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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작전>에서 주인공 현수(박용하 분)가 동생에게 자신이 '작전'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계좌에 있는 돈 7천만원으로 대산토건이라는 주식을 사라고 한다. 최소한 열 배는 먹을 수 있다고…. 그때 동생이 말한다.

 

"형! 군대 다시 들어갔어?"

 

그렇다! 일반적으로 '작전'은 군대 용어다. 이 '작전'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증권시장에 들어와 활개를 칠 수 있었을까. 증권사에 몸 담고 있으면서, 어떻게 보면 말로만 들었던 '작전', 기사로만 봤던 것을 확인(?)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투자자들에게 다가가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영화 <작전>을 봤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동안 들어왔던 것을 눈으로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했다. 약간은 뻔한 스토리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직접 작전을 지휘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증권 시장에 돌아다니는 기본적인 시나리오랄까. 그러나 치밀한 설정과 노력의 흔적은 발견할 수 있었다.

 

[#1] 작전도 좋지만 이건 좀...

 

일반적인 관람객은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증권맨인 내게 딱 걸린 것이 있었으니, 바로 증권 관련 용어다. 주인공 강현수가 황종구 앞에서 오메가정보통신을 발굴하게 된 과정을 브리핑하는 장면에서 BPS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황종구가 졸고 있는 이대리에게 "BPS가 뭐냐"고 묻는다. 이대리가 대답을 못하자 '주식당 순자산'이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시장에서는 '주식당 순자산'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그냥 '주당 순자산'이라고 한다.

 

또 2000년대 초 IT버블이 발생했을 때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듯한데, 그 당시에도 무선인터넷 환경이 그렇게 좋았을까? 공사장에서 무선 인터넷 사용이 가능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뿐만아니라, 잘 나가는 증권사 영업맨인 조민형이 업무 창구에 앉아 업무를 보면서 강현수에게 돈을 인출해주는데 사실 증권사 지점은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는 영업과 업무가 엄연히 분리되어 있는 증권사 업무의 특징을 간과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2] 작전 멤버 하나는 잘 짰네 

 

그러나 전반적인 영화의 흐름과 '작전'을 위한 스태프 구성을 보면 매우 치밀하게 짜여 있다. 돈을 대는 전주를 비롯해 소위 말하는 챠트쟁이, 증권사 브로커, 검은 머리 외국인 펀드매니저, 방송에서 인기 있는 증권전문가, 그리고 마지막 설거지하는 사람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었다.

 

작전에 권력이 개입했는지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은근히 집어 넣어주는 센스까지 발휘했으니 말이다. 사소한 부분이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 속에 파묻히는 느낌을 받았다.

 

작전 중에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속고 속이는 인간 심리를 표현하는 것도 재밌었다. 완벽한 작전을 위해 완벽한 시나리오를 작성하지만 인간의 마음만은 시나리오로 나타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욕망 앞에서는 그 어느 것도 무참히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작전 종목을 선정하는 것도 현실과 맞아 떨어진 것 같아서 왠지 기분이 좋았다. 저평가 되어 있는 기업에 환경이라는 신기술을 접목시켜 공시를 통해 주가를 띄우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3] 증권사 브로커, 그게 전부는 아닌데...  

 

아쉬운 점은 보다 리얼한 장면을 위해 챠트의 흐름을 명확하게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 종목이 작전이다'라는 것을 모든 관객이 느낄 수 있도록 온 천하에 공개했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 작전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세력이 움찔하게 말이다. 모방할 우려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그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너무 내용이 스피디하게 돌아가게 되다 보니 일반 관람객들이 내용을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나의 경우, 같은 증권맨인 신입사원과 같이 영화를 보았는데 다소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 하는 말이다.

 

증권사 브로커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증권맨의 입장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는 많은 증권 영업맨들의 얼굴이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동병상련의 마음일까? 조민형 같은 브로커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좀 넣어 주었으면 했다.

 

[#4] 증권시장에서 작전들이 사라지려면...

 

증권맨의 입장에서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증권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투자자들도 한 번은 볼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증권 시장이 세력들간의 싸움만 있는 곳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세력에 중점을 두는 투자 패턴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피나는 노력으로 뛰어난 개미 투자자로 나오는 강현수도 바람직한 투자자는 아니다. 모니터 인생이 투자의 정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전 세력들의 물량을 받아주는 봉으로 나오는 개미투자자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주식시장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투자 방법을 알고는 싶은데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주식시장에 들어와 돈 까먹으면서 공부하겠다고 책을 펴지만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래서 애널리스트들의 투자설명회와 고수들의 강연회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뭔가 알고 싶은데 알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체계적인고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미 투자자들이 '올바른 투자'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할 때 주식시장에 군대 용어인 '작전'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감출 이유가 없다. 많은 것을 알려 주어야 한다. 개미 스스로의 노력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건전한 투자환경이 조성된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과거보다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도 주식시장은 개혁 중이다. 각 투자 주체들이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주식시장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태그:#작전, #영화 작전, #개미 투자자, #영화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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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회사에 다니고 있으며 PB로써 고객자산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사내 증권방송 앵커 및 증권방송 다수 출연하였으며 주식을 비롯 채권 수익증권 해외금융상품 기업M&A IPO 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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