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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마포 공덕재개발 지역주민 "불안해서 못살겠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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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설날을 앞두고 마지막 생존권과 주거권을 지키기 위해 경찰과 용역직원들에 의해 망루위까지 쫓겨 싸우다 경찰특공대의 무리한 강제진압으로 철거민 5명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 철거민을 불구덩이로 몰아 넣고 무참히 살해한 이 끔찍한 용산참사는 바로 '전국을 공사판화'하겠다는 정부와 서울시, 민간건설자본이 공생하며 만들어낸 마구잡이식 재개발사업 때문이다.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빈민과 서민들의 삶터를 송두리 채 빼앗는 재개발은 그동안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했는데, 이번 용산참사로 그 폭력성과 야만성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말았다. 하지만 소위 '토건족'이라 불리는 이들은 용산 철거민과 유가족들의 억울한 죽음과 고통을 외면한 채, 오늘도 쉴새없이 중장비를 이용해 정든 집과 소중한 가게를 짓뭉개고 있다.

관련해 어제(1월 31일) 용산참사 2차범국민추모대회에 참여하려고 자전거를 타고 서울 청계광장으로 향할 때였다. 봄날 같이 날이 풀려 어느 때보다 편히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마포대교를 따라 한강을 건널 수 있었다. 그리고 온실가스를 뿜어대는 자동차 행렬로 정신없는 마포대교에서 빠져나와 시청을 향해 지하철5호선 공덕역을 지났을 때였다.

용산참사 2차추모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 공덕동과 아현동을 지날 때 재개발지역 현장을 살펴봤다.
 용산참사 2차추모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 공덕동과 아현동을 지날 때 재개발지역 현장을 살펴봤다.
ⓒ 네이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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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역을 지나 으리으리한 고층빌딩과 아파트를 지날 때
 공덕역을 지나 으리으리한 고층빌딩과 아파트를 지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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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골목에서 공덕재개발지역 주민 이야기 들어보니

왼편의 눈 부시고 으리으리한 고층빌딩과 새로 들어선 고층아파트와 달리, 반대편의 낡고 낮은 상가건물에는 붉은 라카로 칠해진 "철거"라는 글귀가 건물 벽과 유리, 내부에까지 속된 말로 떡칠이 되어 있었다. 가림막을 설치해 놓은 곳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건물은 말그대로 흉물스러웠다.

철거를 기다리는 낡은 건물 사이로 좁은 골목길도 눈에 띄였다. 골목도 대로변의 상가처럼 "철거"라는 무서운 붉은 글귀가 사방에 가득했고, 사람들의 발길이 없을 듯한 그 골목길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걸어나왔다.

마포구 공덕동 237-16번지 일원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진행중이라는 현수막이 가림막 뒤로 얼핏 보인다.
 마포구 공덕동 237-16번지 일원 도시환경정비사업이 진행중이라는 현수막이 가림막 뒤로 얼핏 보인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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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처럼 마포일대도 재개발이 한창이다. 고층빌딩과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길 건너편은 재개발로 철거될 상가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용산처럼 마포일대도 재개발이 한창이다. 고층빌딩과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길 건너편은 재개발로 철거될 상가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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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라카로 "철거"란 무서운 글귀를 곳곳에 떡칠해놓았다.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붉은 라카로 "철거"란 무서운 글귀를 곳곳에 떡칠해놓았다. 골목도 마찬가지였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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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철거될 빈집 너머로 고층아파트가 보인다.
 골목은 쓰레기들로 가득했다. 철거될 빈집 너머로 고층아파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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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버리고간 쓰레기 더미 너머로 고층아파트가 보인다.
 누군가 버리고간 쓰레기 더미 너머로 고층아파트가 보인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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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난잡한 재개발지역(도시정비사업)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내게 "사진 왜 찍으세요?" 하고 물어왔다. 그래서 "시민기자(오마이뉴스)"라고 철거예정지 현장을 담고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그는 그러냐면서, 자신은 안쪽 골목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데 요즘 불안해서 도저히 살 수가 없다는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무서운 골목을 함께 둘러본 송모씨에 따르면, 현재 골목에는 보상을 받고 떠난 세입자들과 쓰레기로 가득찬 빈집들과 달리, 아직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음식점과 가게를 운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외지인들이 쓰레기를 차로 싣고 와서까지 버리고 있고, 학생들이나 낯선 사람들이 오가면서 빈집에서 불을 피우고 해서 화재와 치안문제로 불안하다 했다.

재개발-철거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엊그제 밤에는 가게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다 빈집에 불이 붙은 것을 보고 놀라 그것을 손수 끄기까지 했다 한다. 그래서 한 골목에서 철거를 앞둔 빈집들과 맞닿아 있는 재개발지역에 남은 사람들과 집들은 밤이 편치 않다고 한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골목 안쪽에는 아직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들이 남아있다.
 골목 안쪽에는 아직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들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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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민이 가게문을 닫고 집으로 가던 길에 발견했다는 화재현장
 인근 주민이 가게문을 닫고 집으로 가던 길에 발견했다는 화재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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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해 재개발지역에 남은 사람들이 시와 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들은 개발업체(건설사)에서 처리할 일이라며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현재 골목에 남아있는 집과 사람들은 몇이 되지 않지만, 재개발지역이란 이유로 이들의 삶터와 안전은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골목에는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다. 재개발지역에 남은 가게와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골목에는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다. 재개발지역에 남은 가게와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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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없는 활기찬 마포? 서민 살곳 갈곳 없는 마포!

용산 철거민들처럼 누구에게도 하소연 할 길이 없어 답답했던 그는, 시장도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아닌 내게 이런 부탁을 했다. 불안해서 못살겠으니, 재개발문제 좀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쓸쓸한 골목을 빠져나와 보니 건너편에 공덕주택재개발로 산자락 아니 서민들의 삶터였던 곳을 뭉개고 들어선 대형건설사의 유명브랜드 아파트가 빽빽이 솟아 있는 게 눈에 띄였다. 그 대형건설사는 참혹한 용산참사의 뒤에 숨어있는 건설자본 중 하나다. 그리고 애오개역 근처 아현재개발지역에서도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빈집들을 정신없이 깨부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하이서울'을 외치는 서울시의 숨겨진 씁쓸한 단면을 보고 나니, 대체 재개발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서울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새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쫓겨난 용산과 닮은 그곳에서.  

공덕주택재개발로 들어선 대형건설사 아파트단지
 공덕주택재개발로 들어선 대형건설사 아파트단지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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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없는 활기찬 마포가 아닌 삶터가 없는 마포가 아닌지?
 먼지없는 활기찬 마포가 아닌 삶터가 없는 마포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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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 서울시는 지금 제2.3.4의 용산참사를 예고하고 있다. 민간건설사에 의한 파괴적.폭력적 재개발사업을 멈추고 정부와 시 주도의 공공사업(주택공공성 강화)으로 전환해야 한다.



태그:#재개발, #철거, #공덕재개발, #서울시, #용산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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