까지는 컴퓨터는 하지 못하게 되었다. 만약 손자가 잠들기 전에 컴퓨터를 하게 되면 손자는 "어, 컴퓨터 안 자네"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그 시간을 조금 더 앞당겨 볼 생각이다. 하지만 그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관건이었다. 손자 혼자 그대로 놔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난 손자와 놀아주어야 했다. 퍼즐게임도 하고, 색칠공부도 같이 하고, 공놀이 등 여러 가지로 함께 놀아주었다. 손자가 잠자리에 누우면 매일은 아니지만 책도 2~3권씩 읽어 주어야 했다. 그런가 하면 옛날 이야기도 해달라고 해서 생각나는 이야기를 조금씩 꾸며서 옛날 이야기도 해주고 있다. 책을 읽어 주는 것도 좋아하지만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아한다. 하여 낮에 시간이 나면 인터넷에 들어가 옛날 이야기 준비도 하고 있다.

 

내가 옛날 이야기를 해주면서 나도 손자에게 아는 옛날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처음에는 못한다고 하더니 이젠 조금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지만 난 열심히 들어주면서 감탄도 한다. 그런 후로는 시도 때도 없이 책을 읽어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그런 요구사항을 일일이 들어준다는 것이 사실 귀찮은 일이다. 그렇다고 모두 무시해 버릴 수도 없는 일이라 한계 내에서 손자와 타협을 하면서 들어주고 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엄마, 아빠, 형을 찾고 집에 간다고 하더니 이젠 그런 것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몇번 자야 제집으로 가느냐고 묻고 2번 자고 할머니집에 다시 온다고 할 정도로 안정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자기가 책을 읽어 준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이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난다. 처음에는 낮 12시가 지나야 일어날 때가 비일비재했다. 아마도 지가 아침 일찍 일어나 스포츠단을 안 가도 된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 같다. 손자가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에 나도 힘든 것을 잊어가고 있다. 내가 우리 아이들을 키울 때 못해 주었던 일을 손자를 통해 대신하고 있는 일이거니 생각도 해본다.


태그:#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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